[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의 습관] 8편.

입력 2015-07-10 09:30  

그때였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딸은 몸을 일으켜 오빠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아버지, 아버지. 들리시죠? 아버지, 이것 보세요, 아버지!”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면 눈꺼풀이 닫히지 않을 때가 많다. J의 눈도 완전히 닫히지 않아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가 조금 보였다. 그런 그의 앞에 아들이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아버지, 아버지, 지도리가후치에서 벚꽃을 가져왔어요.”


아들은 아버지의 눈앞에 몇 번이나 꽃을 흔들어 보였다.


J와 부인은 중매로 만나 딱 한 번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했다. 단 한 번의 데이트, 그 장소가 바로 지도리가후치였다. 사진첩에 소중히 간직된 그날의 빛바랜 사진 속에는 젊은 날의 엄마와 아버지가 서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청년과 환하게 웃는 아가씨가 새하얗게 핀 벚꽃을 등지고.


밤새 아버지 곁을 지키다가 잠깐 잠이 든 아들은 아버지의 목소리에 눈을 깼다.


“지도리가후치, 지도리가후치.”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아들은 사진첩을 꺼내 펼쳤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집을 나섰다. 그 길로 전철을 타고 지도리가후치로 향했다.


“아버지, 엄마와 보셨던 벚꽃이에요.”


다시 한 번 아들이 꽃을 흔들었다. 그 순간, J가 소리를 냈다.


“아…….”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초점은 흐렸지만 눈동자가 커지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고…….”


그 소리는 온전한 언어가 아니었지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고, 고…….”


입술이 움직였다. 이미 아래턱 호흡이 시작되었다. 턱이 올라갔다. 그래서 입술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분명히 움직였다.


“선생님! 지금 아버지가 고맙다고 하는 거 아닌가요? 고맙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고마워.’


우리에게는 분명 그렇게 들렸다.


“아, 아버지. 고맙습니다. 아버지, 들리시죠? 고마워요, 아버지!”


아들은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남매는 아버지 손을 잡고 크게 소리쳤다.


“아버지, 고마워요.”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최대한 벌려서 ‘고’ 모양을 만든 다음 입술을 몇 차례 움직였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의 가슴에 꽃잎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주 편안해 보였다. 임종 장면에서는 과학의 잣대로 설명하기 힘든, 신비로운 일이 종종 생긴다.


우연히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의미를 찾고 싶어 하니까, 남은 사람이 그 의미에 맞게 해석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J의 뜻을 분명히 감지했다.


먼 길을 떠난 사람의 얼굴은 마치 미소를 머금고 있는 듯했다. 딸은 다시 한 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고마워요. 이제 엄마 곁에서 편히 쉬세요.”


고맙다는 그 말은 곧 작별인사였다. 그것은 ‘안녕’과 동의어였다. 떠나는 사람의 고맙다는 말은 자신의 지난 인생에 감사하고, 그 인생에 작별인사를 하고, 삶에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에게 감사하며, 자신이 떠난 후에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향한 응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살아 있을 때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가장 쉬운 길, 가장 빠른 길이다. 그리고 충분히 사랑한 사람은 떠날 때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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