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현의 맛있는 간판] 제 2편 '신한양 불고기'

입력 2015-10-19 10:53  

[조호현의 맛있는 간판] 제 2편 `신한양 불고기`

한때 객사 사거리는 전주시내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중심 상권이었다.

90년대 후반 신도심권이 하나둘씩 개발되면서 구도심은 관심 밖의 인물이 됐다.

활기없는 거리는 급격히 노후화 됐고 인적없는 점포는 냉기마저 감돌았다.

바로 그 곳에 생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구도심 뒷골목에 스마트폰을 손에 쥔 젊은이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난 것이다.

인근 한옥마을을 찾은 여행객이었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정식 등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젊은 미식가들의 순례길이 되었다.

그 길목 어귀에 있는 ‘신한양 불고기’도 그들의 발걸음이 닿는 코스 중 하나이다.

한옥마을 붐을 타고 일약 맛의 성지로 거듭난 음식점이 한둘이 아니다.

때론 작위적인 방법으로 유명세를 얻고, 그저 지역 음식이라는 이유로 쏠림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외지인의 후한 평가와 달리 현지인의 입맛은 아주 냉혹하다.

특히 전주는 그런 도시다.

누군가 그랬다, 전주 사람은 `맛있다`라고 하지 않고 `먹을 만하다`라고 한다고.

때문에 전주 사람의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 간판은 손에 꼽을 만하다.

그 중 하나가 `신한양 불고기`이다.

`신한양?‘ 볼품없는 생김새에 옛스럽지도 않다. 그렇다고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은 더욱 아니다.

되려 원조보다는 짝퉁스러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신한양 불고기`.

그럼에도 속칭 ‘맛집 순례코스’로 자리한 그 만의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엔 이 근방에 불고기 식당들이 겁나게 많았어요. 근데 신경쓰지 말고 나만 맛있게 만들자, 그럼 손님은 올거라고 믿었죠."

무려 38년동안 한 길, 한 곳만을 지켜온 `신한양`의 주인장 최금자씨(70).

오랜 음식장사에 많이 지쳐있을 거라는 편견은 첫 인상에서 빗나갔다.

얼굴은 소녀처럼 해맑았고 목소리는 유쾌하고 건강했다.

"이웃집 사는 사람이 불고기집을 하고 있었어요. 장사가 잘됐는지 가게를 하나 더 낸다며 우리집 양반한테 돈을 빌려갔죠. 그러고 나서 원래하던 집은 구한양, 새집은 신한양이라고 했어요. 근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됐나봐요. 돈을 갚기 힘드니까 돈대신 가게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어렵다는데 어쩌겠어요, 그냥 쉽게 생각했어요."

일가친척 중에도 음식장사 한명 없다는 최씨가 겁도 없이 가게를 안게 됐다.

줄줄이 다섯 딸을 키우고 있었고 막내는 세 살이었다.

인수초기에는 주변 대여섯 곳의 불고기 전문점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난생 처음하는 일이라 장사에 대한 수완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저 내 자식도 먹일 음식이라 생각하고 재료를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담아냈다.

이 집의 대표메뉴인 불고기는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가 주인공이다.

신선한 고기와 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진 전주식 불고기는 담백하다 못해 삼삼하다.

대중음식보다 집밥에 가깝다.

도톰하게 돼지고기를 바닥에 깔고 당면, 쑥갓, 버섯, 양파, 콩나물 등 갖은 야채를 켜켜이 쌓은 덕분이다.

맛의 됨됨이로 보면 `가정식 콩나물 불고기`라 부르는 게 나을 듯 싶다.

"힘들다는 생각은 많지 않았어요. 허리가 아프다가도 손님이 몰려오면 씻은 듯이 나았으니까... 오히려, 감사하죠, 덕분에 우리 다섯 공주가 잘 컸잖아요"

불고기를 먹고 난 후 남은 양념에 비벼먹는 비빔밥도 특별하다.

능숙한 직원의 손놀림에 눈은 즐겁고 누른 밥알은 아주 고소하다.

그러고 보니 `신한양`에는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가 유달리 많다.

38년을 함께 한 직원이란다.

흔히 음식장사는 장소가 좋으면 삼년, 맛을 더하면 십년, 그리고 인심까지 보태면 백년이 보장된다고 한다.

사연을 듣고 나니 `신한양 불고기`에 딱 맞을 간판이 떠올랐다.

`한양 최고의 콩나물 불고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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