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조에 달한 ‘지정학적 위험’…세계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입력 2017-05-08 08:03  



최근 들어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올해 세계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4%(올해 1월)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 경제도 그렇다. 연초 2.5%까지 하향 조정했던 한국은행은 4월 수정 전망에서 2.6%로 0.1% 포인트 높여 발표했다.

하지만 예측기관들은 올해 2분기 들어 확산되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이 세계와 한국 경제에 최대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는 군사적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등 서방 국가에서도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문제에 따른 한국 경제 지정학적 위험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용어 중의 하나인 지정학적 위험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험은 상대적으로 모호한 개념이라고 강조하면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사회적 불안, 경제적 타격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과 사고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Fed에 따르면 현재 세계 지정학적 위험지수(GPR·Geopolitical Risk Index)는 역사상 최고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GPR지수는 1900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주요 언론에 △전쟁 △테러 △정치적 갈등 등이 언급된 비중을 종합해 2000∼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심화 혹은 완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다.



GPR지수는 1차 세계대전 당시 372포인트(pt)를 기록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뒤이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습 당시 362pt, 2차 세계 대전당시 346pt,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272pt까지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간의 갈등으로 GPR 지수가 300pt대까지 급등하고 있다.

10년 주기로 평가한 GPR지수도 1990년부터 20년 넘게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10년대 들어 GPR지수는 월평균 137pt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1910∼1919년 월평균 140pt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현재 전 세계 지정학적 위험 요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정학적 위험은 다양한 파급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Fed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각종 예측 불확실성과 우려가 높아지게 될 경우 기업은 투자와 고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가계는 소비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연시킴으로서 실물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불확실성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보수적인 대출결정을 내리게 함으로서 기업과 가계의 자금과 신용창출 경로를 약화시켜 소비, 투자, 수출 등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증가되면서 미국 달러, 선진국 국채, 금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반면, 위험자산인 신흥국 통화와 주가는 하락된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GPR지수가 50pt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0.2% 포인트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그 어느 변수보다 성장률 하락효과가 크다. 북한과 직접적으로 대치해 있는 한국 경제의 경우는 지정학적 위험이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계기로 촉발된 △저성장 장기화 △고용 부진 △소득격차 확대 현상 등으로 인해 기존 정치 질서에 대한 반감정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면서 사회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산됐던 반정부·민주화 시위가 대표적이다.

예측기관들은 올해 2분기 들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고 주식시장 역시 대세상승론이 제기되는 등 장기간 지속돼왔던 박스권 탈출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최대 지정학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는 추세다.

1980년대 후반 북한에서 대규모 핵 실험 단지가 발견되면서 촉발된 북핵 문제는 1991년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 합의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이후 북한의 비핵화선언 무효화, 1993년 핵확산방지조약(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탈퇴를 결정하는 등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 들어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2006년부터 작년 9월까지 총 5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핵실험과 더불어 천안함 침몰사건, 연평도 포격, 대륙간 탄도미사일(ISBM) 발사는 물론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사건 등 각종 군사적 도발을 일삼아왔다.

북한의 도발은 국내 금융 시장에 제한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분석되나 앞으로 더 강도 있게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해서 경제적인 중요성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촉발될 수 있는 위험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최근 들어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지속된 도발에 응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는 동시에 남하에게는 사드배치 비용 등을 요구하는 양동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사드배치로 인해 반한(反韓) 감정이 확산되면서 한국 제품의 불매 운동이 고조되고 있어 대중국 수출과 현지에 진출한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UN 대북제제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과 북한의 교역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37.4% 증가했는데 이중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18.4% 늘어난 것보다 중국의 대북한 수출이 54.5%로 더 크게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도발과 관련된 중국과 미국 간의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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