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독일에서 만난 우리의 한지 이야기

입력 2017-02-02 14:24   수정 2017-02-06 10:43

[독일 드레스덴 = 양송이 통신원]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페이퍼월드(paper world)라는 국제 박람회가 열렸다.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은 노트 브랜드 `몰스킨` 등 세계적인 기업을 포함해 1,630여 개 업체가 이 박람회에 참여했다.

이번 박람회에선 문화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주최로 우리나라 전통의 한지를 알리는 전시와 세미나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본 통신원은 <한지, 그 이상의 가치>라는 주제로 열린 한지 전시장을 직접 방문하고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사진 = 2017 프랑크푸트르 국제박람회 `페이퍼월드`에 참가한 `한지` 전시장의 모습. 메쎄(박람회) 메인홀에 위치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

세계의 중심에 등장한 한지

한지가 프랑크푸르트메쎄(Messe;박람회)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이 전시사업의 목표는 한지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긴 역사와 자연 친화적인 제조과정 그리고 보존의 우수성은 우리에게는 익숙할 수 있지만 세계적인 관점에서는 아직 낯설다.

익숙하지 않은 소재와 제품들이 관심과 눈길을 끌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공감`이었다.

한지 전시장은 모든 사람이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하얀 조명장식으로 꾸며졌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방문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의 상품들로 채워졌다.

전시의 콘셉트는 우리의 전통적인 문양이나 장식이 아닌 모던하고 심플한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이해와 공감으로 이목을 끌고 그 속에 한지 고유의 특별함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한 이번 전시회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다양한 국가의 제지산업 종사자 뿐 아니라 일반 방문자들도 한지와 그 상품들에 큰 관심을 보이며 호감을 드러냈다.



(▲사진=다양한 체험 부스와 여러가지 한지 상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다양한 문화권의 방문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국제 세미나 : 한지, 그 이상의 가치

박람회 둘째 날인 29일에는 한지를 알리는 세미나가 열렸다.

우베슈멜터 한독협회 부회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한지의 특성과 가치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발제가 진행됐다.

김형진 국민대 산림과학대 교수는 전통적 제조 과정을 통해 한지가 지니는 무형유산의 가치를 소개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한지가 보존 재료, 예술 재료로써 갖는 가치가 다뤄졌다.

이탈리아에서 온 지류 보존전문가 넬라포지, 필라델피아 해버포드대학 미술학과 김희숙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마지막으로 한지 제품 디자이너 김현주씨가 현대 생활에서 쓰이는 한지 디자인과 상품에 대해 전했다.

김현주 디자이너는 전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한지 나뭇잎 트레이>의 디자이너로 재사용이 가능하고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 한지접시를 디자인했다.

활발한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으로 끝맺은 이번 국제 세미나는 천년 한지가 세계를 만나고 나아가는 시간이었다.

현대 생활로 들어온 한지 : 한지의 가능성

한지 전시사업을 기획하고 참여한 많은 작가, 담당자들은 현장에서도 매우 분주하게 방문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1) 김현주 디자이너 : 한지나뭇잎 트레이 기획

한지나뭇잎 트레이를 기획한 김현주 디자이너는 "한지 상품이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공감의 디자인"라고 말했다.



(▲사진=김현주 디자이너의 한지 나뭇잎 트레이)

돌 등의 자연적인 소재를 이용한 디자인 활동을 해오던 그녀는 보다 가벼운 재료를 찾다가 약 3년 전부터 한지 디자인을 시작했다.

한지는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동양적인 가치를 함께 담을 수 있는 선택이었고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상품은 많은 호평과 관심을 받았다.

인류역사 초기 돌이나 나뭇잎 등을 그릇처럼 사용하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종이인 한지로 그릇을 디자인했다.

물에 약한 특성을 지닌 종이에 옻칠을 해 방수 기능을 부여하는 한편 종이 중간에 나뭇잎 줄기를 표현하는 알루미늄을 가미해 사용자가 직접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재미도 추가했다.

여러 가지 특별함을 가진 제품인 탓에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이 제품의 성공 포인트였다.

김현주 디자이너는 공감의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리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 세계를 두드리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소재가 한국적이라고 해서 전통 문양만 고집한다면 눈길을 끌 순 있지만 실생활 안으로 들어오기는 힘들어진다.

한 눈에 이해되는 디자인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그리고 한지 그것이 그녀가 추구하는 한지 디자인이며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열쇠이다.


(2) 양지윤 디자이너(오마치 대표) ; 댄스 오브 브리즈(모빌 겸 디퓨져) 기획

"기존의 수요에 맞추는 디자인보다는 제 생각이 담긴 디자인을 원하는 시장을 찾고 싶어요."



(▲사진=양지윤 디자이너의 한지 모빌 겸 디퓨져, 댄스 오브 브리즈)


씨앗이 들어있어 메시지와 함께 생명이 담긴 식물을 전달할 수 있는 씨앗카드를 디자인한 양지윤 작가는 한지를 이용한 모빌 겸 디퓨져를 선보였다.

흙, 바람, 햇살 등의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고 친환경적 소재에 관심이 많은 자연주의적 작가인 그에게 한지는 안성맞춤 소재였다.

소재가 갖는 자연친화적인 특성과 특유의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은 그를 한지 디자인의 세계로 이끌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최한 한지 상품개발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전문가, 비전문가 모두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 `댄스오브브리즈`는 작가가 숲길을 걷는 기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바람이 날리는 숲길에서 나뭇잎이 흔들리고 은은한 자연의 향이 퍼진다.

그 느낌과 기억을 담아 한지를 여러 장 겹쳐 모빌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향수를 뿌리면 한지가 낙엽처럼 마르면서 종이가 구부러지고 2차원의 형태는 3차원으로 변화한다. 은은한 향이 퍼지는 것도 숲길에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모빌이면서 동시에 디퓨져의 역할까지 한다.

옷과 함께 보관하면 섬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향기만 전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역할을 한다.

뛰어난 아이디어, 아름다운 디자인에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까지 갖춘 그의 제품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찾고 사랑해주는 시장을 찾는 것이 목표이자 추구하는 방향이다.


(3) 한지 제작업체 천양P&B 담당자 : 김미숙 상무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녹여내기 위한 연구와 협업이 세계로 향하는 우리의 전략입니다."



(▲사진=천양P&B가 선보인 인화지는 일반 사진을 동양화적인 느낌을 더해 따뜻하게 담아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

3대에 걸쳐 제지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지 원지생산업체 천양P&B는 한지의 제조방법을 다양화해 장점을 극대화한 상품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한지 원지의 거래처를 늘리고 수요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한다.

기발하고 뛰어난 상품을 통해 한지를 접한 수요층이 그 재료인 한지에도 관심을 갖고 또 다른 상품의 소재로서 한자의 가능성을 모색하면 자연스레 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현대적 생산이 그렇듯 한지 역시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전통적 제조 과정은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적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업체는 상생의 가치 아래 전통공정의 보호를 위해 대량생산이 아니고 특별히 오래 보존해야 할 제품은 수작업으로 공정을 거치도록 한다.

다양한 한지 원지를 선보이던 이 업체의 전시 주력제품은 인화지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진 작가들은 수입지에 의존해야 했다.

새롭게 개발된 이 한지 인화지는 사진을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오묘한 분위기로 표현해 낸다.

한지가 가지는 특별한 느낌을 현대적인 쓰임과 기술 속에 녹여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새 시장을 개척해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다양한 한지 원지를 향한 여러 나라 업체들의 관심이 높았다.

우리 것이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특별하고 낯선 한지. 취재를 위한 방문이 오히려 새로운 세상으로부터 초대를 받은 기분이다.

단순히 우리의 것이어서가 아니다. 현장에서 제품을 통해 바라본 한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더 큰 시장으로 향하는 한지의 도약과 날갯짓에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독일 어디에서도 한지로 만든 물건들을 자연스레 접하는 날이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syyang0418@gmail.com

*상기 기사는 한국경제TV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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