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폭등의 악몽' 中企 원화대출 전환 노심초사>(종합)

입력 2013-01-24 08:55  

<<리드문장에 900원대 엔화대출 받았다는 내용 추가>>900원대 엔화대출…환 손실 확정하고 싶으나 추가하락 기대에 머뭇

원ㆍ엔 환율이 최근 가파르게 떨어지자엔화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 사장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고환율 때 대출받은 이들은 최근 엔 약세로 환차익을 보지만 과거 900원대에 대출받은 중소기업 사장들은 원화대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때 엔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폭등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기억 때문에 환율 하락 때 원화 대출로 갈아타환손실을 확정짓고 싶지만 엔 환율의 추가 하락 기대로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있다.

시중은행들은 과거 중소기업이 엔 환율 급등세에 호되게 당한 점을 고려, 엔화대출의 원화 대출 전환을 유도하려고 우대 금리 적용 등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 中企 원화대출 전환 문제로 고심 우리은행의 경기도의 한 지점장은 24일 "엔화 대출을 받는 고객분들로부터 얼마나 더 떨어질지 환율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원화대출로 전환을 고민하는데 시기를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자 엔화를 빌린 기업인들이 원화 대출로 바꾸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엔 환율이 반등하기 전에 환 손실을 고정해 환율 고민을 없애고 싶어서다.

엔 환율이 900원대 전후였던 2008년 이전에 엔화를 빌렸던 이들에게 2008~2009년 엔 폭등 '트라우마'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2007년 말 1조3천104억엔에서 2008년 말 1조4천79억엔으로 1년 사이 975억엔 늘었다. 엔 환율이 낮고 금리도싸 기업들이 시설자금으로 엔화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체뿐 아니라 의사들도 의료기기를 들여오거나 병원을 짓는 데 엔화를 썼다.

그러나 2008년 8월부터 오른 엔 환율은 그해 12월 1,600원대로 두 배 수준으로급등한 탓에 엔화 대출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엔화 대출자 모임'이란 단체를만들어 집단행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엔화대출자 상환기한을 폐지하고 차환 금리 상승을 억제했다.

엔 환율도 2009년 하반기 이후 하락한 덕에 이들은 위기를 간신히 모면할 수 있었다.

엔화 대출자들이 최근 환율 하락을 마냥 반기지 않고 원화 대출 전환을 저울질하는 것은 이런 엔 폭등의 악몽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이 지난해 10월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보면 응답자의60%가량이 환율 1,000~1,100원이면 원화 대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조사 당시 엔환율은 1,400원대였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1일 이후 상당 기간 1,100원대를 유지, 원화 대출로 전환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양상이다.

◇시중은행 원화대출 전환 땐 우대 서비스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이 원화대출로 원활히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엔화대출 원환전환' 서비스를 내놓았다. 통화전환옵션권없이 엔화로 대출받은 중소기업이 신청서와 약정서 작성만으로 원화대출로 바꿀 수있도록 한 서비스다.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대출금리를 최고 1%포인트 우대하고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해준다.

기업은행[024110]은 '원화전환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기존 외화대출 잔액에 한정해 1%의 우대금리를 주고 있다. 타 은행의 외화대출 보유 기업도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단, 해당 여신의 담보운용비율이 80% 이상이고 신용등급이 BB 이상이어야 한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전환하면 0.5%포인트 금리를 우대해준다. 하나은행은 원화대출로 전환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중소기업들이 이런 은행 서비스를 이용한 실적은 아직 많지 않다. 추가 하락 기대와 대출금리 부담 때문이다. 엔화 대출의 금리는 대개 2~3%인데 원화대출로 갈아타면 4~5%로 올라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 환 리스크를 줄이고자 원화대출로 전환할 기회를기업들에 주고 있다"며 "엔 환율이 갑자기 뛰면 엔화 대출 기업의 상황이 지금보다더 심각해지고 은행 입장에선 연체율이 높아져 건전성에 해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정말 모른다"며 "언제 무슨 일이 생겨엔 환율이 확 뛸지 모르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시점에서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엔화 가치는 당분간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대세이지만 최근 들어 반등했다.

엔 환율은 지난달 6일에서 지난 18일 사이 10.7% 빠지면서 1,100원대로 내렸다가 최근 3거래일간 올라 1,200선을 회복했다.

일본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발표 이후 쏠림에 대한 반발심리에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외환 변동성 완화 방안의) 대책은 준비가 다 됐다"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계속하겠다. 현명하게 정책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단기 부양에는 도움이 되지만, 국채이자 상승 등여러 경로를 거쳐서 중장기적으로 비용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우려를표명하기도 했다.

우리선물 김영정 연구원은 "이미 엔ㆍ원 환율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데다 당국도대안을 내놓겠다고 했다"며 "1,250~1,260원까지 반등하고서 변동폭이 축소되면 이달말에서 내달 초 사이에는 자리를 잡을 것 같다"라고 관측했다.

pseudojm@yna.co.kr ah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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