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일찍 갚는다고 거액 수수료…정당성 논란>

입력 2013-04-22 06:01  

"1억원 6개월뒤 갚으니 이자 215만원, 수수료 125만원"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출금중도상환수수료를 놓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월가 점령시위'로 금융권 수수료체계를 개편한 지 2년 만이다.

금융당국은 2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불합리한 부분을 한 번 더 뜯어고치겠다고나섰다. 저금리 추세에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대출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마치 '탐욕'의 대명사처럼여겨지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금리 쇼핑'만 유발하다가 결국에는 대출금리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중도상환수수료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으러 지난주 은행을 찾은 회사원 박모(37) 씨는 어마어마한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조만간 목돈이 들어오는 박씨는 6개월 뒤 갚는 조건으로 연 4.3% 금리에 1억원을 빌릴 생각이었지만 "대출 기간이 3년 미만이면 125만원을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는 말에 마음을 접었다.

그가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 125만원은 지난 2011년 9월 개편된 '잔존일수기준 체감방식'의 수수료 체계에 따라 계산됐다. 수수료를 매기지 않는 3년을 기준으로 남은 기간에 비례하는 방식이다. 최대 1.5%의 수수료가 매겨지는데, 대출한 지6개월이 지났으니 6분의 5인 1.25%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수수료를 고려하면 6개월간 1억원을 빌릴 때 적용되는 실제 금리 부담은 6.8%까지 치솟는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대출금리 4.3%를 적용하면 6개월 만에 갚을때 내는 약정이자는 215만원(1억원×4.3%÷2)이다. 여기에 중도상환수수료 125만원을 더하면 340만원이므로 연 환산 금리가 6.8%인 셈이다.

회사원 K씨 역시 중도상환수수료 때문에 속이 탔던 사람이다. 당장 현금이 부족해 몇 년 전 사들인 서울 시내 아파트에 전세를 놓고 수도권 신도시에 전세를 살던중 올해 초 계약 기간이 끝나자 급한 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줬다.

두 달 뒤 새로운 세입자에게 받을 보증금으로 빚을 갚으러 은행에 간 그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수백만원대에 달한다는 얘기를 듣고 "원리금을 떼먹은 것도 아니고,일찍 갚는다는데 왜 수수료까지 받느냐"며 어이없어했다.

K씨는 "금리는 다소 높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 6개월~1년 만기의 단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개발하는 등 고객의 선택권을 더 넓히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대출금의 1.4~1.5%를, 제2금융권은 2~4%를 중도상환수수료로 받는다.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수수료는 줄어든다. 1년 만에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면 3분의 2인 약 1.0%가, 2년 만에 조기 상환하면 3분의 1인 약 0.5%가 수수료율로 책정된다.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짭짤한 편이다. 17개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지난 3년간 1조2천억원이다.

◇"계약위반에 따른 정당한 손해배상" 반박도 대출자 입장에서 중도상환수수료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제도다. 아무리 대출 계약을 할 때 설명을 들었다고 해도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돈을 일찍 갚겠다는데 이자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도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금융회사는 3년 뒤 받는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려고 비용을 치러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대출자가 돈을 일찍 갚아버리면 '노는 돈'이 돼 자금운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근저당권 설정 비용, 담보가치 평가에 드는 비용,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대출 기간이 최소 3년은 돼야 이자 수입으로비용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자의 계약 위반을 방지하고 위반할 경우 일방적으로 이런비용을 떠안게 된데 따른 손해배상의 개념이지, 덮어놓고 은행의 수익으로 봐선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최대 5%에 달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가 높으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낮고, 대신 금리가 낮으면 중도상환수수료가높은 식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설명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품의 종류나 대출 기간 등에 따라 수수료를 굳이 받지 않거나 조금만 받아도 되는 경우는 없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율을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라며 "특히 서민 대출에 고율의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도상환수수료를 둘러싼 불만이 늘어난 데는 저금리 기조도 한몫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금리가 낮아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낮은 금리로갈아타고 싶은데 중도상환수수료가 이런 '금리쇼핑'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리쇼핑과 관련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대출자의 '저금리 갈아타기'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고 비판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수지를 보전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금조달이나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만큼 페널티(벌칙)를 부과하는 게 중도상환수수료"라며 "이나마도 없애면 영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zheng@yna.co.kr rainmaker@yna.co.kr ksw08@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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