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가라앉고 일본 경제 떠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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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19 06:05  

"일본은 왜 계속 지는가? 최강 한국의비밀을 배우자" (일본 이코노미스트지, 2010년4월) "일본업체의 추격이 신경쓰이지만 겁나지 않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010년1월) 3년 전,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일본 전자기업 상위 9개를 합친 것보다 많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 경제의 질주는 일본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3%로 일본(-1.0%)을 크게 앞질렀다. 자동차, 철강,휴대전화, LCD 등에서 한국의 선전은 일본의 공포를 증폭했다.



놀란 일본은 한국 따라잡기에 열을 올렸다. "한국기업 질주 원동력은 놀라운 발상과 시장 창출 능력(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2009년12월)" 등 한국에 대한 분석이줄을 이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실'을 설치할 정도였다.



한국은 우쭐했다. 일각에서는 늙고 병든 일본을 완전히 눌렀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그 사이 '잃어버린 20년'이란 그림자가 일본 열도에서 한반도로 서서히 옮겨오는 것에는 둔감했다.



◇ 늙고 침체한 일본에 추월당하는 한국…왜 회복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날개로 재도약 준비 중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의 저성장 족쇄를 넘겨받았다.



한국은 2011년 2분기 0.8% 성장률을 기록한 이래 8분기 연속 1% 미만의 성장을나타냈다. 성장판이 닫혀 소수점 아래 경제가 된 것이다.



한국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내수부진이다.



1990~2011년 한국의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 비중은 73.7%에서 63.8%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빈곤층은 7.8%에서 15.0%로 늘어났다.



가계부채는 2012년 말 현재 959조원으로 전년보다 5.2% 늘어나 가계소득 증가세(3.8%)를 웃돌았다.



한국은행은 4월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가계소비 지출에 부정적 영향을 뚜렷하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양산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800만명에 육박한다. 부동산에 대한집착 역시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려 가계의 소비 여력을 크게 악화했다.



세계 1위의 경영컨설팅사인 맥킨지는 "한국 중산층의 54.8%는 적자가구"라며 "주택·사교육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장기침체라는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경고했다.



한국 경제의 엔진 격인 수출 역시 세계 경기부진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일본의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円低·엔화가치 약세) 현상까지 겹쳤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에 한국과 일본의 50대 수출 품목 가운데 중복되는품목이 26개에 달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달러 당 평균 110엔·1,000원 상황에서 제조업 영업이익이 26조원 증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국, 일본처럼 장기저성장 굳어지나 저출산, 고령화, 성장잠재력 하락과 같은 단어는 이제 한국의 몫이 됐다. 연간경제성장률 뿐 아니라 잠재성장률 역시 한국과 일본의 추이가 다르다.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0~2012년 3.3~3.8%로 추정된다. 1990년대의 6.4~6.7%, 2000년대의 4.4~4.6%에서 계속 추락 중이다.



반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2010년 0.6%에서 2011년0.7%, 2012~2013년 0.8%, 2014년 0.9%로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봤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도 적지 않다.



일본의 65세 고령인구 비중은 장기불황을 맞기 직전인 1990년부터 2010년까지연평균 0.5% 포인트씩 높아졌다. 반면에 한국은 2012~2032년에 이 비율이 1.1% 포인트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에 생산가능인구도 일본은 5.1% 줄었지만, 한국은 10%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때문에 2010~202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3%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의 또 다른 축인 투자 역시 저조하다. 70년대 17.9%에 달했던 고정투자 증가율은 2003~2012년에 1.6%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1천964억 달러로 2003년(250억달러)의 7.9배로늘어났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661억 달러에서 1천472억 달러로 2.2배로 확대하는데 그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의 이탈이 계속되면 일본식 장기불황 발생 등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 '근혜노믹스', 아베노믹스 대항마 될까 일본의 새 정부가 내세운 아베노믹스가 반년도 안돼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한국의 경제는 여전히 더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그간 추가경정예산 편성, 부동산·가계부채 대책, 기준금리인하, 국민행복기금, 벤처기업 육성책 등 갖가지 장·단기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실질적 경기부양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본 주가는 연일 최고기록을 새로 쓰고 있지만 한국은 횡보하고 있다.



오정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이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으로경제심리를 회복시키고 있지만, 한국 정책은 아직 심리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명료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일본은 물가 상승률 2%를 목표로 통화량을 2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어떤 도구를 어떤 시점까지 쓸 것인지가 분명하다.



반면에 한국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와 근혜노믹스를 동일 선상에 올려놔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노믹스는 단기부양을 목표로 하는 만큼, 경제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꾀하는 창조경제 등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일본 경제가 현재와 같은 경제활력을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한국도 하반기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3%대 성장까지 갈 수 있는 만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아베노믹스의 장기 성과가 불분명한 만큼, 정부는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아베노믹스 열기가 식는 것을 기점으로 경기부양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bangh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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