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개편안, 반대의견 거세 난항 예고>(종합2보)

입력 2013-08-27 15:56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에 따른 부산지역의 반발 기류를 추가하고 제목 변경.>>

정부가 27일 발표한 정책금융 개편안이 통폐합 대상 기관과 지역 사회의 반발은 물론 전문가들의 비판까지받고 있다.

공중분해 위기에 놓인 정책금융공사(정금공)는 정부가 정책 신뢰를 저버렸다며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되자 공사유치를 바라던 부산 지역에서도 반발 기류가 거세다. 전문가들은 정금공을 산업은행에 합친 게 전부라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정부가 박 대통령의 중소기업 지원 방침에 따라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여한태스크포스(TF)를 꾸려 4개월간 논의한 결과물치고는 썩 훌륭한 평가를 못 받는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여러 정책금융기관을 맡는 부처간 알력이나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힌 탓에 '용두사미' 식으로 그려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폐합이 유일한 변화"…정금공·부산시 '부글부글' 전문가들은 정금공과 산은의 재통합이 이번 개편안의 '유일한' 변화라고 꼬집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무역학)는 "현재로선 실패한 정책을 다시 되돌려놓은것 외에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일한 변화로 거론된 재통합마저 결국 4년 전 정부가 내린 정금공 분리 결정의잘못을 인정한 꼴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통폐합 대상 기관으로 전락한 정금공에선 반발 기류가 거세다.

정금공 노조 관계자는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감수하면서 정책공급 자금 여력과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 기회를 정부 스스로 포기했다"며"정부가 정책을 번복함으로써 대외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금공의 한 50대 직원은 "산은의 상업적 기능이 4년 전 정금공 설립 당시보다강화됐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산은이 정책금융을 해야 한다고 하니, 앞으로 시장마찰이 얼마나 심각할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정금공 출범 이후 공개채용으로 입사한 한 30대 직원은 "금융 공기업의 역할을하려고 입사했는데, 아무 잘못 없이 기관이 사라지게 돼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편안을 통해 백지화를 못박은 선박금융공사 설립도 비난에 직면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금융위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통상마찰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무산시키고 관련기관의 선박금융 인력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공사 유치를 바라던부산 지역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이날 "명백한 대선공약인 선박금융공사의 설립이 무산될 경우 지역의상실감이 커지고 새 정부의 국정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부산항발전협의회와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등 지역 단체도 성명에서 "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하려는 대통령의 공약이 파기됐다"며 "향후 부산항 발전을 위해 정부정책 불복종운동을 강력히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관들 "달라질 거 없다"…전문가 "핵심없는 대책" 산은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기업은행[024110] 등 정책금융 개편의 다른 당사자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정부의 개편안을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산은의 한 팀장급 직원은 "예전에 하던 일을 그대로 다시 하는 것이기 때문에큰 차이는 없다"며 "민영화를 추진하면서도 산은이 정책금융 역할도 일정 부분 해왔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금공의 해외 자산 2조원을 이관받게 된 수은 관계자는 "기존 자산을 갖고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여신 여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추가 자본금이 확보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보 관계자는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외부 위험 요소가 많은만큼 공적 수출신용기관인 무보의 정책금융 지원 기능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에서 '알맹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놨다.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금융의 수요자인 중소기업에는 별로 체감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수요자 입장에서 재편했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여전히공급자 입장에서 전달 체계의 효율성에만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냉소적 반응이 많다"며 "수은, 무보, 신·기보등은 거의 그대로 둔 채 정금공 통폐합이 유일한 결론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금공과 산은의 통합은 정책금융 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정작 당국은 충분조건을 충족시키는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기업을 대거 떠안은 산은의 건전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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