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1년…질적 도약 시급>

입력 2013-11-24 06:08  

3천여개 설립…경영 미숙 등 문제 산적

협동조합 열풍이 뜨겁다.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방안을 담은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3천여 건의설립 신청이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의 양적 발전이 확인된 만큼 풀뿌리경제의 씨앗은 성공적으로 뿌려졌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비즈니스 모델인데도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드는 경우가 있어서다.

협동조합이 돈을 버는 '기업 모델'의 하나라는 점을 제대로 알리고, 협동조합에경영 컨설팅과 자금 융통을 지원해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풀뿌리경제 버팀목…협동조합 올해 3천개 넘을 듯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 민법상 조합으로 존재하던 협동조합에 법인격을 부여한뒤 협동조합은 빠른 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협동조합 신청·처리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10월 31일까지 접수된 협동조합 신청은 2천950건이다. 일반협동조합 2천811건, 사회적협동조합 127건,일반협동조합연합회 11건,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1건 등이다.

이 가운데 일반협동조합 2천750건이 수리되고 사회적협동조합 91건이 인가를 받는 등 모두 2천851곳의 협동조합이 꾸려진 것으로, 월평균 260개가 만들어졌다.

한국은행의 '어음부도율 동향' 통계상 매달 새로 만들어지는 법인이 6천여개인점을 고려하면, 매달 신설법인의 4%는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됐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2014년 예산안에서 2017년이면 협동조합 설립 건수가 1만건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민수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은 "기재부의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50대 은퇴자를 중심으로 협동조합 설립이 활발하다"며 "이는 협동조합이 경제적약자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 열풍의 배경에는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과 운영방식이 기존의 영리조직과 다르다는 점이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조합원의 실익 증진이다. 주식회사의 의결권(선거권)은 Ƈ주 1표' 방식으로 대주주가 경영을 좌우하지만 협동조합은 출자규모에 관계없이 조합원 모두가 평등하게 1표씩 갖는다.

이런 특징은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한 이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기재부가 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협동조합 실태조사를 보면,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에 참여한 이유로 지역경제 활성화(65.7%), 동종업계 및 지역 지인과 교류(41.4%), 문화충족(22.3%), 복지충족(20.4%) 등을 꼽았다.

◇동물병원 조합까지…사각지대 완충 역할 협동조합은 우리 경제의 사각지대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5월 가동 중인 협동조합 중 747곳을 설문조사한 결과,도·소매업(28.2%) 창업이 가장 활발했다. 농림어업(14.2%), 교육서비스업(9.1%),제조업(9.1%), 예술·스포츠·여가관련 서비스업(6.4%)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대형 유통 자본에 맞서 동네 소상공인들이 뭉쳐 협동조합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에선 인터넷서점에 밀려 고사 직전이던 동네서점들이 모인 '부산서점협동조합', 동네슈퍼들이 모인 '부산골목가게협동조합'이 결성됐다.

전북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단계를 대폭축소하고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이 사례는 내년부터 중학교사회 교과서(지학사)에도 실린다.

서울에선 '번역협동조합'이 눈길을 끈다. 에이전시에서 일감을 받고 상당한 수수료를 떼던 번역사들이 모여 만든 곳으로, 지난달 서울시가 주최한 񟭍 국제사회적경제 포럼' 운영에 필요한 번역 대부분을 수행했다.

또 서울시의 '우리동물생명병원협동조합'은 동물병원 의사와 반려동물 주인 등290명의 조합원이 모여 설립한 곳으로, 재정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반려동물의평생주치의를 지향하고 있다.

보육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협동조합 정책이 유사한 스웨덴에선 보육시장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의 점유율이 13%에 달한다.

정부는 협동조합이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3월 취임하자마자 경기도 분당의 '한살림 생협매장'을 방문, "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는 형태"라며 협동조합을 활성화해 생활물가를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익은 협동조합…교육·경영 컨설팅 시급 이제는 질적인 성장이 관건이다.

조합원 교육이 그중 하나다. 협동조합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조합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고 그 핵심수단이 교육이다. 1인 1표란 민주적 원리로작동하는 협동조합이 시장 경쟁체제에 익숙한 우리 사회엔 아직 낯선 게 사실이다.

실태조사 결과 조합원들이 협동조합 설립 전에 교육을 받은 비율은 58.6%에 그쳤다. 교육 내용도 '협동조합 원리 등 원론'(82.2%), '설립 절차'(66.4%) 등 기초적인내용의 수강률은 높았지만, 정작 사업에 필요한 '사업운영을 위한 해외성공모델 사례'(50.2%), '창업컨설팅'(40.9%)은 낮은 편이었다.

설립 이후 직원교육을 한 협동조합도 37.1%에 그쳤다. 교육 방식은 자체교육이70.8%로 대부분이어서 제도적 교육이 부족했다. 직원교육을 못한 이유로는 예산부족(27.6%), 교육 정보부족(24.1%)이 꼽혔다.

이철선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탈리아, 프랑스에선 협동조합연합회에 기업 컨설팅 경력이 있는 우수한 경영전문가들이 소속돼 조합원 교육부터 상권 분석까지 제공한다"며 "우리도 협동조합 교육전문기관을 만들어 협동조합 전문가를 양성하고 조합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부침도 해결해야 할 대목이다.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은 '일부 지자체장이 선거에서 표를 획득할 목적으로 협동조합을 지원한다'면서 협동조합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도 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서울00조합', '대전00연합회' 등 마치 국가나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이름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냈다. 국민이 이 단체를 공공기관으로 잘못 알고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강민수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은 자주정신에 기초한 조직"이라며 "정부는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협동조합이 시장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자리잡도록 교육과 사업공간 제공, 판로 개척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선 연구위원은 "한국에 협동조합 모델이 들어온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지금으로선 충분히 잘하고 있다"며 "협동조합이 고용을 창출하고 취약계층을 끌어올리는 데 분명 효과가 있는 만큼, 섣불리 평가하지 말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pan@yna.co.kr, clap@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