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해외건설 명가에서 법정관리까지>

입력 2013-12-30 18:14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한 쌍용건설[012650]은 국내 시공능력 16위이자 해외건설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해외건설 명가'다.

그러나 쌍용건설이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매각이 5차례나 실패하고,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을 졸업하고 또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끝내이날 법정관리로 주저앉은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비극'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주주인 시절 6차례의 매각 실패에서 잉태됐다.

캠코는 공적자금(부실채권정리기금)이 투입된 쌍용건설을 매각하려고 시도했다.

이때마다 동국제강[001230], 이랜드, 독일계 기업 M+W, VVL 등이 쌍용건설의 새 주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자금 부족이나 노조의 반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 사이 건설업계에 불황의 한파가 불어닥쳐 재무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쌍용건설의 기업가치도 곤두박질 쳤다.

우이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남양주 PF 사업장 등 굵직한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기업의 현금흐름은 나빠졌고, 급기야 최근에는 직원 월급조차 제대로 못 주는 상황에 내몰렸다.

캠코가 올해 2월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영 기한 만료로 '공'을 채권단에 넘기자쌍용건설은 어쩔 수 없이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채권단 내에선 이때부터 '파국'이예고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이 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STX처럼 대기업이 쓰러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이뤄진다는볼멘소리도 나왔다.

진통 끝에 지난 6월 개시된 워크아웃은 결국 삐걱대기 시작했다. 기존 6천800억원의 지원금은 온데간데없고, 최대 5천억원의 추가 출자전환과 3천억원의 추가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실사 결과가 나오자 채권단의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여기에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미수금 1천235억원을 돌려달라며 쌍용건설5개 사업장의 공사대금 계좌를 가압류하자 상황은 더 꼬였다. 채권단으로선 신규자금 지원이 군인공제회의 미수금 상환에 쓰일 경우 배임 소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군인공제회의 담판이 끝내 결렬, 연말 상장폐지가 확실시되고 채권단이 내년 초 워크아웃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쌍용건설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외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게 건설업계와 금융권의 시각이다.

우선 1천400여개에 달하는 쌍용건설 협력업체가 연쇄 도산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들 업체의 임직원과 쌍용건설 임직원을 합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10만명에 이른다는 게 쌍용건설 측 추산이다.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쌍용건설의 모든 자산과 부채는 동결되고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고시하면 이후 회생계획안에 따라 구조조정과 채무 상환이 이루어진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협력업체가 연쇄 도산하는 것을 막고자 금융당국 및법원과 협조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한 법정관리 조기졸업을 추진하고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측은 "우선 B2B 등 협력업체 거래은행에 할인어음의 대환 등 유동성지원 협조를 요청하고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 회생을돕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행 중인 해외 공사도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해외 건설 부문에서 쌓아온 명성과 경쟁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 '마리나 샌즈 호텔' 등 고난도 건물과 고급 호텔, 리조트 등 부가가치높은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쌍용건설을 잃는 것은 국내 건설업계 전체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는 것이다.

쌍용건설은 실제로 해외 유수 건설사들이 기술력 미비를 이유로 포기한 '마리나샌즈 호텔'을 맡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세계 곳곳에 '랜드마크'급 건물을 다수 지으며 특히 해외 공사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쌍용건설은 1조2천억원 규모의 카타르 도하 지하철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는데다 2천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W호텔의 유력한 수주 후보로 꼽히는 등 약 2조원의 해외 사업 물량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이번 위기로 해외수주는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은 현재 해외 8개국에서 약 3조원 규모에 달하는 공사 16개를 수행하고있다.

zheng@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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