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법안 국회처리 지연…경제회생 발목잡나>

입력 2014-08-18 06:05  

정부가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법안의 신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자본시장법, 의료법 등 정부가제출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의 국회 처리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들 법안 처리가 계속 미뤄지면 현 정부 2기 경제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제살리기 노력도 탄력을 받기 힘들어진다. 여야간 정치논리에 따른 대치가 국가의당면 과제인 경제회복에 우선하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 정치논리 따른 입법 지연 반전기회 날릴 수도 정부가 제시한 각종 경제 법안의 처리 지연 손실을 수치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 법안 처리시의 기대 효과가 물거품이 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있지만, 정부의 당초 목표보다 일정 기간 늦게 처리될 때의 손실은 추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천억원의 재정을 특정 분야에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법안이 처리되지 않았을 때에도 그에 상당하는 재정이 다른 분야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재정 규모를 법안 무산에 따른 손실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만, 시급한 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되거나 지연되면 정부가 설정한 정책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준다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업 활성화대책을보면 국내에 4대 복합리조트 건설 때 8조7천억원의 투자유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8초7천억원의 투자기회를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이런 손실 추정은 다소 과대포장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경제·민생법안의 국회 통과 지연에 따른경제적 손실을 추산해 내는 것은 힘들다"며 "그러나 경제상황이 급박하고 경제 활력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련 입법이 지연될 경우 부정적 영향은 크다"고 말했다.

◇ 시급 법안 조속 처리 방안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법안은 국회법 등의 절차에 따라 일정 시간이 소요될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면 본회의 보고 및 소관상임위원회 회부, 입법 예고, 소관 상임위원회 소위 심사, 상임위 심사, 법사위 심사, 본회의 처리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회부된 법안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등 과정을 거치고,법안에 문제가 있을 때는 절충·수정 등 조정 작업을 하는 게 고유한 입법 기능이다.

문제는 내용 조정 등 법안의 본질적 부분이 아니라 여야간 대치 등 정치공방에밀려 이들 법안의 처리가 미뤄지는 경우다. 지난 13일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대치 끝에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내수 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안의 하나인 서비스산업발전법은 2012년 7월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의료특별법, 관광진흥법 제·개정안 등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지만 국회의 대치가 계속될경우에는 통과 시점을 장담하기 힘들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법안은 우선 통과시키는 것도 지혜가 아니겠느냐"며 "지금처럼 국회 상황이 꽉 막혀 있는 경우에는 사안별로 분리해서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합의된 것은 먼저 처리하고 그렇지 않는 것들은 계속 논의해 가면서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정부의 설득도 핵심 법안의 조속 처리에 불가결한 요소로 지적된다. 여야간 대화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야당에 법안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이후 한국은행 총재 및 경제5단체장과회동한데 이어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법안 처리를 위해 여당은 물론 야당 정책위 의장 등을 만나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가 여당과는 당정협의 등의 의사소통 채널이 있는 만큼야권과의 채널을 구축해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협조 요청을 할 것은 협조요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선진국은 어떻게?…미국 비쟁점법안 우선처리제 도입 선진국들은 민생법안의 조속 처리를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두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하원에서 법률안 성격에 따라 4가지로 나눠 심의 절차를구분해 놓았다.

특히, 중요 법률안의 경우 특별규칙을 채택해 우선적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도록하고 있다. 특별규칙은 토론의 제한 시간, 법률안 수정 조건 등 특정 법률안의 심의절차에 관해 정하는 것이다.

하원 본회의에서 특별규칙이 채택되면 신속한 심의를 위해 본회의를 전원위원회로 전환해 토론을 하며, 전원위원회 정족수도 본회의 정족수보다 적은 숫자로 정해축소된 형태의 하원 본회의의 기능을 한다. 모두 중요 법안의 우선 처리를 위한 것이다.

독일은 입법영향평가를 통해 의회 논의과정에서의 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입법자가 법률을 제정할 때 그 결과에 대한 예측과 평가를 통해 법률의제정여부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입법영향평가 대상 법률은 규제 관련 법률, 비용과 편익이 발생하는 법률이다.

체크리스트, 시뮬레이션, 시범실시, 입법실험 등의 평가기법을 적용해 평가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또 하원이 의결한 법률안의 상원 동의 기한을 설정해 놓은 것도 주목된다. 이는 하원 의결 법률안에 상원이 동의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처리지연을막기 위한 것이다. 상원은 법률안 수령후 이의가 있으면 3주 이내에 양원협의회 소집을 요구해야 한다. 이 기간을 경과하면 법률안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한다.

일본은 내각 제출법률안의 경우 의회 제출 전 여당 심사가 관례화돼 있다. 여당이 국회를 장악한 만큼 여당 심사는 사실상 상임위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법령에는 근거가 없는 비공식 절차이지만 내각제출 법률안을 당론으로 추인하거나 수정,거부하는 결정권을 가진 사실상 가장 중요한 입법 절차다.

일본은 또 긴급을 요하는 안건의 경우 위원회 심사를 생략하거나 중간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중간보고를 한 안건이 특히 긴급성을 요할 때에는 위원회 심사에기한을 정하거나 본회의에서 직접 심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선진국과 같은 제도를 우리가 도입한다고 해도 곧바로 법안처리 지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정부에 법안 제출권을 부여했지만 입법권은 의회가 갖는 우리나라 대통령제하에서 입법 지체는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다"며 "대통령이 여야 관계를 얼마나 타협적 기조로 푸느냐가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hoinal@yna.co.kr speed@yna.co.kr ksw08@yna.co.kr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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