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디플레 초입 단계…전향적 통화정책 필요"

입력 2015-03-05 06:05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디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면서 이 같은 저물가 현상이 지속하면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의견이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당국 간 경제정책 방향에 한목소리를 내야 하고,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 한국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 게다가 이 상태로 간다면 디플레이션이 상당히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로 접어들었고, 생산자물가와 광공업생산, 소비 투자가모두 큰 폭으로 내렸다. 이 정도라면 단순히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위험이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됐으며 이것이 지표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1∼2년 사이 원화 가치가 금융시장이 있는 국가 가운데에서는 가장 강세로볼 수 있다. 명목가치는 그대로라고 해도 다른 나라들이 전향인 형태의 통화정책을취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적으로는 엄청난 원화 강세 상태다.

실물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주식시장이 강세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금융수익률 때문에 들어오는 외국자본이 많다는 얘긴데, 바꿔 말하면 실물경기와 상당히 괴리가 있는 자본 유입이다. 실물경기 하락 위험성과 함께 외국인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도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 등 일련의 이슈에 대해서는 행정부보다는 통화 당국이 적극적으로나서야 한다.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전향적인 정책을 취해야 한다.

통화 당국은 오랫동안 구조개혁을 언급하고 있는데, 실물경기와 괴리가 있는 현실인식을 하고 정책을 집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금리 인하를한다고 해도 억지로 했다고 시장에서 인식하게 되면 그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

일본과 유럽, 중국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하면서 필요하면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통화 당국이 (압력에)밀려 금리 인하를 한다는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성춘 국제거시금융 실장 우리나라도 디플레이션 초입 단계로 들어왔다.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덩달아 원자재가에 수입물가도 떨어지고 있다. 내수에서 수요가 늘어날 여력이 없고,뾰족한 정책 수단도 없어 보인다.

다른 나라가 한 것처럼 QE(양적완화) 등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물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제로(0%) 가까이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유가 하락이 지속한다면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 소비가 늘어나거나 기업 투자가 확대될 여건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도 공공사업을 통해 할 수 있는 재정 여건이 안 된다. 가계, 정부, 기업 모두수요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금리 인하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큰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 이미 금리는 낮은 수준이다. 0.25% 포인트 내린다고 해서 소비나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 아니라고 본다. 일본도 제로 금리까지 갔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환율은 현재 원화 강세인데, 직접적인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어렵다.

남는 방법은 양적 완화 말고는 없다. 여러 나라들, 특히 신흥국은 금리 인하 경쟁을 하고 있고, 일본과 유럽은 돈을 풀고 있다. 미국만 정상화하는 상황이다. 거의대부분 나라가 경제가 안 좋아서 돈을 풀거나 금리를 내리고 있다.

양적 완화를 해야 하는데, 급하게 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설령 QE를 한다면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펀더멘털 개선 없이는 약발이오래가지 못한다.

좀 더 길게 본다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조개혁은 시간이 걸리고, 장기적으로 해나갈 수밖에 없다. 금융과 공공 등 4대 부문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피할 수 없다.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2월 물가상승률이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 입안자로 알려진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예일대 교수도 한국이 일본의 1990년대와 비슷하다고 경고했는데, 한국은 되레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가고 있다.

일본은 소비자물가가 1992∼1993년 1%대에서 1994년 0%대, 1995년 마이너스로떨어진 바 있다. 중간 과정에 0%대 물가가 1년은 지속했다. 한국은 1990년대 일본사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진 것이다.

일본은행이 당시 상황판단 잘못해서 일본이 장기 침체로 갔다는 비판이 많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이 디플레이션 국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디플레이션 우려 지적에 한은은 반박 자료를 내기도 했다. 올해 18개국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을 했다. 그런데 이 총재는 이것이 통화전쟁 양상이아니라고 했다. 이런 것을 보면 국내 상황도 당시 일본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

이 총재가 구조개혁을 강조하는데 구조개혁은 장기 성장동력을 확충하려는 것이다. 한은은 잠재 성장동력이 주어진 여건에서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으려면 단기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은이 구조개혁을 강조하면서 금리로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 방기이다.

가계부채 때문이라면 몰라도 디플레이션 국면이 아니므로 완화 정책을 피하는것은 현실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파격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장기 불황이우려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를 고려해도 통화완화가 필요하다. 금리 수단 하나 가지고 성장과 가계부채 문제 둘 다를 잡을 수는 없다. 목표가 두 개면 수단도 두 개여야 한다. 가계부채는 금리정책만 가지고는 안 되고 건전성 규제와 미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가야 한다. 금융당국도 금리 탓을 하며 가계부채에 뒷짐 지고 있다.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현재 물가상승률로만 봤을 때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할 수는 없다.

저물가 현상은 최근 유가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한국 수입의 60%가량을 차지하는에너지 부문에 의한 공급적 요인이 더 크다. 대외거래 부문에서 오는 디플레이션 압력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는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변수는 아니다.

다만, 현재 국내 경기가 추세적으로 디플레이션에 가까워지며 우려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자체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 3.3% 정도밖에 안 된다. 그전과 비교하면 1.5%포인트 이상이 빠진 수치다.

종합적 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화 시킬 때 사용하는 물가기준치)는 1%대로 하락했다. 일본이 1995년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때 상황을 보면 우리와 거의 유사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일본 경제가 거품 붕괴로 경기가 악화한 것은 1991년이다. 이때부터 4년간 금리를 0.5%까지 낮추고, 추가경정 예산을 여섯 번 편성했으나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다.

경제에 선제 대응책을 펼치지 않고,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해서 초래된 결과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한국은행이 금융 통화정책으로 먼저 활로를열어줘야 한다. 통화정책으로는 기준금리 말고도 지급준비율, 총액한도대출, 재할인율 조정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을 쓰고, 조정 수준과 기간을 어떻게 할지는 통화 당국인 한은이 고심해야 한다.

기준금리 인하 문제는 한국 경제가 제로 금리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디플레이터가 현재 1%대 중반인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춘다면 금리와 물가가 비슷해져 금리로 수익을 내는 행위 자체가 제한적이 되는 문제가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더는 내버려두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금리인하정책 자체가 시장에 잘 먹히지도 않는 형국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공급 측면의 디플레이션 쇼크까지 고려하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경제정책 방향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금리 인하에 의한 악성 가계부채 우려나 통화팽창 정책에 따른 유동성 문제 등은 이미 알려진 리스크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데 정부와 정책 당국이 한목소리를 내야 우왕좌왕하지 않고 소비 심리를 자극하면서 경기가 하방으로 꺼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taejong75@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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