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퇴직임원들, 법정관리·구조조정 기업에 포진>

입력 2015-03-25 06:02  

금융공공기관이 실질적 영향력을 이용해퇴직 임원 등을 법정관리나 구조조정대상 기업에 재취업시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용보증기금(신보)은 법원의 기업 회생절차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 중인 동양네트웍스에 자사 간부를 감사로 앉히려 하고 있다.

앞서 신보는 기업 회생 지원 과정에서 주식을 보유하게 된 보루네오 가구에도신보 출신을 감사로 내려 보낸 바 있다.

신보를 비롯해 산업은행(산은),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공기관이이해관계가 생긴 기업에 '낙하산'을 투하하는 사례는 많다.

그중에서도 이런 관행이 심각한 곳이 산업은행이다. 이 은행 퇴직자들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로 진출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으로 굳어졌다.

지난해 3월 현재 아시아나항공[00560], 금호그룹, STX[011810], 대우조선해양[042660], 동부그룹, 대우건설[07040], 한진해운[117930] 등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사외이사나 감사 등으로 재직했거나 새로 등용된 산은 퇴직자는 19명에달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대상 기업에 산업은행은 기업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존재"라면서 "해당 기업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산업은행과 줄이 닿을 수 있는 퇴직자를 영입하려 한다"고 전했다. 일종의 보험에 드는 꼴이다.

STX그룹은 재무상태가 악화될 조짐을 보였던 2009년 이후 산은 출신 11명을 대거 영입했고, 이후 산은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이 대폭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산업은행 퇴직자 47명 가운데 31명(66%)이 주거래 기업의 고위직으로 재취업했다.

31명 가운데 13명은 감사, 5명은 재무담당 이사, 4명은 대표이사, 3명은 부사장으로 재취업했다. 나머지도 고문·이사·상무 등의 고위직이었다.

산업은행 퇴직자들은 이 국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재취업하는 비율도높다. 2011년 퇴직임원 10명 중 9명이, 2012년에는 14명 중 8명이 지분 보유 기업에재취업했다.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렇게 법정관리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는 기업과 은행간의 유착뿐 아니라 해당 기업과 금융공공기관에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산은 출신 퇴직 인사가 진출한 동양·STX·쌍용그룹 등이 경영 부실화에서벗어나기는커녕 그룹이 해체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공공기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기업에 퇴직자들이 포진한 것은 해당 기업이 재취업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낙하산인사가 로비 통로로 악용되고, 금융공공기관은 구조조정이나 기업관리에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공공기관이 영향력 아래에 있는 기업에 퇴직임원을 보내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지할 수 없으나 이를 합리화하기도 어렵다"며 "이런 경우는 불가피한 행위라기보다 적나라한 지배관계에 의한 낙하산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이런 낙하산 인사의 행태와 경영수행 능력에 대해 감사원이나 금감원이 체계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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