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 거리로 나앉는데'…청문회에 또 가로막힌 추경

입력 2016-08-18 06:01  

지난 7월 조선업 밀집지역인 경남 지역의 실업자는전년 동월 대비 1만9천명 늘었다. 전북과 울산 등을 포함할 경우 실업자는 2만3천명증가했다.

이들 지역의 실업자 증가폭은 지난 1월에는 1만5천명 수준이었으나 이후 3월 3만1천명, 4월 2만4천명, 5월 2만8천명, 6월 3만2천명 등으로 꾸준히 3만명 내외를기록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올해에만 실업자 5만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 구조조정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해당업종 근로자와 가족, 지역 자영업자 등 수만명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8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야당이 내세운 Ǝ가지 선결조건'에 정치권이 합의를 보면서 추경안은 오는 22일 본회의에서 처리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다시 조선·해운업 부실화 책임 규명을 위한 청문회의 증인채택 문제가불거지면서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경은 신속한 집행이 핵심인 만큼 정치권이 서둘러 해법을 내놓지않으면 한국경제의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 지난해 추경 심사기간 보다 열흘 이상 늦어져 추경은 그 성격상 시급히 편성돼 연내 집행돼야 정책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올해 추경이 '구조조정과 일자리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속 처리의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당초 정부는 7월 26일 추경안을 국회 제출하면서 지난 12일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은 정치권 논의가 답보되면서 1차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해법제시, 서별관회의 청문회 개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특별위원회 설치 등 8가지를 추경 선결조건으로 내놓으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다.

여야가 가까스로 지난 12일 추경안 처리 일정에 합의, 오는 22일 본회의를 열고처리키로 하면서 한숨을 돌리는듯 했지만 다시 조선·해운업 부실화 책임 규명을 위한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가 불거졌다.

당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까지 종합정책질의를 마친 뒤 19일부터 22일까지 소위를 진행하고 22일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추경안을 보내는 것으로 심사 일정을 합의했다.

그러나 예결특위 김현미(더불어민주당) 위원장과 야당 간사들이 청문회의 증인채택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전체회의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주장, 파행을 맞으면서추경안의 22일 처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이미 올해 추경안의 국회 심사기간은 2013년과 2015년 추경 때보다 지연되고 있다.

2013년 추경안은 그해 4월 18일 국회에 제출돼 19일만인 5월 7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의 경우 7월 6일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8일만에 국회에서 처리됐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이 오는 22일 국회에서 처리되더라도 심사 기간은 28일에 이른다. 이마저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 조선업 실업자 생계 위태위태…3분기 경기도 걱정 추경 집행이 늦어질수록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들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 사태에 대비해 올해 추경안에 조선업 종사자고용안정 지원 예산 2천억원을 편성했다.

예컨대 중소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해당 기업에 고용유지금으로 1인당최대 6만원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추경 편성이 늦어지면 경영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이 고용 유지보다는종업원 해고를 택해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3분기 들어 경기 불씨가 사그라지는 상황도 우려된다.

2분기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로 내수가 근근이 지탱됐지만 3분기부터는 경기를 살릴만한 마땅한 불쏘시개가 없다.

오히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와 금품수수 및 부정청탁 금지에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추경안에서 9천억원이 배정된 민생안정 지원 사업도 속절없이 대기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3분기에 추경을 100% 집행할 경우 올해 성장률 제고효과는 0.129%포인트(p),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2만7천개다.

그러나 집행률이 50%로 떨어지면 효과는 각각 0.121%포인트와 2만5천개로 줄어든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용액을 고려하면 추경의 최대 집행률이 95% 정도 되는데 집행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올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조금씩 줄어든다"며 "3분기 경기가 확 꺼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내년도 본예산과 '겹치기 심의' 가능성도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내년 본예산 편성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는 현재 각 부처로부터 제출받은 내년 예산 요구안에 대해 최종 심의를진행 중이다.

지난 9일 당정협의에서 정부와 여당은 내년 본예산을 올해보다 3∼4% 증가시키는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이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하는 '슈퍼예산'으로 꾸려질가능성이 커졌지만, 추경 편성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본예산 작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아직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당정협의를 통해여당과 조율을 시작한데 이어 야당과도 비공식적인 교감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과 내년 예산에 대한 검토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셈이어서 담당 인력 분산에 따른 업무 과중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추경안 처리가 9월까지 늦춰지게 된다면 내년 본예산 편성에는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더군다나 내년 본예산안의 국회 제출 기한이 9월 2일로 작년보다 9일 앞당겨진점을 고려하면, 추경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본예산안이 국회에 상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5년째 경기 빈사상태…추경 늦어지면 회복 기대 못 해" 전문가들은 추락하는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추경이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고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경제는 2012년 이후 5년째 거의 L자형으로 빈사상태가 지속하고 있다"라며 "온갖 규제로 투자를 할 수 없게 옥죄어놓은 상태에서추경까지 국회에서 지연시키면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부문장은 "2분기 예산의 조기 집행, 소비 진작책은 3분기에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성장력 약화에 대비하기로 한 것인 만큼 추경은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서별관회의에 대한 조사와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이를 추경과 직접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성격이 있는 서별관회의와 추경을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가 추경 심의에 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교수는 "서별관회의 문제를 추경에 걸고넘어지기에는 너무나 사안이 다르다"라며 "대우조선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문제는 밝혀져야 하지만 서별관회의를 이렇게확대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서별관회의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문제인 만큼 구조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여당 역시 열린 태도로 청문회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경 심의가 늦어지면 내년 본예산 심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 교수는 "추경 심의가 9월로 넘어가면 본예산 심의인지 추경 심의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라며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늦춰지면 추경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pdhis95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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