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실적 악화에 R&D 투자도 '주춤'>(종합)

입력 2013-04-09 08:44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R&D 투자 상황 추가.>>

국내 정유사들이 작년 부진한 실적 속에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업체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작년 R&D 투자액은 1천494억원으로 전년 1천538억원 대비 2.8% 줄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0.22%에서 0.2%로 소폭 떨어졌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진출과 맞물려 2008년(791억원) 이래 연평균 20% 이상 연구개발비를 증액해오다 작년에는 투자 의지가 다소 꺾인 것이다.

GS칼텍스도 연구개발비를 2011년 470억원에서 작년에는 434억원으로 7.6% 줄였다. 2011년 R&D 투자액이 2010년(372억원) 대비 26%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크다.

현대오일뱅크의 연구개발비는 122억원에서 105억원으로(13.9%↓), 에쓰오일는 107억원에서 97억원으로(9.3%↓) 각각 감소했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R&D 투자를 줄인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5% 줄었고, GS칼텍스는 73.7% 급락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이 각각 53.9%, 48.3% 감소했다. 정제마진 악화에 따른 정유부문의 실적 하락이 주원인이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연구개발에 돈을 쏟아붓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꼽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글로벌수요 부진으로 침체에 빠지면서 추가 투자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있다.

하지만 정유사업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을 소홀히 한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정유사들은 전기차 배터리·광학필름 등의 전자정보소재(SK이노베이션),바이오연료·탄소섬유(GS칼텍스), 정제공정 효율화·석유제품 품질 개선(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각사의 장점을 살려 특화된 부분에서 R&D를 진행해왔다.

신재생에너지 개발, 셰일가스 출현 등 격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나름의 생존 전략인데 외국의 경쟁기업과 비교하면 규모나 기술력에서 아직 걸음마수준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상황에서 잠시 한눈을 팔면 바로 뒤처질 수 있다는 의기 의식이 있다"며 "R&D 투자를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차원에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uc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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