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20년> ② 초일류되기까지 위기도 많았다

입력 2013-05-29 07:01  

최대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성장 원동력은 '위기의식'

1993년 삼성 신경영 선언의 핵심은 다름아닌 '위기의식'이었다.

끊임없이 변하지 않으면 언제든 2류로 전락할 것이란 위기의식.

이건희 회장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3년 6월 신경영 10주년 때도 '위기의식재무장'을 주문했고, 20주년을 맞은 올해도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고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20년 동안 현실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는 수많은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 베이징 발언·외환위기·경영권 편법승계 논란 첫 시련은 신경영 선언 2년 뒤 찾아왔다. 1995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력은 4류, 행정력은 3류, 기업능력은 2류"라고 한 이건희 회장의 발언이 화근이 됐다.

'베이징 발언'으로 불리게 된 이 직설적인 비판에 정부와 관료사회가 발칵 뒤집혔고, 얼마 안가 삼성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브레이크 걸리면서 제재설이 흘러나왔다.

이 회장은 그해 8월 청와대를 단독 예방해 사과하고 삼성은 중소기업 지원책 등을 내놨다.

그 뒤 외환위기로 인해 삼성의 신경영은 일대 위기를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한 1997년 11월 삼성은 조직 30% 감축과 임원임금 삭감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혁신방안을 내놨다.

결국 삼성은 1990년대 들어 업계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자동차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했다. 이로써 '삼성 불패신화'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삼성은 휴대전화 등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까지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내핍경영을 지속했다.

이런 가운데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가 터져 나왔다.

2000년 법학교수 43명은 그룹 경영권 상속을 위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헐값에 발행하게 했다며 이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어 2005년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검사들의 실명이 공개되는 '안기부 X파일' 사건까지 불거지자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삼성에 대한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삼성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 회장 일가의 사재 8천억원을 사회기금으로헌납했다.

◇ 최대 위기 '삼성 특검' 뒤이어 삼성의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2007년 10월 삼성그룹 옛 구조조정본부(당시 전략기획실)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이 회장 지시로 금품 로비를 하고 자신 명의의 비밀계좌로 50억원대의삼성 비자금이 관리됐다고 폭로했다. 이는 앞서의 사건들과 맞물리면서 메가톤급 폭발을 일으켰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의해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이 회장은 자신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이 포함된 '경영쇄신안'을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재판 결과 일부 유죄가 인정돼 이 회장은 2009년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벌금 1천100억원이 확정됐다.

하지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이 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재계와 체육계 등의 건의에 힘입어 유죄 확정 4개월만에 단독 사면을 받았다.

이 회장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삼성전자[005930]의 연간 영업이익은 특검 수사를 받았던 2008년 6조원에서 이건희 회장이 복귀한 2010년 17조원으로 2년만에 3배로 불어났고, 지난해는 29조원으로 늘었다.

최대 위기가 도리어 조직을 재정비하고 긴장감을 불어넣음으로써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 애플 소송·재산상속 분쟁 이 회장이 복귀할 무렵 애플은 아이폰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삼성은 1994년부터 '애니콜 신화'를 일구며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왔으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은 대응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삼성은 아이폰의 국내 상륙을 앞둔 2009년 8월 기존 스마트폰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옴니아2'를 출시했으나 아이폰과 경쟁하기에는 기술 격차가 너무 컸다.

이듬해 역량을 결집한 본격적인 스마트폰 '갤럭시S'를 내놓고서야 비로소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삼성은 갤럭시탭, 갤럭시S2, 갤럭시S3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빠르게 애플을 따라잡았다.

그러자 애플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2011년 4월 애플은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기술을 모방해 25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며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은 애플에 의해 자사의 무선통신 특허를 침해당했다는 반대소송을 제기했다. 양사는 현재 세계 9개국에서 50여건의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싸움이 지속될수록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의 양강체제는 더욱 굳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애플을 누르고 휴대전화 매출액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삼성은 국내에서도 뜻밖의 분쟁에 휘말렸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 회장의 4조5천억원대 차명 재산에 대해 형인 이맹희씨(전 제일비료 회장) 등이 지난해 2월 1조원대의 소송을 냈다.

고(故)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임에도 모두 이 회장 명의로 실명전환해 독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삼성 측이 차명재산을 실명전환하는 과정에서 협의나 합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일을 처리해 화를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분쟁 과정에서 삼성물산[000830] 직원이이맹희씨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적발돼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시비를 떠나 이 같은 집안 싸움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그룹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삼성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심 재판은 지난 2월 이건희 회장의 승소로 끝났으나, 이맹희씨의 항소로 2심이진행 중이다.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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