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맞아?'…대기업 총수들 한여름 '비상경영'>

입력 2013-08-01 11:46  

이건희 회장 출근·정몽구 회장 회의소집…휴가 잊은 채 '진격'

여름 휴가철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지만 주요 대기업총수들이 회의를 소집하거나 업무보고를 받는 등 휴가철과 상관없이 경영을 챙기고있다.

어려운 국내외 경영 환경을 돌파할 해법을 찾고, 느슨해지기 쉬운 조직에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려는 경영진들의 '역발상'으로 풀이된다.

해외에 머물다 지난주 귀국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출근경영을 재개했다.

지난달 30일 서초동 삼성전자[005930] 사옥 42층의 집무실로 56일만에 출근한이 회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으로부터 하반기 사업 전략과 함께 최근잇달아 발생한 공장 안전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출근으로 그룹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수뇌부는 2∼3일 전부터 업무보고 준비에 들어갔다. 일부 임원은 휴가 계획을 세웠다가 접고 회사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출근 경영 재개는 특히 최근 반복되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안전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환경안전 인력을 늘리는 등 대책을 강구하는 데도 문제가 이어지자 이 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여름 휴가철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의도가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휴가 기간인 지난달 29일 출근해 계열사 전 사장단이 참석하는 수출확대전략회의를 주재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번 주 공장 가동을 멈추고 생산직 직원 전원이 휴가를 갔다.

임원들도 이때가 휴가철이지만 정 회장은 이에 상관없이 수출전략회의를 연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일 "수출확대전략회의는 매월 마지막 월요일에 여는 정례회의여서 해마다 7월 회의는 휴가 기간에 열렸다"며 "올해가 이례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어쨌든 휴가철임에도 주요 계열사별 경영 현황과 하반기 경영전략을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올해 휴가 기간에도 예년처럼 따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채 매일 출근해 평소처럼 집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만큼따로 휴가를 가지 않고 평상시처럼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에게 화물사업본부장까지 맡겨화물 부문의 실적 부진을 타개하려고 애쓰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최근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사고 수습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지시하며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월례 사장단 회의도 평소대로 여는 등 휴가를 잊은채 업무를 챙기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28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대우인터내셔널 해상가스전 상업생산 기념식에 참석해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올해 여름휴가를 따로 챙기지 않은채 광양·포항제철소와 해외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하반기 경영 전략을 짜는 데 전력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2009년취임 후 휴가를 간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지속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등을 고려해 당분간은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 총수가 사법처리 등으로 부재한 SK, 한화, 태광산업은 총수의 빈자리를 대신해 '비상경영'의 키를 넘겨받은 경영진이 휴가를 반납한 채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공식 휴가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내고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도상반기 경영에서 선전을 했지만 하반기에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불투명이 더해지면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로 닥친 최태원 SK㈜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도 휴가 일정에 영향을 준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의장은 잘 쉬어야 일도 잘할 수 있다며 임직원들의 휴가는 적극 독려하고 있다.

김연배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장(부회장) 역시 별다른 휴가 계획을 잡지 않고있다. ㈜한화의 공장이 이번 주 가동을 멈추고 휴가 시즌에 들어가는 등 일부 계열사는 휴가철을 맞았지만 김 부회장에겐 남의 얘기일 뿐이다.

한화 관계자는 "그룹 현안도 많고 김승연 회장도 안 계신 상황이어서 휴가를 갈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의 경우 그간의 사업과 경영 방식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환골탈태'하겠다며 시작한 Ƈ일 1품목 진단회의'가 최중재 대표이사 사장 주재로 지난주까지2주간 진행됐다. 이번 주부터는 그 결과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한 후속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시장의 개선 여지가 안보이는 데다 국내에선 대기업을겨냥한 국세청, 공정위, 검찰의 전방위적 사정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하반기엔 통상임금 등 노동 문제와 세제 개편, 정기국회의 증인 출석 문제 등이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로 기업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위기경영, 비상경영이 강화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sisyph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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