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②기술개발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4-03-13 06:17  

전기차는 1·2차 석유파동이 벌어졌던 1970년대부터 완성차 업계가 실질적인 기술 검토에 들어갔던 미래형 자동차였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정도로 모터를 돌리려면 안정적이고 출력이 큰 배터리가 필요했고 그 수명 또한 자동차 보유 기간만큼 길어야 했다. 아이디어는 선명했지만 개발이 더뎠던이유다.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뜻하는 2차전지 분야에서 방전이 잘됐던 니켈 계열 배터리를 대체하는 리튬 계열 배터리가 등장하면서 전기차의 상용화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 고유가 이슈가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자 유력 완성차 업체들은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배터리 업체들과 손을 잡고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높였다. 현대·기아차[000270]도 LG화학[051910], SK이노베이션[096770]과 제휴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고출력 배터리로 모터를 돌리고,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인버터가 속도를 조절하게끔 만든 전기차 콘셉트카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전기차의 대중화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고속 충전소가 없으면 충전에오랜 시간을 쏟아야 하고, 고가의 배터리를 장착하다 보니 가격도 비쌌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짧은 거리의 도심 주행에 적합하고, 무게가 가벼워배터리를 덜 쓰는 중·소형 전기차를 양산 모델로 내놨다. 2009년에 나온 미쓰비시의 '아이미브', 2010년에 출시된 닛산의 '리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후 2년여간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뎠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장거리 주행에 문제가 없고 주유가 편한 엔진 차량을 선택했고 전기차에는 '비싸고 불편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런 시각을 180도 바꿔놓은 건 업계의 신성(新星) 테슬라 모터스다. '비싸서더 값진 전기차'를 만들어 구매력 높은 고객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테슬라 제품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양이 매우 많다. 플래그십 차량 '모델 S'는원통형 2차전지 60∼85㎾h분이 들어간다. 최근 출시된 기아차 쏘울 전기차에 투입된파우치형 2차전지 용량인 27㎾h에 비하면 2∼3배 큰 용량이다.

결과적으로 강한 출력을 냈고 장거리 주행도 가능해졌다. 모델 S 기본형의 최대출력은 302마력, 옵션으로 배터리를 더 얹으면 416마력까지 오른다. 정지 상태에서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5초로, 이 정도면 최고사양 프리미엄 세단 수준이다.

완충시 최대 주행거리는 427㎞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가격은 비싸다. 모델 S의 미국 내 판매가격은 7만 달러(약 7천500만원)에서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판매량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2만2천여대를 기록, 유력 메이커들의 동급 최고사양 세단 판매량을 넘었다.

여기에서 테슬라의 전략이 읽힌다. 고객은 '가격 부담이 없고 도심에서 슬슬 타는 전기차'를 선택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스포츠카 성능을 내는 고가의 전기차로판매에 성공을 거두면서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의 애플'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반면 성공 요인을 테슬라의 기술 우위에서 찾는 시각은 많지 않다.

쏘울 전기차는 모델 S의 3분의 1 수준인 27㎾h 용량의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최대출력(111마력)이나 최대 주행거리(148㎞) 등이 뒤지는 것이지 테슬라만의 기술적차별성은 없다고 현대·기아차는 주장하고 있다.

BMW나 닛산 등 다른 글로벌 메이커들이 내놓은 전기차도 테슬라보다 적은 배터리 용량으로 덜 달리는 도심형 차량이 대부분이다. 배터리라는 변수를 제외한 성능의 차이는 신소재 적용을 통해 얼마나 가벼운 차체를 만들고 공기저항이 덜한 디자인을 쓰는지 등에서 조금씩 발생한다.

이 때문에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전기차 시장은 기술적 우열보다 마케팅에서 갈릴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랜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에 충격을 준 테슬라가 전기차시장의 주도권을 쥔 것은 고객 수요를 달리 본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장거리를 달리는 고가의 전기차가 인기 상승세를 지속할지,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의 '도심형전기차'가 반전을 이룰지는 시장 반응을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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