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便紙)에 대한 단상 '늦가을에 쓰는 편지'

입력 2014-06-17 21:28   수정 2014-06-17 21:28

수업시간이면 이따금씩 선생님 몰래 찢어내던 노트 한 장. 이것은 곧 편지지가 되어 꿈 많은 소녀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전통적으로는 '연애감정 고백용'으로 사랑받았으며,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갇혀있었던 사람에게는 유리병 속에 넣어 육지 쪽으로 흘려보낸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라 상상되는 편지.

휴대폰 문자와 이메일에 익숙해지다 보니 편지지 앞에서 마음을 펼쳐 보이는 설렘을 잊고 산지 오래인 요즘, 우리들에게 편지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 아날로그적 향수

편지(便紙)는 편할 편. 종이 지. 즉, 편한 종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편지는 예로부터 소식을 서로 알리거나, 용건을 적어 보내는 글 또는 그리하는 일로 생각됐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전하고자 하는 것을 말 대신 글로 적어 보내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오히려 불편한 종이일지 모르지만 우리 조상들에게는 걸어가는 것보다 더 편한 것이 편지였다.

업무로 인한 내용은 물론, 친구의 안부를 묻는 일, 심지어 청첩장도 이메일을 통해 나눠 주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편지에 대해 아련한 향수를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이유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천천히 오랫동안 걷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동네를 산책하거나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름길을 알고 있어도 먼 길로 돌아 와본 경험이 있을 것. 이런 것들이 바로 편지에 대한 향수와 비교될 수 있지 않을까.

◈ 내 추억의 보물창고

편지를 쓰고 있는 동안은 흩어진 시간의 파편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편지를 쓰기 전 사람은 지금까지의 추억과 시간을 되새기는 과정을 거쳐 옮겨내기 때문이다.

말로 풀자면 직설적일 수 있는 내용도 편지지 위의 글로 옮겨지는 순간 한층 더 정제된 단어들로 바뀐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말로써 상처를 준 사람이 많았을 것. 편지를 통한다면 이러한 과오를 한결 덜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친구, 연인, 가족 등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모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어느 날 책상서랍 한 쪽에 넣어둔 편지를 읽게 될 때면 왠지 추억 속에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 있을 것.

이렇듯 편지는 추억을 꺼내어 전달하고 또한 되받을 수 있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 수많은 이야기들의 기다림 

편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편지지. 사람들은 보통 편지지를 고를 때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한다.

첫 번째는 편지지의 모양이나 크기를 보는 타입, 두 번째는 모양새와 상관없는 실용성과 분량을 보는 타입이 있다.

사람마다 편지지를 고르는 방식은 다를지라도 그 시간이 설레는 것은 매한가지.

이는 저마다 다른 주인에게 보내져 또 다른 주인의 품에 안길 편지지들을 보면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이야기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편지지들은 요즘 전통적인 발상을 뛰어넘어 다양한 형태로 선보여지고 있다. 약봉지를 열면 들어있는 캡슐 안에 돌돌 말려있는 편지지부터 초등학교 시절 만들던 종이컵 실전화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실 전화기 편지지까지. 이외에도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상식을 깨는 여러 가지 편지지가 등장하고 있다.

편리한 디지털세샹 속에서 손으로 직접 쓰는 '손 편지'의 감동은 더욱 특별해 지기 마련. 따라서 최근에는 고마움과 축하,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간단하면서도 창의적인 손 편지 용품들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 편지를 쓰는 순간, 용기를 얻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따금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마련.

햇살이 비치는 조용한 방에서  편지를 쓸 때면 어느새 일상은 잔잔해지고 없었던 용기도 생겨난다.

때로는 나를 성숙하게 할 추억을 퍼올 수 있고, 때로는 나 자신과 직접 마주할 수 있기에 기다려지는 편지를 쓰는 시간. 이러한 시간은 각박한 세상과 마주한 현대인들에게 더욱 필요한 순간일 수 있다.

편지를 쓰는 일에 어색해진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늦가을 저녁, 낙엽 뒹구는 소리를 벗삼아 가슴 고이 간직한 진한 그리움을 토해내 보는 건 어떨까.

한경닷컴 bnt뉴스 오나래 기자 naraeo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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