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요즘 상권에서 '물장사'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요즘 20·30세대는 제로 음료류를 오히려 많이 찾는다. 술집 하면서 요즘처럼 음료 발주를 많이 하는 것도 처음이다."</i>
16일 강남에서 만난 선술집 점주 A씨는 요즘 업종 변경을 고민 중이다. 그동안 그나마 버틴 것이 술장사인데 최근 고객들의 입맛이 변한 것을 체감하면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간 '소버 라이프'(Sober Life·취하지 않은 상태)라고 부르던 20·30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이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의도적으로 음주를 멀리하는 태도)' 문화로 발전하면서 금주 문화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 "회식 때도 제로콜라만 엄청 마신다"
과거와 달리 젊은 세대가 술에 대한 선호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여기저기 통계로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NH농협은행이 농협카드 고객과 NH멤버스 회원 등 1200만여 명의 소비 데이터 2억6000만 건을 분석해보니, 주점 카드 결제 건수는 최근 1년 동안 2023년 대비 76.6% 수준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점 업종 가맹점 수 역시 3년 전보다 19.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국세청의 월간 지역경제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소주·맥주 등 주류와 안주를 주로 판매하는 호프주점과 간이주점은 각각 2만656곳과 8188곳으로 각각 9.5%, 10.4% 줄었다. 술집 10%가 사라진 셈이다.
관세청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체 주류 수입액은 12억7374만달러로 2년 전보다 13.5% 감소했다. 여기에 올해 1~2월 위스키 수입 중량은 2880t(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2% 급감했고, 같은 기간 와인 수입 중량도 9730t에서 9536t으로 2% 줄었다.
최근 발표된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19~29세 청년층 중에서 술을 거의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 마시는 비율은 2024년 56.0%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조사가 시작된 2005년(37.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0년 처음 과반을 보이고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더 치솟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현장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학원생은 "대학원 연구실 회식하면 제로콜라만 한 20개 깔고 맥주 3병 정도 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자영업자는 "20·30세대 겨냥한 인테리어로 술집을 하는데, 하이볼 한 잔으로 3~4시간 먹고 간다. 만석인 건 그나마 다행인데 술이랑 담쌓고 사는 것 같다"고 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술값 상승,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류 문화 자체가 변화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는 "밖에선 절대 안 마신다. 너무 비싸다. 차라리 편의점에서 같은 돈으로 맥주나 양주 사서 집에서 마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과거 2000~3000원 하던 소주만 해도 최근 업장에서 5000~6000원에 달하다보니, 가성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 젊은 세대 중에도 30대 이탈 두드러져
2030세대와 4050세대의 주류 문화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도 나왔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구매딥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숙취해소제 전체 구매 추정액은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한 약 470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3년째 하락세다. 선물·업계 증정 제외한 개인 실구매 기준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20·30세대가 주류 시장을 이탈하면서 숙취해소제 시장 전체 규모도 줄어든 가운데, 40대와 50대 남성의 숙취해소제 구매액이 각각 1.0%, 4.7% 증가한 점이다. 신입사원이나 대리급은 술을 멀리하지만, 차장과 부장급은 여전히 전투적으로 술을 마시기 때문에 숙취해소제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주류 시장 축소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후기 밀레니얼'로 현 30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 20대는 원래 주류 소비가 적었는데, 기존 주류 핵심 소비층 중 하나였던 30대 이탈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는 지난 3월 보고서(202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20~56세 남녀 600명을 패널 조사 기반)를 통해 "후기 밀레니얼의 술자리 횟수는 전년보다 19.0%, 결제자 수는 16.3% 줄어들어 평균 감소율(각 -12.4%, -10.4%)보다 확연히 높았다"며 "Z세대는 2025년 술자리 횟수가 11.4%, 결제자 수가 8.2% 줄어들어 평균보다는 감소폭이 작았다. 이는 Z세대는 이미 술자리 빈도가 세대 중 가장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전통적 경기흐름 의존 주류 안 통해"
전반적인 음주 감소는 국민 건강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오랫동안 형성된 외식산업과 주류산업 등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여파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삼일PwC 경영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전통적인 경기흐름에 의존하는 희석식 소주나 맥주가 아닌 주당들의 취향과 트렌드에 적시에 대응하는 신규 상품들을 발굴해 볼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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