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바윗길을 가다(4) 별을 따는 소년들 길 / 지구혹성에서 별을 따다

입력 2014-09-25 15:43  


사진 한 장의 위력은 크다. 오래전 만났던 행위예술가 강만홍 교수는 단지 인도사진 한 장을 보고 편도 항공권만 끊어 무작정 인도로 먼 길을 떠났다는데 아마도 그에게 한 장의 사진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사진 한 장에 반해 등반의 길로 들어선 산악인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 50~60대의 산악인들 중에는 프랑스팀의 안나푸르나 초등시 모리스 에르족을 구출한 가스통 레뷔파의 등반 사진을 보고 불꽃처럼 타는 열정을 느꼈으리라.

등반행위를 예술로까지 승화시켰다는 말을 듣는 가스통 레뷔파의 책 <암과 설>은 그랑드 조라스를 비롯한 6대 북벽을 무대로 산과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저자의 멋진 등반 모습은 당시 산악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앞두고 힐러리 스텝을 넘는 산악인들의 사진과 몽블랑 정상을 향해 나이프 리지를 올라가는 등반팀 그리고 아마다블람에서 비박을 하는 사진들 또한 산악인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설악산 ‘별을 따는 소년들 길’ 리지 또한 그렇다. 등반의 난이도를 떠나 이곳 등반코스에서 찍은 사진은 작은 우주를 연상시키고 세상과 구별된 신천지를 생각게 한다. 등반자 너머로 보이는 토왕폭은 우주의 심연에서 떨어지는 생명의 폭포와도 같고 이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에델바이스는 생명의 근원인 듯도 싶다. 별을 따는 소년들 길은, 정말 아름다운 혹성에서 별을 따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별을 따는 소년길은 보통 초급자 코스로 알려져 있고 또 그렇게 많이 등반하지만 등반자의 느낌에 따라서 난이도가 판이하게 틀려지는 리지 코스다. 우선 고도감이 만만치 않다. 등반을 하다보면 걸어가는 리지구간도 나오지만 좌우로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에서는 오금이 저려온다.

등반자에 따라서는 이 코스를 “쉽다”고도 하고 오히려 “꼬르데 길보다도 어렵다”고도 하는데 이런 말들이 다 틀린 것만은 아닌 것이다. 별을 따는 소년들 길은 또한 하산하는 워킹길이 만만치 않아 종종 2차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다. 특히 우천시에는 하산길이 무척 위험하다. 그래서 이곳은 항상 겸손한 자세를 필요로 하는 곳이다.


별을 따는 소년길은 등반 출발지점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설악산소공원입구에서 천천히 약 2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접근로는 비룡폭포 입구에서 시작된다. 성격이 싹싹한 주인이 등반객을 반갑게 맞는 마지막 상점 미리내집을 지나 비룡폭포를 향해 올라가야 한다. 비룡폭포 상단부에서 다리 쉼을 하고 왼쪽 능선을 따라 약 20분 정도를 천천히 가다보면 좌측으로 솜다리 추억 리지의 들머리가 나오고 여기서 다시 10분 정도를 가면 드디어 별을 따는 소년길의 첫 볼트를 만날 수 있다.

별을 따는 소년들 리지 코스는 경원대 산악회에서 1997년 개척한 코스다. 모두 열 한 마디에 등반길이는 약 400미터 정도다. 등반을 하다보면 낙석이 꽤 많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선등자는 물론이고 후등자들도 낙석에 주의해야 등반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별을 따는 소년들 첫째 마디 앞에 서서 뒤를 돌아다보면 설악산 노적봉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노적봉에는 또 다른 리지길인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이 있다. 첫 볼트 지점에서 전방을 바라다보면 약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바위가 나타난다. 경사는 약 60도 정도 되지만 크랙의 홀드가 아주 좋아서 큰 힘 들이지 않고 등반할 수 있다.

둘째 마디 역시 45미터의 크랙길이다. 사실 까다로운 슬랩이 많은 인수봉과 달리 설악산을 비롯한 지방의 산들은 대부분 크랙과 페이스 등반이다. 2피치 출발지점에서는 암릉의 날등을 등반하면서 잡목지대로 들어선다. 다음에 경사가 완만한 슬랩을 지나 약 3미터 높이의 직벽을 오른다.

셋째 마디는 약 30미터의 암각으로 이루어진 완만한 경사의 슬랩길이다. 넷째 마디는 난이도 5.8의 크랙길이다. 가파르게 곧추서있는 작은 암봉을 올라야 한다. 슬랩을 타고 올라 오른쪽의 홀드를 잡고 크랙길로 간다. 그곳에 만만치 않은 5미터의 수직벽이 서있다.


다섯째 마디는 난이도 5.9가 나오는 인공 혼합구간이다. 소나무확보지점에서 왼쪽 짧은 슬랩을 올라 역시 직상크랙으로 간다. 이 크랙에는 3개의 볼트가 있다. 페이스 등반을 해야 한다. 별을 따는 소년들 길은 대개의 경우 배낭을 메고 올라가기 때문에 배낭무게 때문에 슬링줄을 하나 잡아도 이 수직벽을 올라가기가 간단하지만은 않다

여섯째 마디는 암릉의 날등을 타고 오른다. 침니 모양의 바위를 오르면 여기가 바로 멋진 1봉 정상이다. 정상에서 약 10미터의 하강을 한다. 25미터 길이의 일곱째 마디는 인공구간이다. 크랙의 좌우로 스탠스가 많아서 등반이 용이하다. 일곱째 마디 등반이 끝나면 드디어 서서 가는 구간이다. 약 50미터를 지나면 키보다 훨씬 큰 바위를 레이백으로 올라야 한다.

난이도 5.7의 여덟째 마디. 바위를 넘어 뾰족한 바위지역을 통과하면 평이한 여덟째 마디를 지나게 되고 아홉째 마디 크랙을 통과해서 경사가 심한 열째 마디를 넘어서면 아름다운 2봉 정상을 만날 수 있다. 2봉을 등반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가히 압권이다. ‘별을 따는 소년들’이란 이름이 왜 붙었는지 알 수 있다. 약 30미터 길이의 열째 마디는 전 구간을 통 털어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 것이다.

마치 새로운 혹성에 와있는 것 같은 이 구간은 빨리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다. 2봉 정상에 오른 등반자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면 마치 별을 따고 있는듯하다. 그 풍경은 설악산에 위치한 리지가 아니라 이름 모를 한 혹성의 어느 숨겨진 지역 같아 보인다. 이 구간의 모습은 몽블랑 산군의 눈부신 풍광을 볼 수 있다는 코스믹 리지처럼 크고 우주적이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신비한 맛이 그와 비견될 정도로 멋진 곳이다.

이제 정상지역의 능선을 따라 약 40미터만 걸어가면 등반은 끝이 난다. 물론 워킹으로 비룡폭포에 이르는 길까지는 가파르고 조금은 짜증나는 하산길이 남아있다. 그러나 별을 따는 소년들 길을 완등하고 제2봉을 바라보는 기분은 마냥 흐뭇하고 즐겁다. 제2봉을 향해 다른 등반자들이 하나 둘 이어서 올라오고 있다. 그들은 모두 하나처럼 별을 따는 소년들이 되어 있었다.

한경닷컴 bnt뉴스 김성률 기자 kimgmp@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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