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준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벌써 두 번째 인터뷰다. 컬렉션 작품에 반해 그를 찾게된 것이 2012 S/S 시즌 때. 그의 사려깊은 배려와 고집 있는 브랜드 철학에 반해 또 다시 찾게 된 신재희 디자이너의 쇼룸은 컬렉션을 앞두고 엄청나게 분주했다.
네 시즌이 지났지만 종전 인터뷰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블랙 코트와 뿔테 안경을 쓰고 우리를 맞이한 신재희 디자이너는 “제가 살이 좀 붙었어요”라는 말과 함께 빽빽한 스케줄 속에서도 웃으며 살가운 모습을 보여줬다.
2012 S/S 시즌 때는 신인의 느낌이 강했지만 네 시즌이 지난 지금 그는 패션계의 가장 ‘핫’한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런웨이 형식을 깬 파격적인 익스비션, 영상과 비올리스트만으로 꾸며진 그의 독특한 쇼 형식은 매 컬렉션마다 주목받으며 해외 바이어 및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3월25일부터 시작되는 서울패션위크도 그를 가장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 두 번이나 찾아뵐 정도로 매력 있는 감성과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 내면의 가치를 그릴 줄 아는 남자 디자이너 신재희를 만났다.
■ 원빈, 권상우, 소지섭, 현빈, 김수현까지, 탑스타를 사로잡다!
그가 ‘jehee sheen’을 론칭한지도 벌써 5년. 수많은 컬렉션과 대내외적 활동을 거치면서 ‘jehee sheen’은 탑스타들이 가장 사랑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굳이 입어달라고, 협찬하지 않아도 현빈, 소지섭 등의 스타들이 직접 구매를 희망할 정도.
“어느샌가 많은 스타분들이 우리 옷을 입어주고 사랑해주고 있더라. 광고 촬영할 때나 매거진 촬영, 사복으로도 입으신다. jehee sheen이 단정해보이긴 하지만 얼마든지 입는 방법이나 스타일링에 따라 유니크하고 다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그런면에 있어서 스타들이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작품이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참 행복하고 뿌듯한 일인 것 같다”
남성의 가장 기본적인 수트라인을 고수하면서도 그 사이에 유니크한 멋이 있는 신재희의 작품이 스타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브랜드의 철학이나 작품에 영향이 미칠까봐 쇼 자체에도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지만 이렇게 스타들이 스스로 나서서 구매를 희망한다는 것 자체가 jehee sheen만의 경쟁력인 것이다.
혹시 그 안에 디자인 뮤즈가 있냐고도 물었다. jehee sheen이란 브랜드가 동양철학을 따르고 블랙컬러, 침묵, 중용 등 진지한 콘셉트를 주로 내세우기 때문에 너무 관념이나 사상에만 치우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작품 안에서의 연기와 이미지를 떠나 라이프 스타일로만 봤을 때 배우 최민식씨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에서 풍겨나오는 이미지가 너무 좋다. 엄청나게 트렌디하게 옷을 입으시는 배우는 아니지만 디자이너로서 그 분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한다. 절제와 진지한 면, 유머러스한 면이 다 계실 것 같다. 완전한 성인(聖人)이 아니기에 그 모습에서 많은 부분 매력을 느낀다. 디자인 뮤즈로 가장 가깝다.

■ 익스비션, 비올리스트, 2013 F/W 신재희의 숨은 병기는?
매 컬렉션마다 신재희 디자이너는 독특한 컬렉션 형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보통 컬렉션을 말할 때 모델들이 무대 위를 캣워크하는 런웨이를 떠올리지만 신재희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이나 바이어들을 당혹케 하곤 한다.
“쇼 형식에 크게 집착하지는 않는다. 나는 컬렉션의 콘셉트를 그대로, 온전하게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을 뿐이다. F/W 시즌 때는 일부로 관객들을 압박했고 반응은 극과 극이였다. 의도한 부분을 알아주시는 분이 계셨다면 난 만족한다. 쇼는 평가보다는 이해해주시는 소수를 위한 전개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지만 한 시즌을 위해 컬렉션 작품에 올인하면서도 영상이나 기타 효과들로 인해 작품의 디테일이 가려지지는 않을까 우려도 됐다. 보통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런웨이 위 작품에 비해 익스비션 등의 설치형 무대는 옷의 디테일이 가려질 수 밖에 없다.
“솔직히 그렇다. 런웨이가 아니면 작품의 전반적인 디테일을 잘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작품의 디테일적인 데미지를 감수하면서라도 난 콘셉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설치미술과 영상은 런웨이 비용의 배가 든다. 기존의 런웨이 방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베스트겠지만 jehee sheen은 상품성 전에 브랜드 철학과 매력을 갖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빠져들어야 궁극의 경쟁력이 생겨나고 또 그것이 차별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해 다양한 표현법을 활용한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상품성을 뜻하는 ‘캐시카우’를 버리기가 참 쉽지가 않다. 매 시즌을 준비하고 컬렉션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캐시카우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신재희는 론칭 5년을 넘어가는 와중에도 상품성보다는 아직도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전초전에 활력을 다하고 있다.
분명 백화점 편집샵이나 온라인 몰 등을 통해 예전보다 비즈니스적 요소가 가미된건 사실이지만 내면의 가치를 디자인하고 그려내는 그만의 관념적인 사상과 브랜드 철학은 jehee sheen이 단기간에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올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 소주 한 잔 할 줄 아는 男子, 디자이너 신재희
오랜 유학생활로 와인에 더 길들여진 줄 알았지만 신재희 디자이너는 소주 한 잔의 거친 맛도 즐길 줄 아는 남자였다. 디자이너로서의 여성적인 감성을 무뎌지게 하는 경향이 있어 소주를 피하려고는 하지만 끊을 수 없다는 그는 그래서 이번 컬렉션의 주제도 도시 남성에게서 느껴지는 ‘침묵’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디사일런트=침묵하다’다. 도시를 유랑하는 유목민을 표현했으며 노마드적이고 느와르적인 요소가 많다. 방랑자와 같은 느낌,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 유랑하는 방랑자적 남성상, 그 안에서의 묵언수행을 컬렉션으로 풀기 위해 노마드적인 콘셉트로 접근했다”
이어 “모든 착장에 숄칼라가 들어간다. 아날로그적인 터치, 전체적으로 갖춰입은 듯한 느낌이 들지만 울 소재와 기본적인 남성의 타이가 아니기에 탐험가 같은 느낌도 든다. 코트와 아우터가 길이감이 있어 도시를 휘젓는 느와르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그의 컬렉션 주제는 이번에도 진지함과 사상, 관념에서 비롯됐지만 수트를 가장 잘 알고 표현하는 jehee sheen의 디테일적 요소가 또 어떻게 관객들을 흥분시킬지 내심 기대가 됐다. 2013 F/W 컬렉션에는 어떤 ‘비장의 무기’가 있냐는 인터뷰 질문에 런웨이로 보여드리겠다며 이번에는 편하게 보시라는 신재희 디자이너의 말투에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네 시즌이 지나서 찾아간 그와의 두 번째 인터뷰는 디자이너 이름 하나만으로 쇼를 보게끔 하는 확신을 지어줬다. 인간 본질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jehee sheen. 이미 가장 ‘핫’한 디자이너 브랜드로 떠올랐지만 그의 확고한 신념이 변하지 않는 한 패션계의 한 획을 그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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