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가의 서' 최진혁 "사랑하는 사람 위해서라면 구월령처럼…"

입력 2013-05-13 10:57   수정 2013-05-13 10:57


[윤혜영 기자 / 사진 이현무 기자] 천 년 만에 누군가 마음에 들어왔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오랜 시간 지리산을 수호하던 구월령은 나무에 묶인 채 "도와주세요"를 외치는 한 여인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자신의 운명이 바뀔 것을 알면서도 모든 걸 바치며 사랑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신수의 모습을 들켜 잠들게 됐다.

MBC 수목드라마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 김정현)에 단 2회 출연했지만 이승기-수지 커플의 케미를 앞설 만큼 시청자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으며 재출연까지 확정한 배우 최진혁(28)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 bnt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최진혁은 "이 드라마가 무조건 잘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구월령이 이렇게 반응이 있을지는 몰랐다"면서 "1~2부는 (이)연희랑 제가 주인공이라 부담스러웠다. 이번 드라마로 남자 구미호를 처음 보여주는 거고 또 얘기를 끌어가는 것도 구월령이지 않느냐. 또 1~2부가 잘 나와야 3부부터 힘을 받는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출연소감을 전했다.

대개는 아역이 드라마의 초반을 책임지지만 '구가의 서'는 독특하게도 주인공의 부모 이야기가 다뤄졌다. 게다가 '구가의 서'의 상대는 KBS2 '직장의 신' 김혜수-오지호,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유아인. 시작 전부터 쟁쟁한 배우들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일까. 큰 부담 탓에 탈모까지 왔다.

"초반에는 잘 몰랐는데 중반 넘어가면서 분장팀에서 가발 씌우다가 가마가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하나 있는 게 다라고 했더니 '그 앞부분에 땜빵이 있어요'라고 하는 거에요. 보니까 머리가 동그랗게 빠져 있는데 바로 옆을 봤더니 하나가 더 있었어요. 중학교 때 그런 적이 있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첫 등장부터 신비로웠다. 구월령은 누구의 발도 닿지 않았을 것 같은 깊은 산 속에서 환상적인 선율을 타고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 에드워드를 연상시키듯 날아와 윤서화(이연희)를 만났다.

상대역이었던 이연희와의 호흡에 대해 묻자 "이 질문은 절대로 안 빠졌던 것 같다"고 웃으면서 "우리 두 사람이 앞으로 계속 나오는 것도 아니고 1, 2부 안에 다 쏟아부어야 되는데 둘 다 빨리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여배우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먼저 다가오기도 하고 정말 털털했다. TV에서 볼 때랑 많이 달라서 되게 놀랐다"고 답했다.

이어 "두 번째 봤을 때 연락처를 교환했다"며 "자주까지는 아니어도 연락을 한다. 방송 끝나고도 '우리 고생한 만큼 너무 잘 나와서 다행이다'고 문자를 보냈었다"라고 덧붙였다.

구월령은 마치 7살 어린 아이를 보는 듯 해맑게 웃으며 산토끼, 거북이, 나비를 잡아주기도 하고 복숭아 더미와 꽃을 나무째로 가져오는 등 자신의 방식대로 정말 열심히 사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미호가 그렇듯 인간이 되기 11일을 남겨놓고 그녀를 지키려다 그의 숨겨진 본 모습을 보이게 됐다. 하지만 구월령은 죽을 위기에서 자신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열쇠까지 스스로 포기하며 천년악귀가 되고 말았다.

"제가 최진혁으로 살 때 그런 일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는데 구월령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천 년 동안 지겹게 살다가 진짜 가슴이 뛰고 인간이 되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나를 배신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여자를 찔러야지 제가 화를 면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까지는 못할 거 같아요. 그 정도까지 월령이가 목숨이나 삶에 집착하는 거 같지도 않고. (실제) 저라도 사랑하는 여자라면 그럴 거 같아요."

그런 순수한 사랑에 많은 시청자들은 '구월령앓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2회를 위해 무려 두 달간 촬영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1회 때 신수로 변하는 신을 찍으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렌즈를 껴봤다는 그는 "강풍기로 바람을 날려서 산에 있는 온갖 먼지들이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렌즈가 맞지 않아 각막에 상처가 났고 그 상처 속으로 먼지가 들어가 각막염에 걸렸다"면서 "3~4일 동안 계속 눈물도 나고 눈곱도 끼고 눈도 붓고 힘들었다. 원래 시력이 2.0-1.5인데 렌즈에 대한 무서움 때문에 괴로웠다"고 밝혔다.

힘은 들었지만 그의 얘기 곳곳에는 '구가의 서'와 구월령에 대한 강한 애착이 묻어나왔다. 최강치(이승기) 역보다도 "나에게는 구월령 역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 특히 그는 이성재, 조성하 등 선배들에 대해서도 굉장한 고마움과 존경심을 표했다.

"이성재-조성하 선배님 같은 경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급을 많이 하셨는데 거의 조카뻘되는 후배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뒷받침해주셨어요. 제 생각에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 현장에 가면 후배들이 뻘쭘할까봐 먼저 농담도 하시면서 챙겨주세요. 제작발표회 때도 보통 사람들이 많이 아는 선배님들에게 질문이 많이 가잖아요. 그래서 그랬는지 '월령이가 영화 찍듯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구미호계 아이돌이다' '정말 잘 어울렸다'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동 받았죠. '이런 선배들이 어딨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쉬지도 않고 조곤조곤 고마움을 전하던 최진혁은 조성하와 처음 만났을 때 겪었던 일화도 공개했다. "숙소가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조성하 선배님이 방을 잡아주셨다"고 말문을 연 그는 "그날 촬영이 새벽 2시쯤 끝나서 1~2시간 자는 거였다. 엄청 추울 때였는데 난방이 되지 않았지만 '왜 난방이 안 되냐'고 얘기할 시간도 아까워서 별별 옷을 다 껴입고 그냥 잤다"고 회상했다.

그는 "결국 목감기가 제대로 걸렸다. 그 다음날 소리지르는 신을 찍어야 되는데 목이 쉬어버렸다. 조성하 선배님이 '목이 왜 그러냐'고 물으셔서 난방이 안 되는 데서 자서 감기기운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더니 '전화를 하지 그랬냐. 형 방에 침대가 비었는데'라고 하시더라"고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 뵌 날이라 사실 연락처도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한 2주 후에 연락처를 교환했는데 되게 웃겼어요. 선배님은 그게 진심이었던 거에요. 그렇게 얘기해주시는 자체가 정말 감사했죠. 저도 연속극을 많이 했었지만 7~8개월을 촬영하면서도 그렇게는 잘 안되거든요. 조성하 선배님도, 이성재 선배님도 배우를 떠나서 '인간적으로서 보고 배울 점 많은 분들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면서까지 "선배님들 얘기는 꼭 실어주세요"라고 반달눈으로 웃어보인 최진혁. 그는 '구가의 서'에 다시 등장해 또 한 번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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