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리랑 랩소디' 인생의 깊이만큼 보인다

입력 2013-08-02 22:46  


[윤혜영 기자] 오감으로 맞추어가는 큐브 연극 '아리랑 랩소디'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7월19일부터 8월11일까지 평일 8시, 주말 3시, 6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연극 '아리랑 랩소디'가 공연된다.

이 연극의 시작은 작은 마을에 유랑극단이 머물면서 배우와 순사의 오해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배우와 현실에서 피비린내 나는 삶을 살아가는 마을사람들, 그리고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사람을 고문하는 고문관, 그에게 인간적인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미모의 여배우까지. 사건의 사건이 꼬리를 물고 연극 속에 연극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극의 중반부를 넘어설때는 꼬일 대로 꼬여버려 더 이상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을 보여준다. 그러나 뒤틀리고 꼬여버린 정점에 다다랐을 때 인간의 깊은 고뇌에 대한 휴먼 터치를 한다.

내 안에 광대의 모습을 보고 끊임없이 고뇌하는 주인공 오희준. 그가 휘두르는 채찍으로 살점이 하늘로 치솟아 피비린내가 나야 살아갈 수 있는 고문관 박살제. 고민과 번뇌의 끝에서 그들은 한 인간으로서 자기가 살아야 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6각의 규브가 다시 정사각형을 향해 맞춰지듯 상황과 이유들이 맞아 떨어진다. 극의 제일 처음 보여주었던 유랑극단 아리랑이 보여준 연극부터 시작해 그들이 그렇게 아파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과 결과들이.

그렇게 기억을 더듬어 머릿속에 극의 첫 장면이 떠오를 때 무대에는 떠나는 자가 있고, 남는 자가 있다. 모두 자신이 선택한 삶의 길이지만, 그들은 그 선택을 믿고 또다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다.

인생의 깊이만큼 보이는 연극 '아리랑 랩소디'
우리는 왜 연극을 보는 걸까? 배우는 왜 연극을 공연할까? 뻔한 물음이지만 뻔한 대답이 아니길 바라면서 다시금 묻게 된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아리랑'은 어떤 의미일까?

젊은이들은 '나운규'는 몰라도 '아리랑' 노래를 부를 줄은 안다. 젖먹이 아이도 '아리랑' 가락에 몸을 흔들 줄 안다. 한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아니,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내 이야기와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팍팍하고 척박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당신의 가슴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있는가?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만이 외로움을 안다고 했던가? 이제는 더 이상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리라.

연극 '아리랑 랩소디'는 그러한 당신에게 말한다. 당신을 믿고, 당신이 선택한 그 길을 자신있게 가라고.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만큼 세상이 보이고 이해된다. 연극 또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깊이 만큼 보여진다. 그래서 '아리랑 랩소디'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부르는 광시곡이다.

듣는 마음으로 연극을 보다. 연극 '아리랑 랩소디'
영화를 볼 때나 연극, 뮤지컬을 볼 때 우리는 각자 자신의 관심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관람을 한다. 어떤 이는 음악에, 어떤 이는 무대 미술을, 어떤 이는 스토리를, 어떤 이는 배우들의 의상에 집중한다. 

연극을 보는 게 아니라 들어보자. 연출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주인공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들려주려고 하는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인생에는 공식이 없다.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정답이 없다. 정답이 없는 연극 '아리랑 랩소디'는 배우와 스텝, 연출이 각자의 할 일을 다하며 99도의 온도를 맞춰놓는다. 이제 나머지 1도는 관객의 몫이다. 그렇게 관객과 함께 할 수 있을 때에만이 100도가 되어 물이 끓어오를 수 있다. (사진제공: 극단 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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