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중국의 유럽 공략, 시작이 반이다

입력 2013-09-16 01:30   수정 2013-09-16 01:30


 중국의 해외 진출 기세가 심상치 않다. 그 동안 아프리카, 중동지역에 머물렀던 행보가 서서히 자동차 본고장 유럽을 향하고 있어서다. 지난 3월 중국 체리자동차가 제네바모터쇼에 쿠오로스 세단을 내놓은 게 시작이었다면,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자리잡은 장안자동차의 여러 차종은 의미가 남다르다. 쿠오로스는 '독일 개발-중국 생산-유럽 수출'이란 과정을 거치며 유럽을 강조했으나 장안차는 철저히 '중국 개발-중국 생산-유럽 수출' 전략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장안차는 중국 내 여러 토종 브랜드 중 하나지만 우리에겐 마쓰다, 포드, 스즈키의 중국 파트너로 많이 알려졌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장안차 전시장에는 준중형급에 해당하는 에아도(EADO)와 도심형 SUV CS를 집중 전시했다. 에아도 XT는 얼마 전 중국 내 출시한 준중형급 신차로, 1.5ℓ 터보 GDi와 1.6ℓ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다. 회사는 공회전방지장치와 모터 출력이 20.5㎾에 달하는 하이브리드도 무대에 올랐다. CS로는 보그너워 터보를 탑재한 1.8ℓ 엔진 및 일본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75’와 1.6ℓ 엔진의 '35'를 선보였다.






 물론 전시차를 보면 아직 미흡한 곳이 적지 않다. 내장 패널은 여전히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멀고, 부품 간 조립간격도 일정하지 못해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그러나 무기를 가격으로 내세웠다.
 
 현장에서 만난 장안차 관계자는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모터쇼에 참가했다"며 "일단 제품을 선보인 뒤 진출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물었더니 대답은 간결했다. "아직 미정이지만 한국차보다 싸게 팔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최근 유럽 불경기를 감안하면 가격은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유럽 소비자들의 가격민감도는 한국차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게 매우 익숙한 지역이 유럽"이라며 "최근들어 실속 소비층이 더욱 두터워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소형차가 주력인 유럽에 중국산 준중형 및 도심형 SUV의 진출은 한국차가 가격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장안차가 실질적으로 유럽에서 노리는 승부처는 소형차시장이다. 장안차 관계자는 "소형차에 강한 스즈키를 파트너로 두고 있어 향후 독자적인 소형 모델의 투입이 어렵지 않다"며 "전시차종은 현재 독자 브랜드로 중국 내에서 판매하는 차를 내놓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독자 브랜드의 존재감을 유럽에 알린 뒤 승부는 소형차로 걸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차의 해외 진출 원동력은 합작사를 통한 경험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국 내 거대시장을 노린 해외 브랜드가 중국 토종 브랜드와 손잡고 대륙시장을 개척하는 사이 토종 브랜드는 그들의 기술력을 활용해 독자 브랜드를 해외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실제 이번에 장안차가 전시한 차 가운데 에아도는 포드와의 합작을 통한 기술경험으로 개발했다.






 중국이 수출에 적극적으로 달려들 경우 단시간 내 품질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글로벌 부품기업의 중국 진출에 서 찾을 수 있다. 보쉬와 컨타넨탈 등 글로벌 주요 부품기업이 모두 중국에 진출해 있어서다. 완성차회사의 기술력 가운데 하나가 부품공급 능력임을 감안하면 중국 내 글로벌 부품기업의 다양성은 중국차의 해외 시장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

 독일 부품기업인 보쉬 관계자는 "중국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현지 생산, 현지 공급 전략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토종 브랜드가 요구하는 부품 스펙도 가격에서 점차 기술과 품질로 변하고 있다"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소싱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장안차 관계자는 그러나 "유럽 진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애써 자신감을 감췄다. 지난 3월 유럽에서 기아차를 잡겠다며 발톱을 드러낸 체리자동차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장안차의 유럽시장 진출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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