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예나 기자] “우리는 주부 대표이기 때문에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같이 막연히 꿈꾸며 살아온 분들에게는 용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작은 소망들을 한 발 앞서서 실천하다보면 언젠가는 주부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유정)
말 그대로 ‘아줌마’다. 리더 김유정의 소개대로 소녀시절은 주부를 대표해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아줌마 그룹이다. 늘씬하고 화려한 외모는 여느 걸그룹 멤버 못지않지만 이들은 놀랍게도 엄마이자 며느리이자 아내다.
“소녀시절은 주부가 만든 그룹이에요. 아이돌 걸그룹이 잘 닦인 8차선 도로라면 우리는 비포장도로에요. 잘 닦여있지는 않지만 그만큼 운치 있죠. 정도 있고요.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오솔길 같은 느낌이라면 잘 맞지 않을까요?”(유정)
이제 데뷔한지 약 한 달. 대중의 큰 관심에 방송 출연도 잦아지고 그만큼 인지도도 쌓였다. 그러나 아직은 대중의 관심, 시선, 댓글 하나까지도 크게 신경이 쓰이는 신인 그룹 소녀시절.
“저희 기사에 달려있는 댓글은 수시로 확인해 봐요. 읽어보면 호불호가 굉장히 크게 갈려요. 그런데 참 인상적인 것은 우리와 같은 주부들의 응원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에요”(왕희)

최근 데뷔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 발매 기념으로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소녀시절은 결코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릴 스타는 아니었다. 멤버 각자 저마다의 사연과 끼를 가지고 열정으로 무장한 채 서로 손 꼭 붙잡고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신곡 ‘여보 자기야 사랑해’는 영화 ‘첨밀밀’에서 모티브를 따서 만든 세미 트로트 장르에요. 저희가 주부 그룹인 만큼 남편을 향한 세레나데고요.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서 남편에게 아내를 사랑해주고 예뻐해 달라는 애교 섞인 노래에요”(유정)
평균 결혼 기간 5년. 한창 육아나 기타 집안일들이 발목을 잡을 법한 시간이다. 소녀시절은 제각각 가졌던 한 때 풋풋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진짜 본연의 꿈을 이루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저만의 꿈이 있었어요. 출산 후에 갖게 된 막연한 꿈이었죠. 솔직히 ‘주부가 뭘 하겠나’ 생각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미시즈 대회에 출전했어요. 거기서 지금의 멤버들을 만나게 됐고 또 한 번 자극을 받았죠. 미시즈 대회에 나가면 정말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능력 있는 주부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유정)
“앨범 나오고 주위에서 ‘너는 뭔가 할 줄 알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저희 모두 나름대로 자기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꿈을 이루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결코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닌 것 같아요”(왕희)
상상이나 했을까. 주부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고 싶었던 소녀시절이 걸그룹 소녀시대와 유사한 그룹명으로 음원 공개 전부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굴 줄을.
“우리는 평범한 주부였잖아요. 팀 이름 때문에 이슈가 될 줄은 상상해 본 적도 없고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어요”(왕희)
“처음 그룹명을 만들 때에는 ‘부녀회장’ ‘여인천하’ 등 다양한 팀 이름들이 많았어요. 소녀시절도 그 중 하나였고요. 우리 멤버들 모두 예전에 패션이나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경험들이 있다 보니 그 시절이 그리웠을 뿐이에요. 당시 ‘우리가 얼마나 열정적이었나’ 생각하다보니 진짜 소녀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어요”(유정)

더군다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던 그 순간에도 각자 집안일을 하느라 사실을 몰랐다는 멤버들은 아직도 그 당시 기억이 생생한 듯 했다.
“요가 후에 식사 중이었어요. 연락을 받고 꿈인지 생시인지 믿겨지지 않았어요. 더구나 소녀시절 키워드가 금방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 있으니깐 얼떨떨하더라고요. 남편에게 소식을 전했더니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느냐’고 말 했을 정도로 모두 다 신기하게 생각 했어요”(수아)
“사실 실검 1위에 올랐을 때 마냥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우리에게 뭔가 곤란한 상황이 일어난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앞섰어요. 그런데 그 이슈가 반짝 하고 사라진 게 아니잖아요. 그 때부터 꾸준히 소녀시절 찾아주시고, 불러주시는 거 보면 우리가 주부 그룹으로써 바람직한 본보기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왕희)
“특히 친구들 반응이 가장 달라졌어요. 음반 발매 소식을 알리고 나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니 실검 1위를 하고, 소녀시절 기사를 읽어보더니 ‘부럽다’는 반응이 된 거죠. ‘잘됐다’ ‘응원 한다’는 연락도 많이 오는 것 보면 주위 시선들 역시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예은)
아줌마 그룹다운 당당한 모습의 소녀시절 멤버들은 여느 걸그룹 소녀들 못지않은 열정과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겨우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간 것뿐이라는 소녀시절 멤버들이 자신들이 개척한 이 길을 어떻게 갈고 닦아 나갈지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일단 데뷔를 하긴 했는데 힘든 부분도 참 많아요. 사회에서든 가정에서든 자신의 위치를 좋게 유지 시키는 게 가장 힘들잖아요. 우선 가수이기 때문에 싱글 앨범을 주기적으로 발매할거에요. 더불어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주부들에게 힘이 되는 모습들을 보여 드릴거에요. 저희의 당당한 모습에 주부 팬 분들도 힘이 나지 않을까요?”(유정)
기획진행: 이세인
포토: bnt포토그래퍼 오세훈
영상 촬영, 편집: 박수민 PD
의상: 맘누리, 에린블리스
주얼리: 뮈샤, 라뮈샤
구두: 탠디
헤어: 스타일플로어 수 수석실장
메이크업: 스타일플로어 조히 부원장, 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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