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동차의 예술적 변신은 아트인가 마케팅인가

입력 2014-06-23 10:07   수정 2014-06-23 10:06


 흔히 자동차를 종합 과학체라 부른다. 2만개 이상의 단순한 부품이 모인 후 일정한 조작 장치에 의해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기계라는 점에서 과학기술의 집합체란 의미다. 물론 자동차 외에 선박이나 항공기 등도 종합 과학체라 부른다. 그러나 선박이나 항공기는 조종할 수 있는 자가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운전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스스로 기계를 조작하며 즐거움을 느끼려 할 때 자동차만큼 재미나는 기계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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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1 style="BACKGROUND: #ffffff; MARGIN-LEFT: 0pt; TEXT-AUTOSPACE: ;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이성에서 감성으로의 전환
 최근 자동차가 변해가고 있다. 초창기 운반이라는 매우 기초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던 것에서 탈피해 20세기 중반까지는 '운전의 즐거움'이 추구됐고, 지금은 운전 뿐 아니라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공기저항을 줄여 자동차의 기본인 '달리기 성능'을 높이려는 인간의 노력은 디자인을 과학으로 승격시켰고, 나아가 디자인을 이제 예술의 경지에 올리려는 시도가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리려는 행위는 사실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다만 지극히 낮선 예술 소재라는 점에서 이른바 '부분 소재'로만 인식돼 왔을 뿐 그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자동차가 주는 기계적인 느낌이 너무 강한 게 흠이었다. 작고한 백남준 선생이 '비디오아트(Video Art)'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을 때 많은 이들이 예술작품을 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초창기 자동차는 주로 화가들의 그림이나 조각에 소재로 등장했다. 특히 세계 최초의 자동차회사 설립자로 유명한 에밀 르바소(Emile Levassor, 1843-1897)의 조각상은 현재 파리의 포트 마이요에 세워져 있다. 물론 사후에 건립돼 예술이라기보다 프랑스 자동차산업의 자존심 차원에서 기념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자동차도 분명 예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역사적으로 자동차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린 사람으로는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 1881-1947)가 꼽힌다. 이탈리아 밀란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부가티는 부친 또한 회화와 가구 및 건축에 조예가 깊은 예술가였다. 그는 평소 "사각형 피스톤이 아름답다면 서슴없이 원형을 버리고 사각형을 따르겠다"고 했을 만큼 자동차에 있어 예술적 감각을 중요히 여긴 인물이었다. 물론 에토레 부가티가 당시 생각했던 예술은 기계 및 디자인적 예술이라는 한계가 분명했지만 지금도 '하이테크와 예술의 만남'을 시도한 역사상 첫 인물로 회자에 오르내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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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1 style="BACKGROUND: #ffffff; MARGIN-LEFT: 0pt; TEXT-AUTOSPACE: ;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예술작품으로서의 자동차
 이처럼 초창기 자동차와 예술의 만남이 주로 디자인에 기울어 있었다면 최근 등장하는 자동차 예술은 색채 예술로 구분되는 '아트 카(Art Car)'가 주종을 이룬다. 현대에 들어 다양한 색상 예술이 만들어지며 자동차 또한 단순하고 통일된 색상을 벗어날 때가 됐다는 인식이 강해진 덕분이다. 여기에 '팝 아트(Pop Art)'라는 대중예술이 트렌드를 이끌면서 자동차 외형 또한 예술 작품으로 점차 승화되는 중이다. 

 대표적인 색상 예술로서의 자동차, 이른바 아트 카의 선구자는 BMW다. 몇 년전 국내에서 'BMW 아트카' 전시회를 열었을 정도로 색상 예술에 대한 고집은 집요하다. 30년 전 프랑스의 경매인이자 자동차경주 레이서로 활약한 에르베 폴랑(Herve Poulain)이 1975년 친구이자 예술가였던 미국인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에게 BMW 레이싱카 3.0 CSL의 아트 카 제작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아트 카의 등장은 아직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초기에는 르망레이스와 같은 자동차경주에 출전하는 경주차에 다양한 색상을 입히는 일로 아트 카가 시작됐다. 하지만 1999년 아메리칸 컨셉트 아티스트 제니 홀처(Jenny Holzer)가 BMW V12 르망 레이싱카로 만든 '트루이즘스(Trusms)'는 양산 아트 카의 전형으로 꼽히며, 아트 카의 개념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이외 1976년 만들어진 프랭크 스텔라의 아트 카는 그래픽 전용지를 연상시키는 격자무늬를 통해 차체의 곡선과 공간을 3차원적으로 묘사해 냈다.






 현대 미술의 거장 켄 돈(Ken Done)의 BMW M3 그룹 A 레이싱 버전은 앵무새 비늘 돔으로 명성을 얻었다. 켄 돈은 앵무새와 비늘 돔이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과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켄 돈의 M3는 BMW 호주 경기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팝아트 거장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1977년에 제작한 BMW 320i 그룹5 레이싱버전도 아트 카로 이름이 높은 작품이다. 현재 그의 작품은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 전시돼 있을 만큼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979년에 완성된 팝 아트의 창시자 앤디 워홀(Andy Warhol)의 BMW M1 그룹4 레이싱 버전은 앤디 워홀 스스로도 '예술 이상의 것'이로 불렀을 만큼 애착이 큰 작품이다. 모형차에 그림을 완성한 뒤 다른 작업은 기술자에게 맡겼던 다른 예술가와 달리 그는 직접 채색을 완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나는 자동차의 속도에 대한 화려한 묘사를 담아내고자 했으며, M1이 빠른 속도로 움직일 경우 모든 윤곽과 색상은 흐릿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에서의 색상을 흩어지게 만든 것 자체가 고속에서의 현실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물론 앤디 워홀의 M1 또한 1979년 르망 레이스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BMW가 아트 카 제작자로 유명 예술인을 선택했던 것과 폭스바겐은 대중 속에 숨어 있는 예술가를 찾아 아트 카 작업을 진행했다. 뉴 비틀 플라워(Flower)와 사파리(Safari)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뉴 비틀 아트 카 선발대회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며, 팝 아트의 한 형태로 담배케이스를 연상시키는 뉴 비틀과 얼룩말 무늬의 뉴 비틀, 수학공식을 이용한 뉴 비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론 돌리스가 갖가지 색의 옥돌을 이용해 헤드램프를 강조하고, 보닛에 주술적인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은 낮과 밤을 이용한 것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낮에는 주술적인 무늬가, 밤에는 옥돌이 불빛을 받아 영롱함을 뽐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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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1 style="BACKGROUND: #ffffff; MARGIN-LEFT: 0pt; TEXT-AUTOSPACE: ;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시각에서 느낌으로
 예술에 대한 인간의 도전 정신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업종 간 수평적 디자인 교류가 이뤄지면서 자동차의 예술성은 외형 뿐 아니라 실내 곳곳에서도 묻어난다. 명품 패션으로 유명한 '불가리'가 스포츠카 페라리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참여해 기능보다 예술성을 살려내는가 하면 움직이는 모빌(Mobile)로서 자동차가 하나의 예술 장식품이 되기도 한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디자인적 예술과 순수 예술의 구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동차는 기계일 뿐 예술의 소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게다가 자동차 바깥에 회화나 기타 팝 아트 대상을 그려 넣는 일은 단순히 캔버스를 자동차로 삼았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감상의 도구로서 자동차는 '동적 물체'라는 점이 오히려 새로운 예술 영역을 구축하기에 더 없이 좋은 소재라는 게 최근의 대세다. 나아가 자동차에 그려 넣은 예술작품은 자동차가 정지해 있을 때와 달릴 때 모두 다른 시각적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와 예술의 수평적 교류는 여전히 매력이 넘친다는 게 현대 예술가들의 중론이다.






 자동차에 적용된 예술은 가치적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예술가의 혼이 담긴 자동차의 가치 자체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런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동차회사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바로 예술작품의 상업화다.

 이처럼 예술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을 자동차에 대량으로 담아낸 뒤 상업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예술의 상업화라는 비판도 있지만 기업이 예술을 지원할 때는 무언가 대가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트 카의 등장은 곧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작업에서 시작된 것이지, 순수한 예술 지원의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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