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인터뷰] ‘한국의 존메이어’ 빌리어코스티, 그의 ‘소란했던’ 음악과 사랑이야기

입력 2014-06-25 17:43   수정 2014-06-25 17:43


[윤소영 기자] “MSG를 첨가하지 않은 담백한 연주와 담담한 작곡. 단골집의 그 맛.” - 김홍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단, KBS 라디오 PD)

‘슈퍼스타K 2’에서 장재인이 바닥에 주저앉아 자작곡을 부르고 난 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홍대 길거리에서 자신들을 ‘싱어송라이터’라 칭하는 뮤지션들로 가득 찼다.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했던 ‘싱어송라이터’라는 호칭은 이젠 가요계에서 가장 흔해진 단어 중 하나가 돼버렸다. 그래서인지 대중들은 ‘싱어송라이터’ ‘어쿠스틱 음악’에 더욱 냉정해졌고 놀랍도록 실력이 있거나 새롭지 않는 이상 웬만해선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모두 섞은 ‘어쿠스틱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을 건 당돌한 신인 뮤지션이 데뷔했다.

빌리어코스티(bily Acoustie)는 CJ 문화재단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 ‘튠업’에서 우승을 하며 발견된 신인가수다. 유재하 가요제 금상, 파주 포크송 콘테스트 대상, ABU라디오송 페스티벌 대상, KBS영상음악 공모전 대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원래 록밴드 기타리스트 출신. 기타연주서부터 작사, 작곡, 보컬 등 모든 음악작업을 직접 하는 꽤 실력 좋은 싱어송라이터다.

그의 번쩍번쩍한 ‘스팩’보다 필자의 관심을 끈 건 바로 존메이어를 꼭 빼 닮은 목소리와 세련되면서 완숙된 기타연주였다. 8~90년대 한국가요 특유의 담백한 멜로디와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의 조합을 듣고 있자면 마치 존메이어가 김동률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지난 20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번 앨범 ‘소란했던 시절’은 30대가 된 빌리어코스티의 절제된 감성과 담백한 어쿠스틱 멜로디가 어우러져 듣는 내내 안락함과 설레임을 동시에 안겨 준다.

앨범 커버에는 가려져있던 그의 훈훈한 외모와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는 알렉스, 남궁연 등 몇몇 대표 로맨티스트들을 연상케 했다. 노래할 때는 말하는 것처럼 하더니, 말할 때는 또 노래하는 것처럼 말하는 남자. 자장가 같은 그의 편안한 목소리에 인터뷰 도중 낮잠에 빠져들려고 할 즈음, 기타세션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한 그의 흥미로운 음악인생 이야기에 다시 눈이 뜨였다. 


1. 이번 앨범 ‘소란했던 시절에’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30대가 되어서 바라본 20대의 사랑이야기.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는 그 때는 알지 못했던 사실, 지금은 느끼지 못할 그 때의 감정을 담고 싶었다. 수록곡 10곡 중 8곡은 20대 후반에 쓴 곡인데 30대가 되어 다시 불러보니 그때와는 다른 아쉬움과 아련함이 느껴졌다. 그 감정이 잘 표현된 것 같다.

2. 20대의 사랑을 ‘소란하다’라고 표현했다.
20대에 경험했던 사랑은 낯설고, 들뜨고, 설레고, 아프고……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난무 했던 것 같아 ‘소란하다’고 표현했다. 30대의 사랑은 조금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이다. 실수와 오해를 덜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3. 수록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30대가 되고 나서 쓴 ‘너 떠난 그 후’. 싸울 힘조차 지친 상태에서 담담히 이별을 받아드리는 연인을 그린 곡이다.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이별의 아픔을 기타로 표현했는데 격정적인 기타 연주와 내 담담한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 것 같다.

4.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곡이 있다?
‘한참을 말 없이’는 군대 휴가 나와서 이별을 맞은 뒤 복귀해서 만든 곡이다. 불침번 근무 중 가사를 썼는데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이었는지 가장 처량하고 처절한 느낌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자주 가던 카페, 함께 걷던 거리 등 이별은 대부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익숙한 배경에서 낯설어진 우리, 그녀의 모습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5. ‘평범하다’ ‘수록곡 모두 비슷비슷하다’라는 비평도 듣는다. 
대중들에게 먼저 ‘빌리어코스티’라는 뮤지션을 알리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음악으로 먼저 다가가려고 1집 앨범에는 가장 대중적이고 편한 10곡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그런 비평도 종종 받는 것 같다.


6. ‘어쿠스틱’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굳이 어쿠스틱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어쿠스틱만의 자연스러움과 담백함이 좋다. 요즘 가요시장에는 컴퓨터 사운드나 미디로 만들어지는 음악이 유행인데 그런 주류음악에 비해서 좀 더 사람냄새가 나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어쿠스틱의 자연스러운 범주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7. 다음 앨범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가?
사랑에 대한 다른 이면, 다른 감정과 표현을 해보고 싶다. 이번 앨범은 ‘사랑해서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면 다음에는 ‘외로워서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들’에 대해서 불러보고 싶다.

8. 자신의 수식어 ‘한국의 존메이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광이면서도 부담이 되는 수식어다. 개인적으로 내 자신과 존메이어를 비교해 본적은 없다. 살아온 배경과 경험했던 감정이 서로 다르다 보니 내 음악에는 그가 갖고 있지 않은 매우 한국적인 정서와 감성이 깃들어 있다.  

9. 평소 존메이어의 음악을 즐겨 듣나?
너무 유명하고 실력 있는 뮤지션이라 주변에 존메이어의 영향을 받은 음악인 친구들이 많았다.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소리를 종종 들어서인지, ‘자칫하면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겠다’ 싶어 일부로 적게 듣고 피했던 것 같다.

10. 빌리어코스티의 음악을 듣는 동안 김동률, 하림, 윤상 등 많은 선배 가수들도 연상됐다.
10~20대에 어떤 음악을 듣느냐가 평생의 음악을 결정하는 것 같다. 그 시절 훌륭한 선배님들의 음악을 듣고 자라게 되어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고 내 음악에 그 감성이 녹아 있는 것 같다.


11. 많은 실력파 기성가수들이 연상된다는 건 싱어송라이터로써 큰 강점이자 걸림돌일 수도 있겠다.
내가 하는 음악은 유행에 맞춰지거나, 신선하다거나, 독특한 음악은 아니다. 내 노래를 듣고 8~90년대의 감성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 그 옛 감성 안에 내 나름대로의 모던함이 어우러져 있다는 게 빌리어코스티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12. 이번 앨범의 작사, 작곡, 기타연주, 보컬을 모두 직접 맡았다고 들었다. 욕심이 많은 뮤지션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두 곡의 작사는 도움을 받았고 나머지는 모두 직접 했다. 욕심이 많아서라기보단 다른 뮤지션들에게 시간을 뺏거나 민폐를 끼치기 싫었다.

13. 작사, 작곡, 보컬 중 가장 자신 있는/자신 없는 분야는?
음악을 악기로 시작해서 인지 작곡이 제일 편하다. 보컬 준비기간이 제일 짧아서 아직 부담스럽고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기타를 처음 시작했을 때 겪었던 시행착오를 보컬로써 다시 한번 겪고 있는 중이다.

14. 20대 후반에 시작한 보컬 이라기엔 완숙함이 묻어난다. 연습은 어떻게 했나?
처음 보컬을 연습할 때 테크닉적 측면에서 잘 부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드라마에서 배우 손예진씨가 노영심 선배님의 ‘땡큐’를 부르는 걸 봤는데 ‘화려한 테크닉 없이, 여백이 많은 멜로디로도 저런 감정을 내고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구나’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테크닉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노래에 진심을 담는 것에 집중하게 됐다.

15. 전문 기타리스트에서 신인 싱어송라이터로 새 삶을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밴드의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좀 더 나다운 공연과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내 이야기가 담긴 내 노래를, 내 목소리로, 내 감정으로 전달하고 싶어 용기를 갖고 솔로를 준비하게 됐다.


16. 록밴드 기타리스트 홍준섭 vs 싱어송라이터 빌리어코스티
연주자로서의 나는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권유에 의해서 음악을 했던 ‘끌려 다니는 음악인’이었다. 이제야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이 뭘까’를 고민하고 내 자신만의 컬러와 목소리에 집중하는 ‘능동적인 음악인’이 된 것 같다.

17. 그나저나  ‘빌리어코스티’이란 예명의 뜻은 무엇인가?
가끔 누군가를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마 외로워서 그랬을 거야’라고 생각하면 왠지 이해가 되고 마음이 편해진다. 연인관계에서도, 살아가는 삶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상처받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어쩌면 다 사랑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Because I Love You’의 약자 ‘Bily’에 ‘Acoustic’의 애칭 ‘Acoustie’를 더해 ‘빌리어코스티’라고 지었다.

18.  6월 말에 진행되는 첫 단독 콘서트 티켓이 1분만에 매진됐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벤트나 콘셉트가 있다면?
첫 단독공연이니만큼 특별한 콘셉트를 두기 보다는 앨범에 있는 곡들을 라이브로 들려드리는데 중점을 두었다. 다음에 발표할 음원과 미공개 곡 2~3곡, 평소 좋아했던 선배님들의 노래들을 빌리어코스티 버전으로 들려드릴 예정이다.

19. 30대의 빌리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그저 아름답기만 한, 너무 이상적인 것 말고 조금 평범하고 찌질(?)해 보일 수 있어도 우리가 진짜 경험했던 사랑, 이별, 삶을 노래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0. 꼭 한번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올림픽체조경기장 단독콘서트. 데이브레이크 선배님들께서 8년 걸렸다고 하니, 나도 40대쯤엔 설 수 있지 않을까? (웃음) (사진제공: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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