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순수의 시대’ 강한나, 망설이지 않는 여배우

입력 2015-03-22 08:00  


[bnt뉴스 최송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모든 질문에 거침이 없다. 답변은 깔끔하고 정돈돼 있다. 마치 늘 고민해왔던 것처럼.

최근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개봉 후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강한나는 잘 깎아놓은 조각 같았다. 인형 같은 단아한 얼굴도 그랬지만, 망설임 없는 답변들이 더욱 그를 잘 짜놓은 공식처럼 느끼게 했다.

“정사신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성인사극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정사신이 많은 화제를 모았지만, 그 정사신에 담긴 감정신이 더 돋보인다고 생각해요. 기사화 되는 과정에서 정사신이 많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영화에 대한 관심이라고 볼 수 있죠.”

‘순수의 시대’는 조선개국 7년,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한다. 강한나는 극 중 정도전의 사위이자 전국 총사령관인 김민재(신하균)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기녀 가희로 등장한다.

앞서 성인 사극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순수의 시대’는 강렬한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신인 여배우에게는 부담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물었더니, 그는 막힘없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거리낄 것 없다는 듯이.

“이 작품 노출을 위한 노출이었다면 하고 싶지 않았겠죠. 평소 여배우들이 왜 베드신을 부담스러워하는지 오히려 묻고 싶어요. 인물의 감정 선상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그 감정을 드러내는 게 부담스럽고 걱정됐었지, 베드신이 두려웠던 건 아니었어요.”


극 중 가희는 복수를 위해 세 남자와 인연을 맺는다. 목적을 위해 이방원(장혁)과 어울리고, 진(강하늘)의 숨통을 조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 김민재(신하균)의 순정에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이 강렬한 세 인물과 호흡을 맞춰가고, 그 앞에서 각각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오로지 배우 강한나의 몫이었다.

“감독님께서 이방원과 있을 때 편안하고, 거리낄 것 없이 동등해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동맹 관계이면서 계급적인 것에 대한 증오심이 드러나도록 했어요. 진과 있을 때는 도발적이고 어깨도 자유롭게 썼죠. 그를 가지고 노는 듯한 가희를 보여주려고요. 반면 민재와 있을 땐 연민이 느껴지도록 혼란스럽고 연약하게 표현했어요. 표현 전에 각 인물들과의 관계나 전사, 개인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곤 했어요.”

그는 기구한 팔자를 가진 가희의 비어있는 역사를 메꿨다. 그의 유년, 그의 상처들을 상체하고 구체적으로 떠올렸다. “가희는 결코 팜므파탈이 아니라”는 그는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으로는 연약한” 인물을 그려내고자 노력했다.

“가희는 너무 힘든 일을 많이 겪는 인물이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화재로 어머니를 잃는 신이었어요. 초가집이 다 타버리고 제가 어머니의 흔적, 잔해를 어루만지며 오열하는데 너무 슬프더라고요. 나중에 손에 재가 묻고, 그 냄새가 빠지지 않아 고생이었어요. 그런데 그 냄새 때문에 더 잊을 수 없더라고요.”


손에 남은 냄새는 가희의 상처처럼 짙고 지독했다. 몇날 며칠 그 향기를 맡으며 가희의 슬픔을 되새겼다. 이렇게 심적으로도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건만, 강한나는 그와 맞먹는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나루터 신이 진짜 힘들었어요. (웃음) 수중신이 상당히 힘들더라고요. 땡볕에서 대기해 깜깜해질 때까지 촬영이 이어졌죠. 깊은 물이 주는 공포감도 있었고, 앞도 잘 안 보이니까요. 트레이닝을 엄청 해서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코로 물이 들어가니까 급격히 무서워지더라고요.”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에피소드를 늘어놓더니 수줍게 웃어버린다. 담담하고 태연한 태도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신인답지 않다’는 단단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그 아우라는 어쩌면 ‘순수의 시대’를 통해 완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만든다.

“현장에서 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사극에 수중 신, 정사 신, 노출 신이며 격한 감정 신까지 안 해본 장르가 없다고요. (웃음) 와이어 액션만 빼놓고 다 한 거 같아요. 그 친구가 또 그러더라고요. ‘한나야. 이 영화 끝나면 다음에 어떤 장르를 만나도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라고요.”


여배우에게 고되고 힘든 기억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섣부른 생각이었다. 그는 빼곡하게 들어찬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늘어놓으며 “언제 또 이런 사람들을 만날까 싶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에 대한 칭찬은 그의 조곤조곤한 말 뒤에 꼭 따라붙는 추임새 같았다.

“‘순수의 시대’를 통해 극적인 상황과 격한 감정을 보여드렸으니, 차기작에서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것에도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영화를 잘 마무리하고 차기작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이 다음이 중요하겠죠? 부지런히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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