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정’ 김재원, 또 다른 시작점에 서서

입력 2015-10-21 08:00  


[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로맨틱한 미소를 머금은 배우 김재원은 잠시 넣어뒀다. 극중 선조의 다섯째 아들인 정원군의 장남으로 반정을 일으켜 제16대 군왕의 자리에 오르는 인조 역으로 더 참혹하고 더 악랄하게 돌아온 김재원의 변신에 안방극장은 박수를 보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 bnt뉴스는 최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김상호 최정규)의 김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화정’은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이 지닌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항해 개인적인 원한을 딛고 연대하는 광해와 정명 그리고 그런 정명이 인조정권하에서 그 권력과 욕망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이야기.

김재원은 차승원, 이연희, 서강준, 한주완, 조성하 등과는 다르게 극의 갈등이 치달아가는 중반부, 21회부터 첫 등장했다. 그리고 기존의 아름다운 미소가 매력적인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다른 전에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2002년 드라마 ‘로망스’로 순수한 사랑을 그려냈던 김재원의 발칙한 변신이다.

“감독님과 인사차 미팅을 했을 때 ‘광해는 너한테 안 맞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반면 정명공주와 러브라인을 그리기에는 미안해서 인조를 택했죠. 그런데 인조라는 인물의 접근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 싶었어요. 왕 스스로의 독백을 다룬 적은 없었기에 배운 게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난이도는 제일 어려웠어요.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터치를 하기 위해선 조심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칫 제가 잘못 재해석했다가는 또 다른 오점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어려웠지만 일단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싶었습니다.”


김재원은 광해군(차승원)에게 모든 걸 빼앗긴 동생 능양군으로 독기 어린 삶을 살다가 인조반정으로 왕이 된 인조와의 싱크로율을 위해 15kg가량 감량했다. 지금은 다시 살이 붙은 상태지만 ‘화정’을 위해 짧은 기간 동안 다이어트를 해 183cm에 63kg의 몸으로 연기를 펼쳤다.
“한창 살을 뺐을 때 살 좀 찌라고 하시더라고요. 역할 때문에 뺐는데 지금은 찌우는 게 더 쉽지 않아요. 74kg에서 최대 63kg까지 빠졌어요. 조민기(형)이 육포 같다고 하실 정도였죠.(웃음)”

김재원이 열연한 인조는 우리에게 다가오기에 역사상 무능한 왕으로 평가된다. 이에 김재원은 “난 그렇게 평가하지 못하겠더라”고 난색을 표했다.

“백성들의 나약한 현실들을 대표한 그 시대의 왕으로서 쓰디쓴 역사의 굴욕적인 그 인물이 소위 말해 ‘찌질하다’, ‘찌질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건 못하겠더라고요. 지금의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영향이 있든 아니든. 인조와 선조가 후대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모습들 중에서 인간이라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지 않을까요? 한 인간이 똑같은 양상으로 살아갈 것 같지만 배경이 바뀌면 인물의 성향도 바뀔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안에서도 왕으로서 아비로서 남자로서의 수많은 모습들과 인간의 내면 안에는 또 다른 모습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걸 찾았습니다”

“우리의 역사고 우리의 사극이니까 어떤 역사가 됐든 다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선조들의 감상을 몇 줄의 문자로 압축해서 안 좋은 시선에서만 재해석하고 단일화해서 생각할 게 아니라 분명히 괜찮았던 한 순간들도 있었을 거예요.”


그렇게 왕으로서 아비로서 남자로서 그가 직접 표현하려고 했던 인조는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독특하게도 그만의 캐릭터 접근 방식은 “사주팔자”였단다.

“인조라는 인물을 연기하려면 옛날 소설이라든지 콘텐츠라든지 영상과 글과 문헌들로 접근해야 되는데 전 여기에 더해 인조의 성향들과 문헌들을 통해 태어난 시기를 사주팔자로 풀어봤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들 중에서 조금씩 표현을 바꿨어요. 사주팔자 오행을 나눠서 중간에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그대로 받지 않고 제가 생각한대로 풀어봤습니다.”

인조는 결국 외로운 왕이었듯 김재원은 홀로 독백을 하는 신을 비롯해 극중에서도 혼자 겉돌며 꽤 많은 신들을 책임져야했다. 이에 김재원은 “혼자하는 신 이외에도 인조가 얘기해도 아무도 듣지 않으니 결국 독백이 아니겠냐”며 씁쓸한 눈빛을 지어보였다.

“우리가 살면서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 말에 대해서 들어주지 않는 상황들도 많지 않나요? 그렇게 인조가 받았을 상처들과 왕으로서 큰소리를 쳐야할 상황에도 수용되지 못하는 상황들을 보면 인조는 생각보다 어려운 사람이더라고요.”

인조로 큰 변신을 꾀했음에도 분명 그에게도 아쉬움은 존재하는 법. 이에 “사람이 어떻게 늘 100%일 수 있겠냐”며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웃어 보이는 그다.

“애증인건지 사랑인건지 끝내고 났을 때의 아쉬움과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미련을 하고자했던 메시지에 전달하려 해요. 그렇게 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어우러져서 좋은 시간들을 만들고 담고 시청하고 같이 공유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늘 남죠.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매일 100%가 공산품같이 나오겠어요? 능력들이 날마다 다르니까요. 그런 것처럼 연기도 마찬가진 것 같습니다. 늘 열심히 해봐야죠.”


현재 김재원은 MBC ‘리얼스토리 눈’의 진행을 맡고 있다. ‘화정’ 종영 후에도 MC로서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 나가며 차기작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리얼스토리 눈’이 제가 팬들에게 하고 싶었던 내용의 콘텐츠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 목소리로 좋은 동화, 글귀, 시 같은 것들을 남겨주면 어떨까 생각하는 도중에 제안을 받았어요. 시사들과 우리의 모습들을 내레이션을 통해 전해드릴 수 있겠다 싶어 제가 원했던 취지와 부합이 됐습니다.”

“제의를 주신 작품을 예전에는 많이 흘려봤다면 ‘화정’을 통해 이제는 깊이 있게 다시 보려는 마음이 생겼어요. 흐름에 흘러가듯이 작품이 나에게 왔을 때 ‘이걸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역일 것 같다. 그럼 한 번 해보지 뭐. 이제는 할 수 없을텐데. 해볼까?’라고 생각하게 돼요. 생각했던 대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안 되는 부분도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작품의 선택부터 조금 더 깊게 생각해서 볼 예정입니다. 장르, 멜로 구분 없이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든 표현을 해보려고요.(웃음)” (사진제공: 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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