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사고’ 성유리, 여배우가 안고 갈 치열한 숙명

입력 2015-11-02 09:56  


[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시간을 멈춘 듯 변함없는 외모와, 조용한 목소리는 묘한 흡입력이 있다.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그의 걸음과도 비슷하다.

10월29일 개봉된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감독 전윤수, 이하 ‘미사고’)는 가깝다는 이유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찾아온 일상의 가장 빛나는 고백의 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극중 성유리는 막장드라마 주연 여배우이자 까칠한 성격을 가진 서정 역을 맡아 열연했다. ‘초록이와 스토커 아저씨’(감독 파야) 이후 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성유리는 오랜만의 작품에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었다.

“원래도 작품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많아야 1년에 한 두 작품 정도였죠. 요즘에 특히 공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늘 다작을 꿈꾸고 있는데 말이죠.(웃음) 예전 같은 경우에는 작품을 볼 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하나 꽂히는 게 있으면 했던 것 같은데, 이젠 작품을 볼 때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극중 성유리는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진한 화장과 막장드라마 연기로 강한 인상을 심었다. 한 번도 막장드라마를 찍어보지 않았던 그였지만 “생각보다 촬영이 즐거웠다”며 의외의 답을 했다. 매 시간 매 장면에 힘을 빼지 않는다는 감독의 조언에 “저도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서 했다”며 “아무래도 제 안에 서정이가 있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처음에는 제가 서정이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희한하게 공감이 되더라고요. 굳이 막장드라마를 하지 않고 좋은 드라마, 좋은 역을 할 수도 있지만 회사를 먹여 살라고 동생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입장으로서 자신의 욕심을 포기하고 소처럼 계속 일하잖아요. 스스로에게 욕구불만이 있어서 항상 화가 나 있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가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서정이가 그렇게 화려한 캐릭터인 줄 몰랐어요. 아마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고 나서 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드신 것 같아요.(웃음) 화장이나 옷도 섹시하게 바꾸시더라고요. 처음에 저도 당황했죠. 하지만 감독님의 의도에 따라 자신감을 갖고 찍었어요. 카메라 속 서정과 일상 속 서정이가 대비가 되면 더 좋을 것 같았죠. 막상 찍고 보니까 그렇게 이질감이 느껴지지도 않았어요. 제 안에는 섹시함이 없는 줄 알았는데, ‘여자라면 누구나 다 있는 거예요’라고 하신 감독님의 말씀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미사고’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성유리 또한 서정의 캐릭터를 안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다소 ‘오글거린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사에 대한 질문에 성유리는 “성격 자체가 간지러운 말을 못 한다”며 의외의 무뚝뚝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미사고’의 서정과 태영을 마주할수록 그 대사가 자연스럽게 가슴에 와 닿았다는 후문.

“사실 대사가 오글거리잖아요. 처음에 생각만 해봤을 땐 너무 오글거리더라고요. 특히 ‘이 바보야’ 같은 대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많이 됐고요.(웃음) 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까 느낌이 많아 달랐어요. ‘미사고’의 주제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을 때 말을 하라는 거잖아요. 영화를 찍고 나니까 정말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물론 얼굴을 보면 아직도 못 하지만.(웃음) 습관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처음이 어렵지 나중에는 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지인 분들도 평소에 제가 서정이 같은 대사를 했다면 좋은 말이 안 나왔을 텐데 영화 주제가 말 그대로 ‘미사고’니까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긍정적이셨어요.”

‘미사고’는 성유리와 아역 배우 곽지혜 외 모두 남자 배우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미사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위 ‘판을 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남자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반면, 여배우들은 한정적인 캐릭터와 부족한 시나리오로 매번 작품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에 대해 성유리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깊이 고민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사실 주변 여배우들과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에요. ‘정말 할 작품이 없다’고 10년째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상황은 이해가 돼요. 그럼에도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은 또 있고 본인에게 주어지는 역이 있으니까 제 스스로 보완해서 치열하게 살아남아야죠. 이 이야기는 헐리웃도 마찬가지에요.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것 같아요.”



거친 스릴러 액션 영화 속 등장한 ‘미사고’는 더욱 특별해 보인다. 이에 대해 성유리 또한 “요즘 영화들과 스타일이 다르다”며 차별성을 언급했다.

“사실 ‘미사고’를 하기 전에도 따뜻한 영화에 대한 갈망은 있었어요. 처음 ‘미사고’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좋았죠. 영화에 대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영화가 잘 돼서 보다 따뜻하거나 멜로 감성이 풍부한 영화가 많이 제작됐으면 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3, 4년 만에 참여하는 상업영화고, 나오는 인물이 많으니까 ‘부담은 덜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찍으면 찍을수록 많은 분들이 봤으면 하는 욕심이 들어요. 화려한 영화는 아니지만, 입소문이 나서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영화로 대신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1999년 아이돌로 출발한 성유리는 이제 마냥 청순하고 꽃다운 모습보다는, 역할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바칠 줄 아는 진정한 배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무슨 역을 맡을지 몰라 항상 관리한다”며 웃어 보인 그의 미소는 단순히 여자로서의 욕심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성유리의 이 끝나지 않는 도전기가 오랫동안 현재진행형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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