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길 떠나기 좋은날’ 김혜자가 선사하는 향기로운 감성

입력 2015-11-10 10:00   수정 2016-01-15 19:00


[bnt뉴스 조혜진 기자] 성큼 다가온 겨울이 피부로 와 닿는 계절이다. 여기 찬바람 부는 계절에 따뜻한 선물이 될 연극이 있다. 바로 ‘길 떠나기 좋은날’이다.

‘길 떠나기 좋은 날’은 극단 로뎀과 배우 김혜자가 연극 ‘우리의 브로드웨이 마마’(1991), ‘셜리 발렌타인’(2001)에 이어 세 번째로 의기투합한 연극. 조용한 시골마을에 자리 잡은 향기 나는 여자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그 여자로 인해 이어지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하상길 연출가는 “한마디로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판타스틱한 동화라고 말할 수 있다”고 작품에 대해 전한 바 있다. 그의 의도대로 극에는 모든 것을 사랑하며, 모든 이에게 한없는 사랑을 전하는 여자 소정(김혜자)과, 축구선수 출신의 꽃 사진작가이자 그의 남편 서진(송용태)이 등장한다. 또 가난한 나라의 청년과 사랑에 빠진 마음씨 고운 딸 고은(임예원)이 주축이 돼 이야기를 꾸린다.

세 사람이 각각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아내이자 엄마로, 또 죽음을 맞아야 할 아내,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남겨질 남편과 딸을 맡아 이 가족의 과거 소박하고 행복한 삶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를 보낸 후 그리워하는 가족과 이들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소정이 등장,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펼친다.

어찌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단어들로 엮어내는 인물 하나하나의 대사는 조용하고 향기롭다.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서는 김혜자, 송용태 또한 각오가 남다른 터. 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교감해야하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향기 나는 가족의 이야기가 척박한 현실 속, 그저 꿈같은 일이 라고만 느껴지지 않도록 여기게 해준다. 또 각자의 배우들이 모여 피워낸 열연의 향연은 동화 같지만 동화 같지 않도록 극이 더 고와지도록 이끌어간다.

극은 배우들의 바람처럼 맑고 깨끗하다. 극에서는 분명 떠나야하는 이가 등장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그리나, 감히 신파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인간과 동물, 심지어 식물까지 따뜻하게 물들이는 여자 소정이 떠난 자리에는 딸 고은에게 새 생명이 생기며 마무리된다.

“가족은 갈아 끼울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인물들은 한 명의 빈자리를 두게 되지만, 새로이 태어날 아이를 위한 다른 자리를 열어둔다. 맞춤옷 캐릭터를 입은 김혜자와 시 같은 대사들이 잔잔한 감동을 극대화 시키며 정서적으로 편하고, 정화되는 느낌을 자아낸다.

한편 이처럼 고운 연극 ‘길 떠나기 좋은 날’은 11월4일부터 내달 20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화암홀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 조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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