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트럼프의 엡스타인에 보낸 편지 보도한 WSJ 소송 기각

입력 2026-04-14 00:43   수정 2026-04-14 06:05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플로리다 연방 법원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상대로 제기한 100억 달러(약 14조 8,500억원) 규모의 소송을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악명 높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음란한’ 50번째 생일 편지를 보냈다는 기사를 WSJ이 게재해서 명예훼손을 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의 대런 게일스 판사는 트럼프가 2003년 당시 친구였던 앱스타인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해 “피고들이 악의를 가지고 게재했다는 점을 원고측이 설득력있게 주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사 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판례에 따르면 트럼프와 같은 공인인 원고는 피고가 명예훼손성 발언을 할 당시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판사는 트럼프의 항의와 주장만으로는 "피고의 실제 악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으며 "신문사가 일부러 기사의 진실성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는지 입증하는 기준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판사는 또 "피고들은 기사를 게재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 법무부, FBI에 논평을 요청했다고 명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했고, 법무부와 FBI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언급했다. 요컨대 기사는 피고들이 조사를 시도했음을 확인시켜 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판사는 또 다른 판례를 언급하면서 트럼프에게 재심을 허용했다. 이 판례는 소송에서 원고가 피고의 악의를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해 소송이 기각된 경우 원고에게 소장을 수정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다.

판사의 판결은 WSJ 이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트럼프의 법률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게일스 판사의 판결과 지침에 따라 WSJ과 다른 모든 피고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다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 등 피고 측 변호인들은 해당 편지에 관한 기사가 사실이고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으며, 신문사가 악의를 가지고 행동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트럼프의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은 지난 해 7월 17일, 트럼프의 서명이 담긴 편지가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 선물로 준 편지첩에 포함됐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엡스타인의 측근인 길레인 맥스웰의 요청으로 이 편지를 보냈는데, 맥스웰은 엡스타인에게 미성년자 소녀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도록 알선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WSJ 기사에는 손으로 그린 나체 여성의 윤곽선으로 둘러싸인 그림에 여러 줄의 타자된 글이 포함돼있다. 그림을 포함한 편지 말미에는 ‘생일 축하해. 그리고 매일매일이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기를’이라고 적혀 있었다.

트럼프는 이 편지는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WSJ가 이 기사를 게재한 다음 날, 트럼프는 신문사와 두 명의 기자,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 회사 CEO인 로버트 톰슨, 그리고 WSJ의 발행사인 다우존스앤컴퍼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9월 8일에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서명한 것으로 엡스타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이는 WSJ 기사에 자세히 설명된 편지 내용과 일치했다. 이 편지는 하원 감독 및 정부개혁위원회가 엡스타인 유족에게 소환장을 발부해 입수한 것이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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