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7.6㎞가 던진 2015년의 고민

입력 2015-12-31 08:30   수정 2015-12-31 09:34


 도로에 넘쳐나는 승용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얼마나 될까?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차의 일일 평균 주행거리는 37.6㎞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만3,724㎞에 달한다. 지난 2002년 하루 이용 거리가 53.9㎞였으니 30.2%나 축소된 셈이다. 편리한 대중교통의 확충이 승용차 이용거리를 줄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교통망이 거미줄처럼 늘어갈 때마다 자동차회사는 적지 않은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첫 번째 고민은 '차령의 증가'다.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만큼 보유 기간이 늘어 신차 구입 또한 미뤄지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0년 이상 된 차의 비중은 1998년 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34%로 늘어났다.






 물론 차령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내 신차 판매는 점진적 상승세를 보여 왔다. 과거 한 집에 한 대였던 승용차 보유가 지금은 세대 구성원 각자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한 가구에 4명이 살면서 아버지만 자동차를 보유하던 시대가 저물고 부인과 자녀들도 자동차를 구입하는 추세가 차령 증가의 위기(?)를 넘게 만든 셈이다.

 그런데 이런 성장 시대도 점차 끝나가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업계도 '살 사람은 모두 샀다'는 점을 인정하고, 최대한의 판촉으로 신차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판촉이 거세질수록 수익성이 떨어져 무조건 판촉에 의지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36.7㎞가 던지는 또 하나의 고민은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이다. 단적인 예로 전기차가 득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충전망이 확보되면 36.7㎞를 전기로 오가는 것은 매우 쉽다. 더불어 굳이 전기차가 아니어도 전기 자전거, 전동 휠 등 새로운 모빌리티가 자동차를 얼마든지 대신할 수 있게 된다. 그래도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면 신개념 이동 수단이 자동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를 더 줄이게 되고, 이 경우 보유 차령은 또 다시 늘어나 신차 구입 주기를 늘리게 된다.






 그래서 일부 생각이 앞선 자동차회사들은 자동차를 그저 여러 이동 수단의 하나로 삼고 직접 새로운 이동 수단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3륜 전기차를 만들고, 전동 휠은 물론 자전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다시 말해 큰 틀에서 '모빌리티(Mobility)'의 개념을 설정하고, 그 아래 자동차를 비롯해 다양한 '개인용 탈 것(Riding thing)'을 마련해 두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은 용도에 맞는 탈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되도록 말이다. 한 마디로 바퀴로 굴러가는 모든 것을 '탈 것'으로 규정한다. 현재는 '탈 것'에서 자동차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시선이 집중되지만 이동 거리가 점차 줄어들면 자동차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자동차회사마다 미래를 대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로봇 개발에 공을 들이고, 인공지능(A.I)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다. 어떻게든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게다가 일부 미래학자는 3D 프린터가 발전하면 개인이 집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타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당장 세상이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연간 8,800만대의 신차가 판매되는 지구촌에서 어느날 갑자기 절반이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터닝 포인트를 넘어서면 변화의 속도는 가파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터닝 포인트'를 찾는데 집중해야 할 때다. 오히려 남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만 간다면 포인트를 놓칠 수도 있다. 숫자 '37.6㎞'가 던진 메시지의 충격이 조용하지만 강한 이유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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