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빠생각’ 이희준, 연기라는 원동력

입력 2016-01-21 16:30  


[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정말 배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배역을 하든지 연기에 다 드러난다고 믿으니까요.”

쓰레기통을 뒤지는 매서운 고양이 눈매의 갈고리는 온데간데없이 선한 인상의 반달눈을 가진 유쾌한 배우 이희준과 마주섰다. 안방극장의 많은 어머니들이 점찍었던 국민 사윗감, 이희준이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에 이어 ‘오빠생각’으로 또 다른 변신에 나섰다.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감동대작.

최근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전쟁으로 인해 변해버린 빈민촌 대장 갈고리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이희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극중 이희준이 맡은 갈고리는 전투에서 한 손을 잃은 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모아 돈벌이를 시키거나 군 보급품을 몰래 빼돌리며 이득을 착취하는 이기적이고 비열한 인물. 처음 이희준은 ‘오빠생각’ 출연을 거절했지만 갈고리라는 인물에 끌려 합류를 결정했다.

“‘오빠생각’ 출연을 계속 고사했어요. ‘로봇소리’(감독 이호재)를 먼저 하기로 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분량이 적은 편이어서 ‘오빠생각’과 같이 촬영은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전혀 다른 시대의 다른 인물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더 컸죠.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결국 네 번 거절하고 감독님을 만났습니다. 감독님께서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그 상황에 놓여진, 상황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인간을 만들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배우가 너무 좋아하는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역할이기도 하고요. 바로 한다고 했습니다.”

“스트레이트한 인물에 흥미를 못 느껴요. 그래서 인간 같지 않은 이 인물이 욕심나더라고요. 너무 잘 한 것 같아요. 작업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감독님 역시 창작자로서 저를 대우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생긴 애드리브나 새롭게 생긴 장면이 많았어요.”

때가 묻고 찢어진 낡은 티셔츠, 며칠이나 안 감은지 모르겠는 헝클어진 머리, 꾀죄죄한 얼굴, 그리고 한쪽 팔을 잃은 대신 차고 있는 갈고리까지 역할을 위해 그는 눈에 띄는 외적 변신부터 꾀했다. 이희준이 떠올렸던 건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였다.

“갈고리의 눈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굶주린 고양이 눈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봇소리’를 하면서 그 눈이 바로 변할 순 없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스케줄을 짤 때 5일 만 배려를 해달라고 부탁드렸죠. 촬영을 할 때 배우들도 너무나 배려하는 친구들이어서 현장이 불편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계속 재밌는 걸 찾아가는 놀이 같아서 현장을 가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갈고리는 극중 한상렬(임시완)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갈등을 일으킨다. 이희준은 임시완을 칭찬하며 대견스러운 배우라 칭했다.

“놀라고 대견스러웠어요. 제가 저 나이대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었죠. 영화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친해져야 되잖아요. 회식에 두 시간 참여하고 우리가 더 마시는 동안 (임)시완이는 격투기, 피아노, 지휘, 운동까지 닭가슴살 가루만 먹으면서 2개월을 하더라고요. 전 일 주일도 못할 줄 알았어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구나 느꼈죠. 저도 노력이라면 뒤지지 않는데 그걸 해내더라고요. 끝까지 정의로운 한상렬은 정말 어려운 역할이에요. 저 나이에 무리 없이 끌고 갔다는 게 대단해요.”

더불어 이희준은 극중 합창단 남매로 등장한 이레(순이 역)와 정준원(동구 역)을 언급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이답지 않은 감정표현과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성인 배우와 다름없었단다.

“어른스럽고 우리를 거의 동료나 친구로 생각하더라고요. 시사회 때 (정)준원이가 극중 아빠가 죽었을 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보고 궁지에 몰린 고양이 같은 소리가 나와서 놀랐어요. 의도했던 것도 아닐 테고 뿜어내는 에너지가 많이 발산할 수 있는 애구나 싶었어요. 이레는 정말 놀랐습니다. 노래를 안 하는 장면에도 꿈틀꿈틀 감정을 연기하고 있더라고요. 연기가 아니가 그냥 순이가 존재하고 있어서 저도 거기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됐어요. 아이들이랑 연기하면 행여나 실수할 수 있으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레랑 할 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얘 이상하다’고 까지 했어요.(웃음)”

“이레가 출연한 ‘개를 훔치는 방법’(감독 김성호)을 최근에 봤는데 죽이더라고요. 연기가 연기가 아니었어요. 이대로만 잘 성장해도 어마어마한 배우,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촬영이 끝나고 사인을 받으면서 꼭 다시 영화로 만나자고 했어요.”

‘오빠생각’은 전작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따뜻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선사한 이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희준은 이한 감독과의 작업을 회상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더욱이 갈고리를 담아낸 여러 장면들이 배우들을 믿는 이한 감독의 배려로 인해 탄생했기 때문.

“감동했던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갈고리가 아침에 깨어나는 장면을 찍게 된 것도 ‘갈고리로서 더 해보고 싶은 거 있어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게 물어봐주시면 정말 창작자로서 신나요. 그래서 만들어진 게 갈고리가 아침에 일어나는 장면, 돈을 헤아리는 장면, 거울을 보면서 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장면이에요. 거지고 가진 것도 없고 금이빨에 혐오스러운 인상이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안볼 것 같더라고요. 관객들이 보시면 굉장히 우습고 서사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실 것 같았어요. 감독님의 배려가 있어서 존재하게 된거죠.”


이희준은 특유의 선한 눈매를 작품 속에서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거듭했다. ‘해무’에 이어 ‘오빠생각’까지 그의 의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악역 도전이 반갑다.

“선한 눈으로 악역을 하는 걸 즐기시는 것 같아요. ‘해무’에서도 잘못하면 정말 변태고 혐오감을 줄 수 있고 공감도 안 되는 역할일 수 있는데 ‘희준 씨가 하면 믿어질 것 같다’는 말에 하게 됐어요. 제 이미지와 마스크에서 악역을 맡는 걸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더 재밌어요.”

“악역을 의도한 건 아니에요. 악역에 끌리는 게 아니라 뭔가 인간적이고 부족하고 실수하고 나쁜 놈인데 나쁘지 않고, 착해지고 싶지만 잘 안되는 역할에 관심이 가요. 그게 우리 인간이기도 하고요.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꼭 찍고 싶어요. 저랑 너무 닮아있기도 하고 그런 것에 많이 공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연애의 목적’(감독 한재림)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부족한 사랑들, 있을법한 사랑이야기도 끌려요.”

매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 이희준. ‘오빠생각’ 역시 그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준 작품으로 기억될 거다.

“좋은 선택들을 해서 악역이든 선역이든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작품이 배우를,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을 보는 눈이 전보다 3mm는 깊어진 것 같아요.(웃음) 전쟁 속의 손이 하나 없는 아저씨, 어쩌면 살았음직한 이 아저씨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추억속으로 떠나보내겠지만 갈고리 같은 사람들을 보면 다시 생각날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하면 ‘정말 배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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