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국 LPG자동차의 역사⑦-도넛 탱크의 등장

입력 2016-02-26 08:35  


 액화석유로 불리는 LPG가 국내에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된 때는 1960년대 후반이다. 특히 한국에서 LPG가 본격 생산된 이후 개조를 통해 자동차에 사용됐고, 이후 1970년대 LPG 연료가 택시에 사용될 수 있도록 법적 정비가 완료된 후 1982년 자동차회사가 LPG 전용 엔진을 처음 만들어 판매했다. 그러니 한국 내 LPG자동차의 역사도 벌써 50년이 훌쩍 넘은 셈이다. 덕분에 LPG엔진 기술은 한국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에 본지는 그간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LPG자동차의 한국 내 역사를 정리해 보려 한다<편집자>. 

 2000년 이후 매년 증가세가 주춤하던 LPG차가 다시 늘어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5년 도입된 LPG자동차 개조사업 덕분이다. 수도권대기환경특별법으로 규정된 저공해차 사업은 LPG차의 숨통을 터준 사업이었다. 오래된 노후 경유차를 LPG 엔진으로 개조하는 것으로, 무엇보다 경유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이 논란이었다.

 게다가 2005년부터 경유승용차 판매가 허용되자 대기환경을 우려한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해 노후 경유차(승합 및 트럭)의 매연을 잡기 위해 매연여과장치 부착 또는 LPG 엔진 개조를 적극 추진했다. 개조에 들어가는 400만원 가량의 비용 중 개인은 최저 10만원에서 최대 30만원만 부담토록 하고, 나머지는 모두 환경부가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또한 저공해차로 바꾸면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하고, 정밀검사와 수시점검을 면제하는 등 적극적인 환경개선정책을 집행해 나갔다. 덕분에 1톤 소형 화물차의 LPG 엔진 개조가 활발했다. 2004년 연간 7만대 증가에 불과했던 LPG차가 2006년에만 15만대로 늘어난 것도 저공해차 사업의 역할이 컸다.

 실제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2003년 135대로 시작된 개조대수는 2004년 수도권 지역 지자체 관용차 1,233대, 2005년 수도권 지역 민간차 6,557대로 확대된 후 2006년에는 2만9,233대, 2007년은 3만6,804대 등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급기야 2008년은 4만2,109대가 LPG로 개조됐다. 비록 LPG 전용 신차 모델은 부족했지만 운행되던 노후 경유차를 LPG로 개조하면서 등록대수를 늘려갔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까지 19만6,600여대가 LPG로 개조돼 수도권 환경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LPG차 등록대수 200만대를 돌파한 시점도 개조사업이 한창이던 2006년이다. 1965년 영업용 택시로 국내 첫선을 보인 후 40년만에 등록대수 200만대를 돌파했다. 에너지 세제 개편 이후 연료의 가격경쟁력 회복과 꾸준한 엔진 개선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그러던 중 경차와 하이브리드차 연료로 LPG 사용이 허가됐다.  2008년 4월의 일이다. 에너지 절약 정책의 하나로 2006년 말부터 공방이 이어져 오다 경차 보급 활성화에 필요하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허용으로 기울게 된 것이다. 수요 정체로 고심하던 LPG업계로선 '가뭄 끝에 단비' 같은 결정이었고, 자동차업계 또한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후 곧바로 기아자동차가 모닝 LPI를 내놨고, 현대자동차가 LPG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물론 주목은 경차보다 LPi 하이브리드로 등장한 '아반떼'였다. 현대차는 토요타 프리우스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서서히 주목을 받자 경쟁으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내세웠다. 국제적으로 고유가가 이어진 데다 LPG 연료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시장에 먹혀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여러 언론에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져 소개됐다. 아래는 당시 게재된 오토타임즈의 시승기 중 일부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은 경제성이다. 쉽게 보면 ℓ당 주행거리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 공인효율은 ℓ당 17.8㎞다. 시속 80㎞를 넘지 않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이라면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시내주행에서 오토스톱 기능과 급가속을 하지 않고, 전기로부터 보조동력을 받기에 그렇다. 반면 고속도로 등에선 일반 LPG와 다를 바 없다. 고속으로 달리면 LPI 내연기관의 힘이 주로 적용된다. 따라서 고속 주행을 많이 하는 사람이 LPI 하이브리드 효율성에 높은 점수를 주기란 어렵다. 찻값만 비싸다는 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시내주행이 많은 사람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기름 소모가 많은 복잡한 도로를 누비라고 개발된 차종이라는 얘기다(2009년 8월31일 오토타임즈에서 발췌)"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직 하이브리드가 낯설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고, 현대차 또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내수 전용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후 제품 개선에는 별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제조사가 LPG 엔진 전용 후속 신차를 내놓지 않고, 수요가 제한되자 LPG차는 이후 침체기를 맞이했다. 특히 LPG차는 수출이 제한적인 데다 국내 수요 또한 렌터카, 택시, 국가유공자, 장애인에 국한돼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선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다. 또한 LPG 탱크를 트렁크에 늘 싣고 다녀야 했던 만큼 부족한 트렁크 공간도 단점으로 꼽히는 부분이었다. 






 결국 대한LPG협회는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전략에 골몰했다. 그 결과 LPG업계와 르노삼성차의 공동개발을 통해 트렁크의 일부분을 차지했던 원통형 LPG 탱크를 예비타이어 자리에 넣을 수 있는 도넛 형태의 LPG 탱크가 탄생했다. 2002년 이후 한 동안 SM5 LPG로 개인택시 시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던 르노삼성이 현대기아차가 지배하는 LPG 택시 및 렌터카 시장의 진출을 노리며 '도넛'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도전장을 던졌다. SM5 LPLi 도넛은 2.0ℓ CVTCII 엔진으로 최고 140마력, 최대 19.7㎏.m의 토크를 발휘했으며,  무단변속기가 탑재돼 ℓ당 복합기준 효율은 9.6㎞에 달했다. .






 이렇게 개발돼 지난해 등장한 SM5 LPLi 도넛은 조용한 잠식을 이뤄냈다. 지난해만 SM5 전체 판매의 28%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져갔다. 특히 영업용 택시의 판매성장세가 두드러졌는데, 도넛형 탱크를 탑재한 택시 판매가 전년 대비 14.3% 늘었을 만큼 성공적인 제품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특히 적재공간의 활용성은 여행용 가방을 쉽게 적재하는 택시보다 렌터카 및 장애인차에 효과적이었다. 휠체어를 손쉽게 실을 수 있어 한정된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당긴 셈이다. 이를 두고 르노삼성차 박동훈 영업본부장은 당시 오토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소비자 선택을 도넛이라는 강점으로 넓힌 것으로 현대기아차를 공략하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LPG자동차 증가를 다시 견인할 수 있는 법안이 등장했다. 5년 이상된 LPG차를 일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사용 제한을 완화한 내용이다. 경유승용차가 급격히 늘면서 매연과 질소산화물 등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LPG차 보유자 입장에선 중고로 되팔 때 수요가 적어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는 만큼 사용자를 완화하는 정책이 펼쳐진 셈이다. 그러자 2017년 1월1일부터 5년 이상된 LPG렌터카를 구매할 수 있게 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렌터카업체가 다양한 상품을 들고 나와 LPG차 운행을 적극 권장하기 시작했다(8회에 계속).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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