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프랑켄슈타인’ 한지상, 빛나는 괴물의 탄생

입력 2016-02-29 17:44   수정 2016-02-29 17:46


[bnt뉴스 이승현 기자] 반짝이는 그의 눈이 계속해서 포착됐다. 그의 눈빛이 낯설지 않았다. 무대와 작품, 연기에 대한 열의와 애정이 담긴 눈빛. 무대에 십여 년 째 오르고 있는 베테랑 배우에게서 신인의 것과 닮은 눈빛이 보이다니 그저 신기했다.

최근 bnt뉴스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역과 괴물 역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는 배우 한지상을 만났다. 한지상은 작품의 초연과 재연 무대에 연달아 오르고 있다. 이는 분명 작품에 대한 두터운 신뢰도가 있기 때문일 터.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극중 한지상은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 역과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내는 괴물 역을 맡는다.

한지상은 지난 2014년 ‘프랑켄슈타인’ 초연에 이어 다시 한 번 같은 역할에 캐스팅 됐다. 이에 그는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얻은 게 많다. 초연 당시의 추억도 생각나고 다시 함께 하고 싶었다. 길게 생각 안 했다”며 작품에 대한 강한 믿음을 내비쳤다.

장장 17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동안 한지상은 극한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온 몸으로 감정을 표현해낸다.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까지 그 극한으로 끌어당기는 한지상에게 큰 에너지가 필요한 건 당연지사. 공연 기간 중 인터뷰에 응해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늘 운동을 하며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프랑켄슈타인’은 몸도 노동을 하지만 감정도 많이 노동을 해서 긴장이 풀리면 바로 몸이 아플 수 있어요. 실제로 공연 끝나고 아픈 적도 있었고요. 정말 작품이 끝나면 이유 없이 안 오던 감기도 올 정도로 아플 때가 많아요. 한 번 리허설을 하고 나면 체력이랑 감정 소모가 정말 심해요. 그래서 그냥 일단 나는 오늘 최선을 다 했다는 기분이 앞서죠(웃음).”


지난해 11월 막을 올린 재연은 초연에 이어 순항 중이다. 이에 당초 이달 28일까지로 계획됐던 공연이 3월20일까지 연장공연을 확정한다. 3주의 연장공연이라 함은 약 27회의 공연이 늘어난다는 것. 심지어 3월20일에 있을 마지막 공연 무대에 한지상이 오른다. 그는 “영광이다”며 웃어 보였다.

“총막공에 오르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3주 공연 연장은 저야 기쁜 일이죠. 당시에는 다들 힘들지 몰라도 무대에 올라 관객과 함께 하면 몰랐던 힘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이렇게 잘 나가는 뮤지컬이 연장공연을 한다는 건 좋은 일이죠.”

작품이 3주나 연장공연을 할 수 있게 된 건 우수한 작품성이 있었기 때문일 터. ‘프랑켄슈타인’은 국내 창작 뮤지컬로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이 5년 여 시간에 걸쳐 다듬어 만든 작품. 연출진들의 노고가 빛을 발한 것인지 작품은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러 번 작품을 재관람하는 관객들이 생기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한지상 역시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작품의 매력이요? 연출적인 부분인 것 같아 숲속에 있는 일원으로서 제가 느끼는 바만 말씀드린다면 어쨌든 진심은 진심으로 통한다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격한 상황에 아주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진심이 나올 때 생기는 공감대가 관객분들을 다시 극장으로 오시게끔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배우들은 순간순간 진심을 다해 진실을 향해 가요. 그러다보니 관객분들이 느끼시기에 배우들의 모습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같은 작품이라도 새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 똑같이 하잖아요. 다음 날이 되면 또 똑같이 분장하고 긴장하고 대사도 같고. 근데 어제의 에너지와 오늘의 에너지는 달라요. 한 끝 차이일지라도 작지만 다른 무언가를 위해 배우들이 뛰어갈 때 관객분들도 그 맛을 함께 느끼시려 계속 오시는 게 아닌 가 싶어요. 고맙고 대단하신 거 같아요.”


“초연 때 캐릭터 대부분의 것을 만들어 놨다”고 말하는 그에게 재연에서의 변화된 점을 물었다. 성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그가 초연과 재연에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았을 터. 그는 웃으며 머리카락을 가리켰다.

“재연에는 머리가 하얘져요. 영화 ‘엑스맨’ 보셨어요? 거기에서 보면 할리 베리가 백발이거든요. 2막에 백발이 되면 어떻겠냐고 분장팀에 의뢰를 했죠. 초연과 비교해 연기적인 감정 노선이나 디테일보다 머리색 바뀐 게 작지만 가장 큰 변화에요(웃음).”

“그 누구도 괴물을 본 적이 없어요. 작품에서 말하는 괴물은 인간 박사가 만들어낸 다시 살아난 그 무언가일 뿐이죠. 그리고 작품 속 괴물은 타고난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었다가 괴물이 된 거잖아요. 소리든 뭐든 허무맹랑할 수도 있지만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정해진 거라면 연출적으로 설정된 부분이고 그게 제가 가진 신체나 생각과 결합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올 수 있느냐의 싸움인거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왕 연출님은 저한테 많은 걸 열어 주시면서도 신중하게 원하시는 부분을 말씀하셨어요.”

한지상은 그 후로 왕 연출과 1:1 작업 시간을 갖는다. 다리를 절면 어떨까, 불규칙함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갓 태어난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그러한 캐릭터 구축은 단순히 신체의 동작 뿐 아니라 의성어와 목소리 톤까지 계속됐다. 괴물이란 캐릭터가 위기를 느꼈을 때, 절규를 할 때 어떤 톤이 나올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것.

이와 같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과정을 겪어내서일까. 극중 한지상이 표현하는 괴물은 섬세함과 동시에 가련하다. 괴물의 첫 걸음마를 옆에서 잡아주고 싶을 정도로 안쓰럽다. 객석에 앉아있는 이들마저 수긍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한지상만의 괴물이 탄생한다.

“괴물의 움직임도 초연 때 계속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든 거예요. 갓 태어났는데 의식이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받았었고 산만하단 지적도 받았었죠. 갓 태어난 존재가 울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단상에 올라와요. 이와 같은 짧은 장면에서도 에너지의 기승전결이 필요했죠. 바닥에서 괴물이 뭔가를 짚고 올라 올 때 팔이 팔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발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사람들은 바닥을 짚을 때 손바닥으로 짚죠. 근데 갓 태어난 애가 옳고 그름에 대한 개념이 있었을까요. 그런 부분까지도 다양한 방향으로 손을 짚어보며 만들어갔어요.”

그는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테이블 위에서 직접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다양한 방향으로 바닥을 짚어보는 그의 손과 설명에 돌연 직접 공연을 봤던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정말 괴물이 있다면 저렇지 않을까 싶었던 무대 위 그의 몸짓이 생각났다.

“그 모습이 괴물의 모습으로 잘 보였다면 뿌듯한 거죠. 그렇다고 안주하고 싶지는 않고 저도 작품하면서 계속 더 찾고 싶어요. 괴물이 바닥에서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갈 때 손톱을 긁어요. 그 장면 진짜 제 손톱으로 긁거든요. 긁을 때 너무 길면 손톱이 부러질 수도 있고 또 너무 짧으면 안 긁혀요(웃음). 그래서 적당한 손톱 길이가 있어요. 이 정도?(웃음)”

그가 다시 한 번 손을 내밀며 정갈하게 정리된 손톱을 보여줬다. “긁기 좋은 길이다. 유지해야한다. 손톱 길이의 미학이다”며 웃는 그의 모습에 상처 많은 괴물이 아닌 배우 한지상의 모습이 보였다.

“괴물의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어요. 갓 태어난 모습이나 간지럼 탈 때 한없이 약해지는 모습도 그렇고 그와 반대로 ‘난 괴물’ 때 분출해내고 절규하는 악의 화신 같은 모습까지 괴물이 가진 감정이 다양하잖아요. 결국 마지막엔 한 인간 같기도 하고요. 괴물이지만 괴물의 다양한 면들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아요.” (사진제공: 충무아트홀)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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