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답하라 1988’ 류준열, 사랑이란 이름의 마법

입력 2016-03-02 11:05   수정 2016-03-03 18:05


[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잘 되면 남 탓, 안 되면 제 탓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은 잘 되니까 남 탓 중이에요.” 찬바람이 가득했던 지난 겨울 ‘김정환 앓이’를 하게 만든 장본인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인기에 대한 소감에 대해 류준열은 이렇게 말했다.
 
최근 bnt뉴스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에 출연한 배우 류준열과 인터뷰를 가졌다. 김정환이라는 캐릭터로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그였지만, 조곤조곤하면서도 차분한 눈빛은 마치 다른 세상에 동떨어져 있던 것처럼 잔잔했다.

 
그가 품은 청춘의 이야기
 
‘응팔’ 속 김정환은 사랑을 잘 모르는 무뚝뚝한 18살의 모습부터, 애절한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24살까지 그려내며 안방극장의 여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단어인 ‘어남류’를 부르짖게 만들었고,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라는 명대사는 그의 SNS에 도배가 되기도 했다.
 
이어 류준열은 ‘응팔’에 이어 ‘꽃보다 청춘’에서도 시청자들의 안방극장을 톡톡히 책임지고 있다. 박보검, 고경표, 안재홍과 함께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18살의 류준열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교복을 입었던 시절의 류준열은 극중 김정환처럼 사랑에 잘 모르면서 무뚝뚝한 성격을 지닌 아이로 평범하게 자랐다.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던 그의 학창시절에도 딱 한 가지 후회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뜨겁지 않았다”는 점.
 
“제가 공부하는 친구들과 노는 친구들 사이에 껴 있어서 많이 갈등했어요. 노는 친구들이 놀자고 하면 ‘공부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했고, 밖에서 놀면 ‘공부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10대는 말 그대로 미적지근했어요. 더 열심히 놀지도, 제대로 공부도 못 한 게 아쉬워요. 그래서 20대를 더 뜨겁게 보냈죠.(웃음)”

 
매 순간의 소중함
 
류준열은 단순히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이들에게 한 번에 받은 마음을 온전히 돌려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내뱉는 그의 자세는 작은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올곧게 서 있었다.
 
또 그는 25일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개최된 2016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에서 신인상을 타면서도 “감사하다”라는 말을 연신 거듭했다. 총 9번의 감사 인사에 대해 언급하자 그는 “한 번 더 말했어야 했는데”라고 웃으면서도 “나머지 한 번의 감사 인사는 팬들이 채워줄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류준열이 매사에 감사한 습관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가족들에게 있었다.
 
“부모님은 언제나 제게 ‘정직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오늘도 아버지께서 제가 현관문 앞에 서 있는데 ‘인터뷰 할 때도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게 다 말해라’라고 말씀하셨죠. 진심을 다 하면 저절로 좋은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하세요. 예전에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너무 싫었는데 이제는 정말 감사드려요. 그 말들을 팬들이나 대중들이 알아주시니까 더 뿌듯하고 감사해요.”
 
“저도 어릴 때는 지금처럼 오글거리는 말도 안 하고, 욕도 엄청 했을 거예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가르침이 생각나고, 저도 세상을 알아갈수록 좋은 말이나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주변에게도 유익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회 전체의 큰 흐름에서도 좋은 에너지를 주죠.”

 
지난해 영화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를 통해 데뷔한 류준열의 나이는 30살. 개성 강한 마스크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는 분명 차세대 유망주로 보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이제 막 꿈을 펴기 시작한 신인이지만, 보다 젊을 때 연기할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해 아쉬움은 없을까. 하지만 류준열은 “빨리 데뷔했다면 이 나이에도 안 됐을 거다”며 단호하게 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제가 준비한 시간들과 이 시간들이 오기까지 보낸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느끼고 있어요. 만약 일찍 데뷔했다면 더 안됐을 거라고 확신해요.”
 
그에게 배우는 단순히 멋진 환상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 안고 갈 간절한 꿈이었다. 20대부터 꿈을 안고 있던 류준열은 보다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여행을 자주 떠났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부터 시작해 중국, 일본, 북미까지 발을 내딛었던 그는 이번 아프리카를 통해서도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가고 싶은 다음 여행지에 대해 묻자 그는 곧바로 유럽을 답할 정도로 여행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냈다. 류준열에게 여행은 단순히 숨을 돌리는 힐링뿐만 아니라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수많은 경험을 안길 수 있는 선물 같은 존재였다.
 
“여행을 하면서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고 많이 관찰하고 느끼게 돼요. 배우는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와 같이 보더라도 제가 산 인생에서 느끼는 건 분명 다르니까요. 또 하루를 더 길게 살 수 있으니 남들보다 더 많이 보고 생각하게 되죠. 남들이 서른 살에 느낄 수 있는 걸 20살에 배울 수 있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여행을 통해 사소한 걸 돌아볼 수 있어요. 결국 우리는 사소한 걸로 상처받고 작은 일에 신경 쓰게 되죠. 그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사소한 것들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예를 들면 집에서 먹는 밥 한 끼, 부모님의 잔소리 같은 것들이죠. 물론 사소하진 않지만, 현실에선 작게 느꼈던 것들을 굉장히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합니다, 사랑하세요
 
류준열에게 아주 소중한 가치 중 하나는 관계였다. 그리고 스타에게 빼놓을 수 없는 관계 중 하나는 팬. 그에게 “팬이란 어떤 존재냐”고 묻자 류준열은 “처음 들어보는 질문”이라며 흥미로운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
 
“팬분들은 사랑 그 자체이지 않을까요? 제게 있어 또 다른 식구이자 또 다른 가족이죠. 제게 위로를 받으면서도 또 제게 위로를 해주니까요. 저라는 사람에게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동네 친구나 첫사랑이 될 수도 있죠. 팬들은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만나고 사랑으로 돌아와요.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간관계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요즘에는 제가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이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너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어떻게 돌려드릴지 고민이에요.(웃음)”
 
류준열의 어록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랑합니다, 사랑하세요”라는 말일 터. 그만큼 그는 사랑에 대해 허투루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팬들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제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지치지 않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랄까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는 자동차도 굴릴 수 있다고 봐요. 또 다른 에너지라고 표현하기보다 가장 마지막 최후의 에너지라고 봐요. 사랑 하나로 모든 세상이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어요.”

 
어린 시절 읽던 동화책에서는 평범한 환경에서 특별한 재능을 안고 태어난 주인공이 험난한 시간 뒤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필자는 그 행복한 동화를 몇 번이고 읽었음에도, 현실과 동화는 다르다는 걸 슬퍼하지 않았다. 하지만 류준열은 인정이 메마른 세상에서도 홀로 사랑을 외치고 있다. 조금은 촌스럽고 유치할지언정 그는 사랑의 마법을 믿고 있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지키는 것처럼, 사랑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 믿는 한 남자의 마음을 지키는 것은 그리 허무맹랑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리기로 선택한 순수함을 31년째 피터팬처럼 갖고 있는 것은 꽤나 용기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류준열이라는 동화의 결말도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아주 촌스러운 결말이 붙여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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