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가능하면 뜨거운 반응에 휘둘리지 말자라는 마음인데, 안 휘둘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어차피 빠질 거품이라면 멋지게 즐기자’는 마음이에요. 확실한 건 다시 또 천천히 나아갈 거라는 거예요. 제 노는 엄청 튼튼하게 준비 돼있거든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에서 서대영 역을 맡아 활약 중인 배우 진구가 공동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대화를 나눠본 진구는 극중 서대영이 가진 남자다움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시종일관 웃음과 겸손을 잃지 않은 그는 서대영의 진지함보다는 유쾌함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공중파 드라마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주중드라마로는 이례적인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작품 속 주연배우로서 든든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그였지만, 서대영 상사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훌륭한 작가님, 감독님, 그리고 스태프들이 만든 명작품의 서브캐릭터다 보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공을 돌렸다.
제작진이 빚어낸 서대영도 결국은 진구가 있기에 살아나고 활력을 더하는 게 아닐까. 그가 연기하는 서대영은 정말로 군대에 있을법한 인물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는 “군 생활할 때 좋았던 기억밖에 없다. 다시 가라면 안 가는데(웃음). 그래도 고마운 기억이 많아 그때 저한테 잘해줬던 선임들의 모습이나, 제가 후임들에게 해줬던 모습들이 캐릭터에 배어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서대영은 리얼한 군인의 모습으로, 딱딱하기만 할 것 같지만 적재적소에 재치 있는 대사를 내뱉기도 한다. 또 구원커플이 처한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절절한 상황 속 그의 말은 더욱 눈길을 끌기도.
“서대영 상사는 처음 캐릭터를 잡을 때부터 무겁고 묵직한 진중함을 가지고 있었어요. 때문에 그런 사람이 오글거리는 말을 하면 오히려 진정성이 살겠다 싶었죠. 사실 일상 속에서 쓰기에는 좀 민망할 수 있는 말이지만 데뷔 때부터 꿈꿔왔던 대사들이에요. 모든 남자배우, 여자배우들의 꿈일 거예요. 또 그 대사들을 영상으로 풀어주는 작품을 찍는 게 얼마나 멋져요. ‘나도 드디어 이런 대사 했네’ 그런 마음으로 불편함 없이 신나게 찍었습니다.”
서대영과 윤명주(김지원), 매력적인 두 캐릭터의 인기 못지않게 일명 구원커플(진구, 김지원)이라 불리는 러브라인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그려내는 서대영의 사랑이 너무나 커 오히려 슬플 정도.
구원커플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도 진구는 “전혀 올드하지 않고 통통 튀는 김은숙 작가님의 드라마 속, 눈에 튀는 올드함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멜로드라마의 전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을 편하게, 반갑게 보시는 것 같다”며 윤명주의 아버지이자 서대영의 상관인 윤중장(강신일)의 반대에 부딪히는 모습을 꼽기도 했다.
구원커플의 사랑엔 명령 앞에 밀려날 수밖에 없는 남자와 그를 쫓는 여자의 애절함은 물론, 점차 용기를 내고 맞서는 남자, 그의 변화에 감정을 숨기지 않는 여자의 달콤한 로맨스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진구가 표현한 서대영의 사랑을 통해 오히려 지금이 결혼 전보다 이성적인 매력이 더 크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도 재미있는 부분.
“결혼을 함으로써 이성에 대해 편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엔 로맨스하면 좀 부담스럽고 불편했는데 이제 로맨스도 어떻게 하는지 좀 알겠더라고요. 또 다르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이성 앞에서 노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정작 진구의 아내는 서대영과 진구를 분리 시켜놨다고. 진구는 “‘TV에 나오는 사람은 내 남편이 아니다’라고 분리시켜 놨더라. 또 상대역인 지원이가 어려서 그런지 지원이를 정말 예뻐한다. 얼마 전에 지원이랑 화보 찍은 것도 미리 사진 보여줬더니 ‘빨리 화보 보고 싶다’더라”고 팬의 입장에서 드라마에 빠져 있는 아내에 대해 말하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그는 그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이번 작품처럼 제대로 큰 반응이 몰려온 상황은 오랜만의 일. 그는 “저를 반기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게 꿈이었는데, 그런 인기에 대해서는 완전히 포기를 하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포기할 때 쯤 진구는 어느새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목이 모이고, 얼마 전 게릴라데이트를 통해 꿈을 실현시키는 등 그야말로 ‘핫’한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가능하면 뜨거운 반응에 휘둘리지 말자라는 마음인데, 안 휘둘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웃음). 주변 친구들, 가족들부터 들떠있는데 저만 덤덤한 척 하고 있으면 흥을 깨버리는 거니까. 오히려 ‘어차피 빠질 거품이라면 멋지게 즐기자’는 마음이에요. 대신 그 거품이 빠졌을 때 상실감이 들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죠. 확실한 건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과, 다시 또 천천히 나아갈 거라는 거예요. 제 노는 엄청 튼튼하게 준비 돼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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