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유세 인상, 경유차 막을 수 있을까? 글쎄

입력 2016-05-27 10:59   수정 2016-05-27 15:36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1,589만대에서 2,098만대로 509만대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유차 등록은 2006년 588만대에서 2015년 862만대까지 늘었다. 다시 말해 10년 동안 274만대의 경유차가 새로 등록됐다는 의미다.

 그런데 연간 판매되는 신차에서 경유차가 휘발유차를 앞지른 때는 2013년부터다. 그 해 휘발유차가 65만대 판매될 때 경유차는 67만대나 팔려나갔다. 2006년 휘발유차가 51만대로 경유차의 46만대보다 월등하게 많았음에 비춰보면 경유차 대세의 시발점이 바로 2013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전환점은 2012년이다. 2011년 휘발유와 경유차 판매대수 차이는 32만대였지만 이듬해 13만대로 줄었고, 2013년은 경유차가 휘발유차를 추월했기 때문이다. 이후 줄곧 경유차가 오히려 많이 판매돼 지난해는 휘발유차 대비 28만대를 앞섰다.
 
 그런데 2012년 갑자기 경유차가 늘어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름 값과 SUV 제품 다양화를 직접적인 이유로 꼽는다. 먼저 기름 값에서 이유를 찾는 근거는 2012년 경유 가격이 휘발유 대비 최고점인 91%에 달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오피넷에 따르면 2011년 경유 가격 비중은 휘발유(1,929원) 대비 90.5%에 이르렀고, 이듬해는 91%(1,806원)에 도달했다. 일반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 휘발유 쪽으로 수요가 이동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이와 관련, 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저유가보다 고유가 상황일 때 소비자들의 기름 값 민감도가 오른다"며 "2011년~2012년 기름 값은 근래 10년 가운데 가장 높았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경유 가격 인상이 수요를 분명 억제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근거는 2008년 사례에서 찾는다. 지난 2008년 경유 가격은 휘발유 대비 95.4%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휘발유차 수요가 67만대로 경유차의 37만대보다 월등히 많아졌다. 경유 가격을 높이면 경유차 구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소비패턴의 변수가 빠져 있다. 2008년 경유 가격이 치솟을 때 국내 RV 판매는 연간 16만5,000대에 불과했다. 2007년 20만대였지만 비싼 경유 가격에 부담을 느껴 수요가 가솔린 또는 LPG로 이동한 탓이다. 그러나 이후 RV(SUV 포함) 판매는 2009년 21만대, 2010년 25만대, 2011년 30만대, 2012년 37만대, 2013년 46만대, 2015년 61만대로 급격한 상승 흐름을 탔다. 게다가 2011년과 2012년은 경유 가격이 휘발유 대비 각각 90.5%와 91%에 이를 만큼 가격이 올랐음에도 인기가 식지 않았다. 다시 말해 과거와 달리 경유 가격 인상이 경유차 수요 억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RV 대세는 소득 수준과도 연관이 깊다. 소득이 낮으면 세단 수요에 집중돼 휘발유차 구매가 많지만 높을수록 경유 RV가 많아져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소득 수준이 전년보다 낮은 1만8,303달러일 때 휘발유와 경유차의 신규 등록 차이는 최대 41만대에 달했다. 그 해 경유의 가격 비중이 휘발유 대비 87%로 높지 않았음에도 휘발유로 몰린 셈이다. 그러나 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선 2010년 이후는 RV가 급증했다. 특히 이 기간은 기름 값 변동에 상관없이 경유 RV만 증가해 소비패턴의 변화를 입증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환경부가 제기하는 경유 세액 인상이 현재의 디젤 흐름을 꺾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금의 디젤 인기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RV 상승이 주도하고 있어서다. 더불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6년 이후 10년 동안 세단형 디젤의 누적 판매가 26만대에 머물 때 RV 누적 판매는 무려 303만대를 기록했다는 점도 변화를 뒷받침한다. 다시 말해 2005년 세단형 경유승용차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어도 디젤 RV의 증가를 막을 수 없었다는 의미다. 결국 2005년 세단형 경유승용차 판매 허용이 경유차를 급격하게 늘렸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를 근거로 완성차업계는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 저감 대책으로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유세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RV 선호도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어서다. 오히려 경유세액이 오르면 기름 값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높아져 더욱 RV 경유차를 선호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대안 중 하나는 LPG 사용 제한 폐지다. 굳이 LPG차 구입을 제한할 이유가 없어서다. 게다가 산업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차 에너지 비중에서 LPG는 4.1~4.2%가 적정 수준인데 반해 현재는 3%대에 머물고 있다. 다시 말해 LPG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LPG차 구입 제한 폐지는 소비자에게 연료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일부 경유차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또 하나는 노후차 폐차 지원이다. 해당 방안은 지난 2010년 시행, 일부 효과를 거둔 적이 있다. 당시 최대 300만원을 지원해 내수 판매 활성화는 물론 오래된 차를 조기에 폐차시켜 배출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6월 개별소비세율 인하가 종료되면 완성차 내수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에서 노후차 폐차 지원 카드를 다시 꺼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이미 노후 경유차의 도심 진입을 막자는 방안도 운행 때 불편함을 일으켜 조기 폐차를 유도하자는 차원인 만큼 금전적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견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도시는 이미 오래 전 만들어진 노후 경유차의 폐차 및 LPG 개조 비용을 보조하는 만큼 해당 제도의 연장선으로 신차 보조금을 부활시키는 방법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유류세 조정은 뜨거운 감자다. 2005년 세단형 경유승용차 판매 허용 이후 또 다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리고 2005년과 다르지 않게 논란의 초점도 대기오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이상 배출가스의 원천 봉쇄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단순히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잡아야 하는 과제가 놓여졌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으로 세 가지 오염물질을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도 살리고, 노후차도 줄이고, 연료 시장 진입 제한도 풀어가는 방법을 모두 검토할 때가 아닌가 한다. 경유세액 인상마저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은 통계가 보여주고 있어서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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