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래하는 플로리스트 박혜경

입력 2016-05-30 14:52  


[우지안 기자] 그리웠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돌아왔다. 뭇 여성들의 노래방 애창곡을 도맡은 것은 물론 남성들의 마음을 간지럽힌 유일무이한 목소리를 가진 박혜경과 만났다.

꽤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이제는 가수뿐 아니라 플로리스트로서 아티스트의 재능을 또 한번 발휘하고 있었다. 노래와 꽃, 서로 다른 듯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부드러운 힘이 있는 두 가지가 박혜경의 색깔과 만나면 어떨까.

빠르게 흘러가는 가요계 시장 속에서 유행과 상관없이 회자되는 박혜경. 그리고 수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꽃들을 다듬고 디자인하는 플로리스트 박혜경. 잠시 잃었던 목소리를 되찾은 그가 앞으로는 꽃길만 걷길 응원하며 그와의 진솔했던 만남을 들여다보자.

Q. 촬영 소감
몇 년 동안 쉬었더니 확실히 예전과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 bnt와 첫 번째 화보 촬영 콘셉트랑도 많이 다르고. 나와 어울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의상도 막상 입고 촬영해보니 괜찮더라. 그동안 확실히 변화가 있던 것 같다.

Q. 그간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성대 수술 관련해서는 아시는 분들이 많을 거다. 수술 후에 목소리가 돌아올 줄 알았는데 안 돌아왔다. 한창 활동을 하던 때 음악 방송에서 노래를 총 4곡을 불렀는데 2곡이 목소리가 안 나오는 바람에 방송에 못 나갔다. 그동안 음악을 하면서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가수를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왔지만 출연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드문드문 혼자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러봤다. 원래도 노래방을 싫어하는데 테스트를 하러 혼자 가봤는데 여전히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

그러다가 최근에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에서 연락이 왔다. 그동안은 방송을 피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 프로그램은 출연하겠다고 했다. 방송 녹화를 앞두고 성대 클리닉을 소개받고 치료를 하러 갔다. 다행히 점차 고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완쾌될 때까지는 지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노래를 해야 된다고 하더라.

그 후 ‘슈가맨’ 방송 녹화 때 히트곡 7곡을 메들리로 불렀다. 목소리가 안 나와서 방송에 못나갔던 그 노래를 ‘슈가맨’에서 완곡했다. 너무 신기한 건 가성이 나왔다. 분명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는데 목소리가 나와서 감정이 북받쳐서 녹화를 하고 울었다. 오랜만에 방송을 해서 울음이 나온 게 아니라 안 나오던 목소리가 나오니까. 그간의 트라우마를 지울 수 있게 된 것 같다.

Q. 목소리가 생명인 가수, 목소리가 안 나올 때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동안 목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불러도 나왔고 감기가 걸렸어도 목소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신기할 만큼 성대 하나는 타고났다 생각했는데 노래를 못 부르게 된 데에는 스트레스가 크게 반응했던 것 같다.

Q. 어떤 스트레스였는지
소송에 휘말렸다.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소송이었고 결국에는 다 이겼지만 당시에는 너무 억울했다. 그 사건으로 인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고 내가 했던 사업체를 접어야 했다. 가수 데뷔 후에 얻었던 모든 걸 잃었던 셈이다. 총 4년간 소송이 진행됐는데 그동안 병이 난 거다. 목도 문제지만 체력 저하도 왔고 심신이 지쳤다. 그러면서 사람들도 만나기 싫더라. 그 계기로 도망치듯이 중국으로 가게 된 거다.

Q. 중국 활동을 위해 가게 된 건지
중국은 여러 번 다녀왔다. 노래를 하려고 갔던 건 아니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게 됐다. 여행지를 다니다 우연히 어떤 중국인 여자분을 만났는데 좋아하는 한국 노래가 있다더라. 들려주는데 그게 내 노래였다. 물론 그분은 내가 그 노래를 한 가수인 줄은 모르던 상태였다. 그 일이 있고 나서는 내가 중국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살다가 2014년도에 곡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소속사가 없었던 상태로 혼자 일했기 때문에 왕성하게 활동은 못했지만 소소하게 공연도 하고 작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지냈다.


Q. 국내에서도 활동하기 원하는 팬들이 많은데 계획이 있는지
‘슈가맨’ 촬영을 기점으로 방송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 꼭 노래뿐 아니라 재미있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보고 싶다. ‘님과 함께’는 출연해보고 싶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또한 데뷔 20주년이라 히트곡 노래도 콜라보레이션 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곡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공백기 동안 가사를 써보려고 해도 왠지 잘 안 써졌는데 요즘에는 줄곧 써지더라. 후배 가수들과 함께 곡 작업도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Q. 얼마 전 민경훈씨가 박혜경씨와 듀엣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어떤가
너무 고맙고 좋다. 당연히 함께 하고 싶다. 연락을 해봐야겠다(웃음). 얼마 전 ‘듀엣가요제’에서 ‘고백’을 불러줘서 나도 기억하고 있었다.

Q. 데뷔 20년 차 가수가 됐다. 감회가 어떤지
어떻게 20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몇 년의 방황이 있었지만 결국엔 노래를 하게 되더라. 내가 굳이 하려고 했던 게 아니어도 모든 여건이 내가 다시금 노래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 같다. 성대 클리닉을 다니면서도 느꼈지만 지금의 내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이 목소리에 맞게 곡을 소화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Q. 수많은 히트곡 중 가장 애착 가는 곡이 있다면
‘레인’이라는 곡. 그 노래는 녹음실에서 원테이크로 한 번에 불렀다. 또한 ‘고백’은 박혜경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노래인 것 같아서 남다른 애착이 있다. ‘슈가맨’ 촬영장에서 10대들도 ‘고백’을 알고 있어서 신기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까 우연히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찾아 듣고 있다고 하더라. 얼마 전에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내가 활동을 오래 안한 줄 모르시더라. 라디오에서도 많이 나오고 후배 가수분들도 여러 프로그램에 불러줘서 그런지 공백기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그런 노래가 있다는 건 굉장히 행운인 것 같다. 

Q. 가수뿐 아니라 플로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가수는 내가 좋아해서 선택한 직업이지만 당연히 스트레스받는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또 목소리가 안 나오고 아픈 걸 경험하니까 그런 상황에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게 필요했는데 그게 꽃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 한번 배워보자고 생각을 했고 한국에서 기초를 다지고 유학을 가게 됐다.

중국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살다가 파리로 가서 총 3명의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았다. 플로리스트 활동도 중국에서 먼저 했다. 중국인들도 가르치고 유학 시절 때부터 SNS나 사이트에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었던 작품들을 올렸는데 관심 깊게 봐주신 분들이 주문도 하고 클래스도 듣는다. 지금은 중국과 한국에서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는 함께 꽃 작업을 하는 분이 계셔서 그분이 학생들을 모집하면 나는 잠깐 가서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음악 활동이나 꽃 관련 수업해서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아서 함께 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Q. 연예인들도 플라워 레슨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다면
레인보우 오승아씨도 기억에 남고. 사실 많은 분들이 각자 사연을 가지고 수업을 받으러 온다. 직장을 그만두고 플로리스트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클래식 음악을 하셨던 분인데 꽃을 배워보겠다 하셔서 찾아오시기도 하고. 플로리스트가 꿈이었는데 오랫동안 못 배우다가 딸과 함께 배우러 오신다는 사람들도 있다.

Q. 꽃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제일 좋은 건 꽃을 만질 때는 다른 생각이 안 난다. 꽃시장 가는 것도 너무 재밌고 꽃을 보고 디자인하고 구상하는 것도 너무 좋다. 어떨 땐 손해가 나더라도 내가 해주고 싶은 대로 예쁘게 만들어서 줄 때도 있다(웃음). 


Q.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한국 돌아오면서 가졌던 꿈이 작은 차를 한 대 사서 날 좋은 날 내가 만든 꽃들을 싣고 다니면서 때로는 노래도 부르면서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싶다. 팔 수 있다면 직접 디자인한 꽃을 팔고 그렇게 얻은 수익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Q. 아직 미혼이다. 결혼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은
결혼은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부분인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두려워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한번같이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가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기도 하고. 또 싱글이라 좋은 점도 많다. 외로울 때도 있지만 외롭다고 아무나 만날 수는 없는 거니까(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그동안 ‘행복해져야지!’ 하는 생각들로 행복을 목적으로 두고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을 행복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살아왔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더라. 인생이 결코 행복만 있지 않고 순간순간 행복할 때도 불행할 때도 존재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인생에 펼쳐진 모든 감정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누렸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우지안, 박승현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연중
의상: 그리디어스, 레미떼
쥬얼리: 젬케이
꽃: 플라워 by 박혜경 parkheykyoung
헤어: 포레스타 김이지 실장
메이크업: 포레스타 허근정 팀장
장소협찬: 화이트도어 웨딩&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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