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디젤 하이브리드는 실패한 것일까

입력 2016-08-27 08:10   수정 2016-08-28 15:55


 내연기관차는 필연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우고 배출가스를 뿜어낸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기차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도로 위의 자동차가 모두 전기차로 바뀔 날은 아직까진 요원해 보인다.

 1990년대 후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징검다리로 하이브리드가 등장했다. 전기모터가 엔진에 힘을 보태 연료효율도 높이고 매연도 줄이자는 것이다. 토요타가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로 성공을 거둔 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하이브리드를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주목하고 속속 제품군을 확대하는 중이다. 기아차가 올해 출시한 소형 SUV 니로 또한 하이브리드이고, 현대차 아이오닉과 쏘나타, 그랜저 등에도 하이브리드가 마련됐다. 일상에서 어렵지 않을 정도로 친숙해졌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가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중 절대 다수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차다. 반면 디젤 하이브리드는 극소수 판매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선 메르세데스-벤츠가 E클래스에 디젤 하이브리드 트림을 추가한 적이 있지만 판매는 미미했다. 그나마도 글로벌 시장에서 해당 라인업의 판매를 중단하면서 구할 수 없는 차가 됐다. 한때 국내 도입 가능성이 점쳐졌던 푸조 3008 디젤 하이브리드4도 글로벌 제품 라인업에서 빠진 상태다.


 물론 디젤 엔진은 가솔린보다 연료 효율면에서 유리하다. 디젤 엔진에 전기 동력계를 추가한다면 효율 개선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디젤 하이브리드는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극소수 소개된 뒤 서둘러 자취를 감췄다. 최고의 궁합을 자랑할 것 같았던 디젤과 전기모터는 왜 성공적으로 결합하지 못했던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디젤차 가격은 동급 가솔린차보다 적게는 50만~60만원, 많게는 200만~300만원 비싸다. 가솔린 엔진은 기화된 연료에 불꽃을 붙여 폭발하는 압력으로 가동하지만, 디젤 엔진은 기화된 연료를 압축시켜 스스로 폭발하도록 설계된다. 구조적으로 디젤 엔진의 부품수가 많아 가격이 비싸진다. 여기에 배출가스의 오염 성분을 줄이기 위해 선택적환원장치(SCR)이나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등이 추가되면서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 동력계가 추가된 디젤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한껏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디젤 하이브리드는 구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높은 효율로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지만 다른 일반 내연기관차와 차이를 생각했을 때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교적 가격 장벽이 낮은 최고급 브랜드 벤츠 역시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의 가격이 8,110만원에 달했으니 부담이 적지 않았다.

 물론 기술적으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다는 점에서 가솔린이든 디젤이든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가장 앞선 토요타도 디젤 하이브리드에 대해 '불가능하진 않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란 설명을 내놓는다.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나빠진 점도 디젤 하이브리드의 발목을 잡았다. 디젤 엔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디젤 하이브리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유럽에 출시됐던 디젤 하이브리드 또한 국내 수입 계획에서 빠지거나 심지어 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철수 소식도 들려온다.

 최근 외신을 통해 기아차가 디젤 하이브리드 세단 개발에서 한 걸음 물러서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아차는 2014년 파리모터쇼에 K5(현지명 옵티마)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트카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완성도가 실제 양산차에 근접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어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기아차는 내부적으로 디젤 하이브리드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고효율과 디젤 세단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증가 등이 배경이었다. 서서히 세를 불려가는 디젤 세단의 인기에 힘입어 일반 디젤보다 높은 연료효율을 앞세워 신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도 느껴졌다.

 그러나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고성능차 총괄 담당 부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디젤 하이브리드 개발 프로젝트는 아직 지속하고 있지만 전기 모터와 배터리 가격은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굳이 단가가 높은 디젤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필요한 지 의문"이라며 디젤 하이브리드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그는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날로 강화되고 있어 디젤 엔진 개발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상황에서 디젤 하이브리드가 상업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전기 동력이 내연기관을 보조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에서, 전기차처럼 배터리를 충전하고 40~50㎞ 정도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 가능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상용화가 가속화됐다는 점도 디젤 하이브리드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간 단계의 기술이 도태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어쩌면 친환경 자동차의 새로운 솔루션이 되었을지 모를 디젤 하이브리드가 한 기업의 스캔들로 사장(死藏<i class="hanja">)</i>됐다는 소식에 아쉬움도 남는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인류의 과제는 현재 진행형임에도 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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