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미세먼지 잡을 PHEV, 발목 잡는 유류세

입력 2016-09-15 08:20  


 테슬라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기대와 전혀 다르다. 완속 기준 10시간 이내 충전에 막혀 테슬라 모델S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스타필드에 전시장을 내고 본격 판매를 준비하지만 2,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제품을 구입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관심을 크게 증폭시키는 역할은 하겠지만 말 그대로 관심 유발에 그칠 뿐 EV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런데 테슬라를 비롯해 EV 시대를 먼저 열어가려는 곳은 정부가 아닌 자동차회사다. 어차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이 EV로 조금씩 바뀐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 또한 선점하려는 욕구가 강해서다. 최근 현대차가 아이오닉 EV를 등장시키고, 쉐보레 또한 PHEV 볼트(Volt)에 이어 배터리 EV 볼트(Bolt)를 한국에 투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변화와 달리 정부의 태도는 '말로만 보급과 확산'을 외칠 뿐 내심 EV의 확산이 달갑지 않다. EV 확산이 가져올 유류세 감소가 정부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EV 보급대수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2,170만대와 비교해 존재감이 없어 직접적인 타격이 없지만 2,170만대에서 1%인 21만대 수준만 도달해도 연간 유류세액은 2,100억원이 줄어든다. 실제 EV의 전기에너지 세금은 거의 없는 반면 휘발유는 연간 1만5,000㎞를 주행할 때 107만원 정도가 세금이다(중형 세단 기준). 휘발유차가 연간 사용하면서 부담할 107만원의 유류세가 전기차로 바뀌는 순간 사라지는 동시에 EV는 유류세를 내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정부는 200만원 가량의 유류세가 감소하는 격이다. 이미 유류세를 내던 사람이 내지 않는 차로 갈아탄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는 뜻이다.

 물론 연간 24조원 정도의 유류세에서 2,100억원은 0.8% 수준인 만큼 '문제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EV 비중이 1%에서 10%로 늘어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시 말해 170만대의 국내 신차 시장에서 1%인 1만7,000대는 견딜 수 있지만 구매 비중이 10%인 17만대에 도달하면 유류세 감소는 정부가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전력에도 유류세에 버금가는 전력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 있지만 이 경우 EV 구매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최근 자동차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PHEV 확산에도 소극적이다. 사실 PHEV는 배출가스를 줄이되 가솔린임에도 디젤의 고효율을 능가할 수 있고,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마저 없애는 '일석삼조' 제품으로 통한다. 주유소를 가도 되고, 충전기를 발견하면 전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출퇴근 왕복 거리가 40㎞ 이내라면 1년 동안 기름 소비를 하지 않으며 유류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장거리를 갈 때는 유류세를 부담하며 휘발유를 써도 되지만 이 때는 고효율이 무기다. 이른바 '전력 소진에 따른 멈춤'이 발목을 잡는 EV 사용자의 두려움을 없애면서 하이브리드의 속성을 활용해 고효율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PHEV에 대한 보조금은 순수 배터리 EV의 절반 수준이다. 오히려 PHEV를 늘려 EV에 대한 소비자 경험을 늘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정부의 판단은 100% 순수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부족한 충전 인프라의 확산 속도를 고려할 때 PHEV는 오히려 순수 EV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징검다리로 주목받는다. 그럼에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은 결국 세수 감소 우려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감축 대책으로 디젤차를 잡는 것보다, 그리고 빠른 보급이 어려운 EV에 매달리는 것보다 친환경차 대중화를 앞당기는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한국에서 PHEV는 순수 EV보다 친환경성이 떨어지는 제품에 불과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가져올 '세금의 딜레마'로 보고 있다. 친환경차를 늘리자니 세수가 줄고, 이를 유지하려면 친환경차에도 세금을 붙여야 하는 고민 말이다.

  현재 국내에서 순수 배터리 EV 보급은 매우 더디다. EV 사용에 별 다른 문제가 없을 만큼 충전망이 잘 구축된 제주도마저 고전한다. 물론 제주의 EV 보급 서행은 이유가 다르다. EV로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려는 취지에 따라 기존에 타던 차를 폐차하거나 다른 시도로 내보내야 구입 때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 또한 내연기관차의 PHEV 전환을 검토 중이다. 빠른 속도로 EV 대체가 어렵다면 PHEV로 징검다리를 밟고, EV 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전략 말이다.

 유럽과 미국이 PHEV를 주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EV는 충전 인프라 및 짧은 주행거리, 그리고 오래 걸리는 충전 시간이 걸림돌로 남아 있어 해결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연기관차는 여전히 배출가스를 많이 내뿜는다. 그래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겸용인 PHEV를 대안으로 삼으려는 곳이 적지 않다. 게다가 충전 인프라 확대와 보조금 지급은 결국 돈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없다면 대중화는 그야말로 공염불에 그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PHEV는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다. 배터리 EV 보조금 수준에 비추면 절반 정도인 700만원이 지원되지만 4,000만원이 훌쩍 넘는 제품 가격을 감안하면 보조금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순수 EV 시대로 넘어가기 위해 전기차 사용을 충분히 경험할 수도 있고, 전력 소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되지만 그 발목을 잡는 것은 세금이다. 그래서 유류세도 이제는 개편의 검토 대상이다. 유류세가 발목을 잡는 이상 친환경차 확산이란 지키지 못하되 선거용으로는 최적화된 '거짓말'에 불과할 따름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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