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주영 감독, ‘싱글라이더’를 통해 우리들의 ‘안부’를 묻다

입력 2017-02-27 09:27  


[임현주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사람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주영 감독을 만나봤다.

단편영화와 다수의 CF, 뮤직비디오를 통해 디테일한 연출을 선보이는 이주영 감독. 특히 그의 단편 ‘나의 오른쪽, 당신의 왼쪽’은 색다른 플롯과 인물을 다루는 세밀한 연출로, 2012년 제1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 베스트 무빙 셀프 포트레이트 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첫 장편 영화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은 이창동 감독과 함께 기획, 연구 과정을 걸쳐 ‘싱글라이더’의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최근 bnt뉴스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만나본 그는 꾸밈없는 내추럴함을 좋아하는 감독이었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만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을 사로잡은 이주영 감독의 진심을 들어보자.

Q. 첫 영화로 ‘싱글라이더’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회사생활을 꽤 오래하다가 쉬고 싶은 생각에 한예종 대학원에 가게 되었어요. 그때 영화공부를 처음 하게 된 거였죠. 반드시 꼭 영화감독으로 데뷔해야겠다는 목표의식은 아니었어요. 작업공조를 하면서 작은 작품들을 만들고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런 기회까지 얻게 된 것 같아요. 회사생활을 할 때와 글 쓰는 작업을 할 때의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Q. 어떻게 달라졌나요?

회사 다닐 때는 소속감이 중요했었고, 아니라고 해도 남과 비교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거기서 이탈이 되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았는데, 막상 이탈이 되고 나니 불안감도 당연히 있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시점이 좀 달라졌어요. 내가 나를 바라볼 때 거리를 두고 객관화해서 본다거나. 이런 저의 모습들이 ‘싱글라이더’에 많이 투영이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첫 작품이다 보니까! 

Q. 함께 작업했던 만큼 이창동 감독님의 반응이 궁금한데 영화를 보시고 어때하실 것 같나요?

아직 못 보셨는데...부끄러워요.(웃음) 뭐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모르겠는데 스승님이나 같이 영화 공부했던 동기들이 본다고 하면 생각보다 많이 부끄럽네요. (이창동 감독님이) 원래 칭찬을 잘 안 해주셔서 큰 기대는 없어요. 그냥 인상만 안 쓰셨으면 좋겠어요.(웃음)
 
Q. 배우들을 캐스팅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하셨나요?

사실은 제가 어떤 선택을 한 입장은 아니었고...어쩌면 선택을 당한 거라 너무 감사하죠. 제가 뭐 기가 막히게 글을 잘 썼다기보다 아마 기존 상업영화와 다른 컬러의 작품이기 때문에 돋보였던 그런 운이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시나리오가 짧기도 해서 (시나리오를) 받으시는 분들이 부담 없이 앉은 자리에서 읽을 수 있어서 첫 인상이 좋았죠.

Q. 아~ 역으로 감독님이 배우들한테 선택을 받으신 거군요. 그런 만큼 호흡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이)병헌 선배가 선뜻 먼저 선택해주셔서 시나리오가 더 좋다고 소문이 났어요. 시나리오의 부가가치를 올려주신 셈이죠. 대 배우들과 함께 하기에 앞서서 아무래도 유명세도 남다르고 화려한 실력 때문에 처음엔 부담스러웠죠. 근데 오히려 전혀 그렇지 않으셔서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도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특히 병헌 선배가 굉장히 친절하시고 짜증도 한번 안내시고 배려가 깊었어요. 그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촬영 내내 한결같아서 다들 팬처럼 됐던 기억이 나요.(웃음)      

Q. 특별히 공들여 찍은 장면이 있나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연스럽게 쭉 흘러가도록 연출을 했어요. 어떤 한 장면에 힘을 빡 준 게 아니라 모든 장면들이 하나하나 레이어가 쌓여가면서 구성한 영화예요. 개인적으로 세트촬영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 장면도 꾸며서 찍은 장면은 없는 것 같아요. 세트촬영은 가짜 같아서 싫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진짜로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연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게 좋아서! 만약 시간과 비용에 여유가 있더라도 세트촬영보단 오픈세트에서 할 것 같아요.

Q. 제일 마음에 들었던 신은?

(이)병헌 선배가 중국식당에 혼자 고독하게 앉아있는 장면이요.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아 이런 거였어’라 생각했던 제일 애정 하는 스틸 컷이죠. 또 티저 포스터로 쓰였는데 병헌 선배가 강아지랑 같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요. 이게 다 꾸며서 나왔다면 재미없었을 텐데 실제로 있는 공간 안에서 내가 생각한대로 구현이 되니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Q. 영화 속 강아지 치치의 존재감이 강렬했다.

굳이 강아지가 아니어도 상관은 없었는데 인간이 바라보는 시선 말고 다른 시선이 필요했어요. 그 역할을 과하지도 않고 소홀하지도 않게 치치라는 동물이 잘해준 것 같아요. 


Q. 한국영화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즘엔 대부분 예산이 크고 화려한 영화들이 많고, 또 그런 영화들이 잘되는 것 같아요. 바람이 있다면 작은 영화, 중간 영화, 큰 영화 이렇게 좀 균형감 있게 다양한 영화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 않는 장르들이 제작이 됐으면...사실은 그래서 ‘싱글라이더’도 좀 잘돼서 이병헌이나 공효진같은 이런 큰 배우가 선뜻 출연할 수 있는 그런 영화들이 많아지기를 바라죠. 

Q. 앞으로 찍을 차기작들로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은지 궁금해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없어요.(웃음) 하고 싶은 정서는 있어요! 근데 아직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서...아마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지 않을까요?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 아닌지가 저한테는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Q. 감독님의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인생에 대한 감성들이 묻어났다. 실제 감독님의 하루 일상은 어때요?

친구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좀 많이. 예를 들면 장사가 잘되고 맛있는 시끄러운 집이 있고, 맛없고 장사가 안 되는 조용한 집이 있다면 후자를 택해요. 조용한 곳이 좋거든요.  
 
Q. 예비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보시기로 하셨다면 특별한 정보들을 보지 말고 영화를 보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쓸 때 진심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썼던 것 같아요. 배우 분들도 제 진심을 읽고 표현해주셔서 진정성이 묻어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자연스러움과 현실, 미래보단 현재 우리들의 모습들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주영 감독. 그는 ‘싱글라이더’를 통해 우리에게 ‘안부’를 묻는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달려가는 게 맞을까?’ ‘내 진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한편 이주영 감독의 진심이 묻어나는 영화 ‘싱글라이더’는 22일에 개봉해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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