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변호사 일자리 쇼크? … 10대 로펌은 더 뽑았다

입력 2026-04-12 22:25   수정 2026-04-12 22:26

인공지능(AI) 확산과 법조시장 불황으로 신규 변호사 취업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주요 대형 로펌들은 오히려 채용을 늘리며 ‘인재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변호사 배지를 달고도 갈 곳을 잃은 새내기들이 속출하는 반면, 성적 우수자는 상위권 로펌이 ‘모셔가기’ 경쟁에 열을 올리며 법조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대형 로펌, 채용 확대…SKY 쏠림 심화

12일 한국경제신문이 10개 주요 로펌(김앤장·태평양·세종·광장·율촌·화우·지평·바른·대륙아주·동인)의 신입 변호사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6년 채용 인원은 총 237명으로 전년(227명)보다 4.4% 늘었다. 법무법인 광장은 채용 규모를 32명에서 42명으로 대폭 확대했고, 김앤장법률사무소도 41명에서 47명으로 늘리며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확장은 기업 규제 대응 수요 확대에 대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노란봉투법 도입으로 노동 분야 규제 대응 수요가 늘어난 데다, 최근 검찰의 가격담합 수사 확대로 형사 방어·공정거래위원회 제재·과징금 취소 소송·민사 손해배상까지 하나의 사건이 다발성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한 로펌 관계자는 “대형 사건 하나가 다수의 소송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송무와 자문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인력 확보가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쏠림도 여전하다. 올해 주요 로펌에 채용된 신입 변호사 중 SKY 출신 비중은 77.6%(184명)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부 대형 로펌에서는 쏠림이 더욱 강해졌다. 김앤장은 해당 비중이 75.6%에서 80.9%로, 세종은 82.9%에서 87.9%로 각각 높아졌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전부터 상위권 로스쿨 재학생을 선점하는 ‘입도선매’ 관행도 여전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을 경유해 대형 로펌으로 이동하는 경로도 굳어지고 있다. 율촌은 신입 37명 중 8명을, 대륙아주는 신입 5명 중 3명을 재판연구원 출신으로 채웠다. 동인은 아예 로스쿨 졸업생 대상 공개채용 문을 닫고, 대신 최근 2년간 재판연구원 출신 7명을 선별 영입하는 방식으로 채용 전략을 전환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로스쿨을 바로 졸업한 신입보다 법원 경력을 갖춘 ‘중고 신입’이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며 “지방 로스쿨 출신들도 재판연구원 경력을 발판 삼아 대형 로펌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어지는 로스쿨 졸업생 취업 대기줄

문제는 이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다. 지난해 주요 로펌(227명), 검찰(90명), 재판연구원(143명) 등 이른바 ‘법조 엘리트 코스’에 진입한 인원은 460명에 그쳤다. 지난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1744명의 26.4%에 불과하다. 나머지 1200명 이상은 중소형 로펌이나 사내변호사 시장으로 몰리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기반 리걸테크 확산이 저연차 변호사 수요를 빠르게 잠식하면서 서초동 법조타운 채용 상황은 급랭했다. 서류 검토, 계약서 분석 등 신입 변호사들이 주로 맡던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중소형 로펌 채용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서다. 기업들 역시 경력이 있는 사내변호사를 선호하면서 신입 변호사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새내기 변호사들은 대한변호사협회 실무연수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대한변협 실무연수 신청자는 574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변호사 자격증을 손에 쥐고도 실무 한 번 밟지 못한 채 대기 상태에 놓이는 신규 변호사가 매년 수백 명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변호사시험 합격률마저 50%대 초반으로 굳어지며 취업 대기 줄은 더 길어지고 있다. 매년 전국 25개 로스쿨 정원(2000명)보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가 적어 재도전자가 누적되면서 전체 합격률이 낮아지는 구조여서다. 실제 지난해 응시자 3336명 중 합격자는 1744명(52.28%)에 그쳤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위권 로펌이 우수 인재를 선점하는 동안 나머지 법조시장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진/정희원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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