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車 규제 완화 나선 미 정부, 과연 최선인가

입력 2017-04-06 10:30   수정 2017-04-11 16:54


 -美 트럼프 행정부, 환경보호청 예산 삭감...감시 프로그램 다수 폐기
 -'허들 너무 높았다' 자동차 기업들 주장...기술적 고려 충분했나

 미국 트럼프 정부가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공식적으로 미 환경보호청(EPA) 예산을 31% 삭감하고, 50개 이상의 환경프로그램을 폐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PA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배출가스와 연료효율 관련 예산이 4,800만달러(한화 약 540억원) 이상 삭감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수의 언론은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들의 배출가스 조작 관련 위법행위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PA는 올해 1월 FCA 디젤 픽업트럭과 SUV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적발했으며, 다임러를 대상으로 배출가스 조작관련 조사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이러한 감시기능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친환경차의 개발이 필요하단 점은 인정하면서도 최근 각국의 규제가 현재 기술수준과 비교해 너무 높다며 피로감을 호소해왔다. 실제로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각국 규제는 환경문제에 대한 세계 사회의 불안감과 함께 급속도로 강화됐다.

 EPA는 기업평균연비제도(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CAFE)를 통해 자국 내 판매 중인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는 제품 라인업의 가중평균 연료효율을 기준 이하로 낮추지 못하면 판매대수에 비례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올해 CAFE 기준은 ℓ당 약 14.9㎞지만, 2025년까지 ℓ당 23㎞로 강화된다. 현재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는 디젤차가 ℓ당 2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인 만큼 EPA가 제시한 기준은 자동차 업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앞서 2000년대 후반 유럽연합(EU)이 제시한 배출가스 규제 기준 '유로6'는 많은 제조사들이 '도전'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량을 2.0g/kWh에서 0.4g/kWh 이하로 낮추고, 미세먼지는 0.02g/kWh 이하에서 0.01g/kWh 이하로 낮춰야했다. 당시로선 불가능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력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론 유럽과 우리나라 등 세계 시장에서 유로6가 큰 무리 없이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정말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장하는대로 현재 기술력으론 각국 정부가 제시하는 배출가스 저감 대책은 넘은 수 없을 만큼 높은 허들인 것일까? 국제 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ICCT에 따르면 최근 기술발전동향을 반영하면 이전에 EPA가 추정한 것보다 40% 적은 비용으로 2025년 기업평균연비 달성이 가능하다. 직분사 기술과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 경량화, 48V 하이브리드 기술 등의 생산비용이 EPA가 계산한 것보다 40%는 낮다는 설명이다. ICCT는 2030년까지 2025년 대비 차 가격을 5%만 인상해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50% 저감하고 연료효율은 60% 향상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기준을 더 강화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나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미국이 정말로 한계에 직면했을 정도로 배출가스 저감 효과를 거뒀는지도 의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교통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부터 경기회복과 함께 1년 동안 휘발유 가격이 평균 28% 하락하면서 교통 분야의 연료 소비가 증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년 동안 3,800만t 증가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분 중 가솔린이 차지한 비중은 77%에 달한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환경보다 경제논리에 손을 들어준 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환경은 한 나라에 국한된 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시하는 '현실적인 문제' 역시 정말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에 사로잡히는 것 만큼이나 현실을 핑계로 사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감추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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