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딸’, 우울함도 즐거움으로 ‘체인지’ 할 영화 (종합)

입력 2017-04-05 18:59   수정 2017-04-05 19:15


[김영재 기자] 패밀리 힐링 역지사지 코미디가 온다.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의 언론시사회가 4월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형협 감독, 윤제문, 정소민이 참석했다.

‘아빠는 딸’은 하루아침에 몸이 바뀌면서 서로의 사생활은 물론 마음까지 엿보게 되는 아빠와 딸의 바디 체인지 코미디. 윤제문이 47세 만년 과장 아빠 원상태를, 정소민이 17세 여고생 딸 원도연을, 이미도가 몸매만 전지현인 재고처리반 퀸카 나대리를, 강기영이 업무 스킬은 ‘만렙’이지만 연애 스킬은 ‘쪼렙’인 주대리를 연기했다.

그 외에 이일화가 남편에게는 따뜻한 아내지만 딸에게는 쿨한 엄마 역을, 허가윤이 반전 모범생 경미 역을, 도희가 공부보다 ‘남친’을 선호하는 진영 역을 맡아 극에 힘을 보탰다.

미국 유학 중 ’신세틱 러스트(Synthetic Lust)’ ‘더 기프트(The Gift)’ ‘텍사스 걸(Texas Girl)’ 등을 연출하며 다수의 영화제들에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던 김형협 감독은 “사실 코미디라는 장르가 어려운 장르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복이 많다. 좋은 배우들과의 작업 속에 좋은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의 첫 입봉작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것은 관객과의 소통으로, ‘얼마나 쉽게, 의도하는 대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아무래도 전 연령층 가족이 관람하는 것을 바라고 만들었던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의 층을 넓히기 위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아빠는 딸’은 ‘인생 최대 기회 봉착! 뒤집어지는 코미디’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여기서 ‘뒤집어지는 코미디’라는 표현은 중의적 표현으로, 몸을 뒤로 젖히면서 웃는 것과 극중 아빠와 딸의 영혼이 뒤바뀌는 것 모두를 지칭하고 있다. 특히, 그중 후자는 일명 ‘바디 체인지’ 영화라고 불리며 1997년 영화 ‘체인지’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들에서 소모됐던 소재. 과연 ‘아빠는 딸’은 어떻게 관객의 기시감을 타파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아빠는 딸’은 SBS ’나쁜 남자’로 연기 신고식을 치룬 이후, 지난해 KBS ‘마음의 소리’의 최애봉 역을 통해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연기 호평을 받았던 정소민 세 번째 스크린 진출작으로 관심이 집중된다. 더불어 조연이든 주연이든 맡았던 역할에서 최고이자 최선의 활약을 펼쳤던 윤제문의 음주운전 자숙 이후 복귀작이라는 점이 주목할 부분.

#여고생과 여고생이 된 아빠...정소민의 1인 2역


‘아빠는 딸’에서 정소민은 1인 2역을 연기한다. 17세 여고생 딸 원도연과 여고생이 된 47세 만년 과장 아빠 원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수차례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바 있는 윤제문의 여고생 연기야 영화를 보기 전부터 모두의 기대를 모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연기 경험과 인생력(人生歷)을 지닌 정소민의 아빠 연기는 물음표였던 것이 사실.

하지만 정소민은 아저씨 특유의 팔자걸음부터 걸걸한 말투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두를 재현하며 스크린을 마주하는 취재진이 그의 반전 매력에 하염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정소민은 “일단 모든 것은 감독님의 공이다”며, “처음에는 남자 중년 아저씨의 몸의 형태나, 소리를 내는 방식, 행동 양식 등을 많이 관찰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어느 순간 부딪치는 지점이 있었다. 알고 보니 중년 남성이 가지고 있는 직책, 지위, 삶의 무게 등 굉장히 많은 것을 간과했더라. 아빠 원상태가 사회의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면 접근법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만년 과장이면서 집에서는 딸에게도 무시 받는 아빠의 무게를 이해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불어 정소민은 “단순히 아저씨인 척 하고 싶지 않았기에, 감독님과의 대화 속에서 그 지점을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내가 겪어왔던 시간을 연기하는 것보다 겪어오지 않은 시간을 연기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배의 노력을 가했던 기억이 난다”고 본인의 노력을 소개했다.

또한, 그는 “도연이 같은 경우는 반항기 사춘기인 여고생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아빠 상태의 경우는 겪어보지 않은 간접 체험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소꿉놀이 같기도 했다. 공부도 많이 했지만, 너무 많은 고민을 하면 생각만 많아지고 복잡해지더라. 아이들 소꿉놀이하는 기분으로 믿고 풍덩 빠졌다”고 1인 2역의 소감을 밝혔다.

#”내가 그대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줘”...중요한 것은 결국 마음


‘바디 체인지’는 신박한 소재지만 영화의 러닝 타임을 온전히 이끌고 가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이형협 감독은 동물원,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섯손가락 등을 작품 속에서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故 김광석을 스크린 위에 불러냈고, 특히 ‘기다려줘’는 아빠와 딸의 마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이었다.

먼저 김형협 감독은 “처음에 ‘아빠는 딸’ 대본을 받았을 때 일단 ‘바디 체인지’라는 소재 자체가 양날의 검이긴 했지만, 정말 맘에 들어서 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촬영을 하면서 여기 배우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정)소민 씨와 길게 대화를 가졌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점을 알게 됐다. 바로 마음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소민 씨가 보여주는 아빠의 마음과 (윤)제문 선배가 보여주는 딸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정소민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덧붙여 그는 “처음 대본에는 故 김광석 씨의 ‘서른 즈음에’가 있었다. 이 노래를 가지고 두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있었지만, 결국 촬영 중 ‘기다려 줘’로 바뀌었다. ‘내가 그대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줘’라는 노래 가사 자체가 이성뿐 아니라 부녀 간에도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다려줘’의 선곡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출연진 및 감독의 맺음말이 이어졌다. 먼저 김형협 감독은 “긴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의 수고로 만들어진 영화다. 서로에게 전하는 사랑한다는 말을 쑥스러워하시는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가족들에게 용기 내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아빠는 딸’이 가지는 가족 간의 힐링 요소를 강조했다.

더불어 정소민은 “저희 영화 언제 봐도, 누구랑 봐도 유쾌하고 감동 있는 영화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보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역시 가족에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


서두에도 밝혔지만 ‘아빠는 딸’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내적 요소보다 출연 배우가 자초한 외적 요소로 인해 더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로서 평가 받아야 한다. 그리고 ‘아빠는 딸’은 ‘바디 체인지’가 전달하는 소재의 식상함을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이겨낸 꽤, 아니 많이 괜찮은 패밀리 힐링 역지사지 코미디다.

과도한 작명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아빠는 딸’에는 한 가족이 천우신조(天佑神助)의 기회 속에 힐링하는 내용이 있고, 좁혀질 리 없던 47세 아빠와 17세 딸이 서로의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녹아있다. 여기에 한국 영화의 고질병인 신파도 없기에 관객은 눈물 없이 오직 따뜻함만을 안고 극장을 나설 테다.

기자의 감상이 정답이 아닌 상황에서 과연 ‘아빠는 딸’은 어떤 성적표를 안고 한국 영화사에 기록될까. 이에 합당한 단락이 언론시사회 속에서 기사의 말미에 소개한다. 수없이 많은 연극 무대와 영화 출연으로 나름의 촉을 가지고 있을 윤제문의 한마디다.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재밌게 봤다. (김형협) 감독님께서 재밌게 나왔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보고 나니까 알겠다. 잘될 것 같다”

한편 영화 ‘아빠는 딸’은 4월12일 개봉 예정이다.(사진제공: 영화사김치)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