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도봉순’ 이형민 감독, ‘당신은 다른 것을 좋아한다’

입력 2017-04-08 12:30  


[임현주 기자] “자유로우면서 흔들리지 않는 그런 느낌이 참 좋아요”

마이너 감성을 좋아하고, 비주류라 여겨지던 b급 코미디를 사랑한다는 이형민 감독. 이뿐만이 아니다. 주연들만 알려지고 기억하는 사회 속에서 이형민 감독은 주연만큼이나 조연들을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그런 속 깊은 감독이었다. ‘힘쎈여자 도봉순’ 종영을 앞두고 bnt가 단독으로 만나본 그는 다수들의 생각들과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로 순조롭게 출발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눈의 여왕’ ‘나쁜남자’ 등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자연스레 드라마계의 거장으로 떠오른 이형민 감독.

주로 묵직한 슬픔을 전해주는 작품을 해왔기에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다. 이를 테면 내면에 슬픔이 많은 편일 것 같은, 내지는 유쾌한 편이라기 보다는 진중한 편에 가깝겠지 같은. 그런 감독이 코미디를? 역시 사람은 만나봐야 안다고 제대로 된 선입견에 의한 오류였다. 말 속에 담긴 열린 생각들과 솔직함에서 나오는 재치가 놀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옛날에 어느 편집실에 가서 한 포스터를 봤어요. ‘Video likes easy. Film likes beautiful. You like different. (tv매체는 쉬운 것을 좋아한다. 영화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넌 다른 것을 좋아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어요. 너무 멋있더라고요. 연출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대중적인 장르를 하고 있지만 조금은 다르고 조금은 비틀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형적이 아닌 다른 표현을 해야 다른 감동이 나오는 것 같아요.”

살랑이는 봄바람이 불던 어느 4월에,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형민 감독과 bnt뉴스가 만났다.


Q. ‘힘쎈여자 도봉순’이 높은 시청률만큼 매 회마다 화제였잖아요. 요즘 기분이 좋으실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기분이 좋고 제작발표회 때도 말했었지만 자신 있었거든요.(웃음) 현장에서 배우들과 촬영을 하면서 ‘우리가 되게 재밌게 잘 만들고 있다’ 이런 감이 있었으니까. 열심히 찍은 부분에 대해서 자신이 있었는데 이렇게 잘될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죠.  

Q. ‘힘쎈여자 도봉순’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건가요?

제가 영화 ‘헐크’를 좋아했어요. 그 영화가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잖아요. (극중) 배너 박사가 어느 레스토랑이나 부둣가같이 어느 곳을 갔을 때, 그 안에는 굉장히 큰 부조리가 있어요. 그리고 그 위기 상황에서 악당들에게 억압을 받을 때 헐크로 변하잖아요.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고, 여기서 뭐 예쁜 여자와 키스는 꼭 한 번씩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다 마지막에는 길을 떠나잖아요. 특히 새벽에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떠나는데 이 장면을 초등학생 때 봤었는데 되게 기억에 남아요. 굉장히 쓸쓸한... 기자가 쫓아와서 또 도망을 가잖아요. 뭐 이런 정서를 좋아하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장치들과 정서들을 가져오면서 우리가 가진 예산 안에서 이걸 어떻게 표현하고, 재미있게 찍을지 고민을 했죠.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약해보이지만 힘이 있는 도봉순이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을 벌을 주면서 시청자분들에게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주는 거였어요. 하지만 그게 또 너무 교훈적이거나 메시지에 얽매여 있는 드라마가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Q. 전작들이었던 ‘미안하다 사랑한다’나 ‘나쁜 남자’ 같은 정통 멜로나 슬픈 정서의 드라마들을 많이 연출해오시다가, ‘욱씨남정기’나 ‘힘쎈여자 도봉순’ 같은 코믹물을 하게 되셨잖아요. 해오던 장르와 반대되는 장르의 드라마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 생각은 그래요. 연출하는 사람은 다양한 감정들이나 스토리를 표현하는 게 조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한테 이런 모습이 있는지에 대해서 의외라고 하시지만, 사실은 더듬어보면 ‘상두야 학교가자’가 멜로지만 약간 코믹한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을 찍을 때 ‘야 이거 참 재밌다’하면서 찍었었어요.

일본 코미디 영화중에 ‘스윙 걸즈’를 참 재밌게 봤었어요. (영화에서) 찌질한 사람들이 나오거든요. 생활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극대화한 캐릭터들인데 그게 웃기기도 하지만, 또 되짚어보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걸 제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또 (코미디가) 저한테 잘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이번에 좋은 배우들하고 서로의 에너지나 생각들을 모아서 골 때리는 뭔가를 만들면 거기서 재미있는 게 나오는 것 같아요. 자신감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웃음)


Q.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제일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했던 부분들은 어떤 것이었나요?

‘힘쎈여자 도봉순’은 그 안에 기본적으로 코미디가 있고, 멜로도 있고, 스릴러도, 히어로까지 있는 복합적인 장르로 되어 있잖아요. 이 중에서 코미디 장르가 가장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고민했던 건 코미디였어요. 재미없으면 안 되니까 주변 스텝들한테 계속 물어보고.(웃음) 여기에 코미디를 해봤던 참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돼서 너무 고마웠고, 좋았어요. 
    
Q. 배우들도 잘했지만 감독님의 연출 또한 좋았기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어떤 스타일의 감독님이신지 궁금해요.

전 현장에서 진짜 편한 친구 같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제가 나이가 있으니까 노땅 민폐가 될까봐 잔소리를 잘 안 해요.(웃음) 그래서 (현장에서) 디렉션을 안주고 자유롭게 해보라고 해요. 그리고 왜 그렇게 했는지 서로 의견을 나눠보는 과정을 한 번 거치고 촬영에 들어가요. 저는 본인의 신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배우가 좋아요. (배우들이) 언제든지 생각을 끄집어내서 말했으면 좋겠어요. 또 그걸 잘 들어주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고요.

Q. 롤모델로 삼았던 분들이 있으셨나요?

롤모델은 따로 없었고... 나이가 드니까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되게 반듯하셨고 부지런하셨고 경우가 있는 분이셨어요. 그렇게 잘 살아야 되는데.(웃음)


Q. 원래 꿈이 드라마 감독이셨어요?

아니요.(웃음) 원래는 글 쓰는 게 하고 싶었어요. 학교 다닐 때 책 읽는 걸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영화도 좋아했었고. 근데 직업적으로 작가가 되기에는 그만큼은 안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방송국에 들어오게 됐어요. 시나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하고 이미지로 그리고 이런 것들이 베이스로 있으니까 영상이나 미디어하고도 맞았던 것 같아요.
 
Q. 어떤 책을 좋아하셨어요?

셰익스피어 작가 책을 좋아했어요. 에밀리 브론테 작품들도 좋아했고. 우리나라 황석영 소설가 작품들도 좋아했어요.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전집을 두 번 읽을 정도였으니까.

Q. ‘상두야 학교가자’는 이형민 감독님의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이에요. 이제는 다수 작품들의 연출 경력을 가진 드라마계의 거장이지만, 거장에게도 데뷔작은 남다른 의미를 가질 거 같아요.

그때는 정말 ‘의욕 만땅’이었죠.(웃음)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때는 엄청 열심히 했었고, 도전정신이 더 있었어요. 단막극을 할 때부터 이경희 작가와 일해보고 싶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이경희 작가를 처음 만나서 같이 미니시리즈를 찍었던 거죠. 사랑의 순수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사실 이 작품에 ‘힘쎈여자 도봉순’의 씨앗이 있다고 봐요. ‘상두야 학교가자’에도 코미디가 있어요. 블랙 코미디로! 되게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슬픈 이야기들이 있거든요. 정말 웃긴데 슬픈 이런 작품을 좋아해서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힘쎈여자 도봉순’이 슬픈 드라마는 아니에요.(웃음)     


Q. 앞으로 한국 드라마 시장에 어떤 작품들이 나왔으면 좋겠는지.

획일화 되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지난 시절 드라마들 중에 좋은 작품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올드’하다는 느낌은 아니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웃음)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까 지금은 너무 트렌드만 쫓아가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좀 재미있는 작품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재미있다고 해서 웃긴 것만이 아니라 더 감동이 있고, 더 따뜻할 수 있고, 더 슬플 수도 있고, 더 웃길 수도 있고, 더 사랑도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Q. 지금까지 드라마 10편, 영화 1편을 연출하셨더라고요. 모두 애정이 가득하겠지만 그중 베스트인 작품이 궁금해요.

이 질문 패스! 패스!(웃음) 너무 어려운데요.(웃음) 다 애정이 있죠. 한 가지만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웃음) 

Q.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시청률에 울고 웃잖아요. 감독님은 시청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옛날에 가졌던 생각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의 기본은 같은데 상황이 달라졌다 보니 조금 바뀐 게 있어요. (제 드라마를) 조금은 다르게, 조금은 더 밀도 있게, 조금은 완성도 있게 이야기 했을 때, 그 이야기를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문화들을 좋아하는 견고한 시청자들만 같이 가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Q. 벌써 다음 주면 ‘힘쎈여자 도봉순’이 종영을 하네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통해서 필모그래피를 완성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다음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어요. 정말 재미있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인데.(웃음) 사랑도 있고,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어요.
 
Q. 감독님은 배우들의 진면목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계신 것 같아요. ‘상두야 학교가자’ 비도 그렇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소지섭, ‘눈의 여왕’ 현빈, ‘나쁜 남자’ 김남길까지. 준비 중이신 다음 작품에는 어느 배우 분들과 함께 작업하시나요? 

대본은 많이 나왔는데 캐스팅은 아직 미정인 상태예요.(웃음)

Q. 마지막으로 ‘힘쎈여자 도봉순’을 애청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이 드라마가 코미디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드라마잖아요.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라도 힘이 있다고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그런 존재들을 물리치는 도봉순의 활약을 좋아해주시는 이유는 시청자 분들의 마음속에 ‘정의는 승리한다’는 좋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우리 사회도 조금 더 선진화돼서 좋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감독이라 함은 배우부터 작가, 현장 등 모든 것을 총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가끔은 현장이 사람에 치이기도 일에 치이기도 하는 참 외롭고 괴로운, 혹은 고독한 현장이 될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형민 감독은 “현장은 좋은 배우들과 좋은 이야기가 합쳐져 웃음을 만들어가는 기분 좋은 곳”이라 정의내린다.

인터뷰를 마치고보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 오기 마련이니까.

한편 매회 시청자들에게 설렘과 웃음을 안겨주는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은 오는 15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사진: 이은호 bnt포토그래퍼, js픽쳐스, 드라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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