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기통을 4기통처럼, 엔진 실린더가 멈춘다고?

입력 2017-05-09 11:24  


 -실린더 휴지 기술...대배기량 엔진서 4기통 엔진까지 확대

 자동차 엔진이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다. 터보 기술을 활용한 '다운사이징'과 함께 필요한 만큼만 실린더를 작동해 효율을 높이는 '실린더 휴지(cylinder deacivation)'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V12, V8 등 대배기량 엔진은 물론 직렬 4기통 엔진까지 실린더 휴지 기술이 확대되는 추세다. 

 실린더 휴지 기술은 말 그대로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 실린더 일부만 사용하는 방식이다. 내연기관은 실린더 내에서 기화된 연료를 폭발시켜 동력을 얻는다. 그런데 주행 중 실린더 전체가 모두 큰 힘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정속주행 상황이라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 400마력 이상 고성능 스포츠카도 시속 100㎞ 정속 주행 때 필요한 출력은 3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린더 휴지 기술의 핵심은 '필요한 만큼만 연료를 소모하자'라는 것이다, 굳이 큰 힘이 필요치 않을 때 일부 실린더만 연료를 폭발시켜 동력을 얻고 나머지는 쉬게 만들자는 것. V형 8기통 엔진이라도 4기통처럼 작동하는 식이다. GM은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FM), 크라이슬러는 MDS, 혼다는 가변실린더제어(VCM)란 이름으로 해당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캐딜락이 5월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하는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는 실린더 휴지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차다. 4세대 에스컬레이드는 V8 6.2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장착해 최고 426마력, 최대 62.2㎏‧m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연료효율은 기존 대비 5.5~7.5% 개선됐다. 정속 주행 시 8개의 실린더 중 네 개를 비활성화하는 AFM 시스템 덕분이다.

 혼다는 V6 3.5ℓ 엔진을 장착한 여러 차종에 VCM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판매 중인 제품군 중 어코드 3.5ℓ, 파일럿, 오딧세이 등이 해당한다. VCM은 6기통 엔진이 주행 상황에 따라 최대 3개의 실린더를 잠궈 연료주입을 막는다. 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 아우디폭스바겐, 람보르기니, 메르세데스-AMG, 포드 등도 적극적으로 실린더 휴지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효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실린더 휴지 기술은 주로 대배기량 엔진에 적용됐다. V12, V8 엔진 등이 최근 친환경 기조에 따라 점차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반면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시원한 펀치력, 고유의 배기음 때문에 고급 브랜드에선 여전히 대배기량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환경과 시장 사이에서 고민하던 자동차 제작사들이 선택한 게 바로 실린더 휴지 기술이다. 다운사이징 터보와 달리 기존 배기량과 실린더 개수를 유지할 수 있어 대배기량의 매력은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순간 적은 배기량 엔진처럼 작동하는 극적인 변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실린더 휴지 기술의 효율 개선 효과는 얼마나 될까?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5~20% 정도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다. 주행상황에 따라 효과 자체가 천차만별이어서다. 특히 정속 주행 상황이 길수록 효율은 월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1980~1990년 등장했던 초창기 실린더 휴지 방식은 작동 반응이 느리고 진동이 심했다. 따라서 주행 품질에 민감한 고급차에선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게다가 환경규제도 엄격하지 않았던 때여서 기술 개발이 늦춰졌다. 이후 환경규제 강화가 지속되자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실린더 휴지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펌핑 손실(Pumping loss)' 관리도 중요하다. 실린더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흡·배기 밸브 제어가 작동하고 있다면 연료가 분사되지 않아도 공기가 계속 '흡입-압축-배기' 과정이 지속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동력 손실을 펌핑 손실이라 부른다. 따라서 최근 실린더 휴지 기술은 단순히 실린더 내 연소를 막는 것뿐 아니라 밸브의 개폐까지 정교하게 조절하게 된다. 

 -실린더 휴지 기술, 대배기량 엔진서 소형 엔진까지 확대
 -고효율 달성 위한 저비용 솔루션으로 진화 중

 지난 4월말 비엔나 심포지엄에서 델파이는 툴라 테크놀러지와 함께 새로운 실린더 휴지 기술을 선보였다. 효율이 높은 4기통 터보 엔진에 실린더 비활성화 시스템을 적용, 연료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을 공개한 것. 툴레의 다이나믹스킵파이어(DSF)는 기존 실린더 휴지 기술의 장점 외에 효율 1%를 개선하는데 자동차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단 40유로에 불과하다고 밝혀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최신 실린더 휴지 기술은 단순히 일시적으로 엔진 실린더의 작동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린더 안에 혼합기(기화된 연료와 공기 등이 섞인 기체)를 주입할지 여부, 실린더 내 점화 플러그를 작동 유무까지 매 순간 엔진이 판단한다. 속도를 줄이는 상황이라면 시동을 꺼뜨리지 않고 모든 실린더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 감속 상황에서 촉매장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으로 분사되는 연료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별 실린더의 작동 유무와 혼합기 분사 여부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실린더 휴지 기술의 효용성이 극대화됐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델파이코리아 관계자는 "V형 엔진의 경우 실린더 휴지 기술을 적용해도 양쪽 실린더 중 한 쪽은 모두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며 "이론적으로 같은 힘을 발휘할 때 여러 개의 실린더가 조금씩 부담을 나누는 것보다 하나의 실린더가 전력으로 가동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며, 직렬 엔진에선 이런 조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배기량 엔진에서 시작된 실린더 휴지기술이 적은 배기량까지 내려오게 된 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코스트 저감과 함께 자동차 업계가 고효율 달성을 위한 극한까지 왔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고급차에 국한된 게 아니라 다양한 차종에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개발 및 양산 차원에서 비용 저감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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