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오래된 쏘나타를 지키기 위한 특명, '뉴라이즈'

입력 2017-05-12 13:40   수정 2017-05-16 10:05


 -쏘나타 차명 두고 현대차 내부 치열한 토론
 -뉴라이즈는 젊은 소비층 유입이 가져온 결과물

 대한민국 대표 중형세단인 쏘나타가 30년 가까이 지켜 온 '중형 지존' 자리가 위기에 처했다. 1988년 6월 등장 이후 한 때 중형시장 점유율만 8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을 만큼 쏘나타는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군림해왔다. 그 사이 여러 경쟁차가 도전장을 냈지만 높은 장벽을 뛰어넘기란 불가능했고, 쏘나타는 단단한 바위같은 존재로 성장했다. 하지만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아성이 지난해 흔들렸고, 지금은 '쏘나타 뉴라이즈'로 위기를 돌파하는 중이다. 

 과거 쏘나타는 한 마디로 '자동차의 권력' 그 자체였다. 실제 지난 2005년 '현대차의 질주가 무섭다'는 표현이 쏟아질 때 주인공은 쏘나타였다. 당시 국내 소비자만족도 조사기관인 마케팅인사이트 설문에 따르면 가장 사고 싶어 하는 차가 쏘나타(NF)였고, 같은 해 국내에 판매된 현대차 가운데 35%가 쏘나타였다. 이후도 쏘나타의 견고한 질주는 끊임없이 전개됐다. 
 
 그랬던 쏘나타가 지난해 실질 1위 자리를 SM6 등에게 위협(?)받았다. 이를 바라본 현대차는 '충격'에 휩싸였다. 부동의 강자가 흔들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럼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났을까? 요즘 현대차 사람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경쟁사가 무섭게 치고 온다'는 시각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경쟁사 핑계를 대기에는 완벽한 해석이 되지 않는다. 현대차 또한 지속적으로 제품 및 상품 개선에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장이 줄었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 감소폭으로 볼 때 쏘나타만 가파르게 떨어져서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대중화에 따른 쏘나타 브랜드의 노후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쏘나타는 중산층의 상징이었고, 어디를 가도 당당했다. 1988년 등장 때부터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으면 쏘나타를 타야 한다는 생각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쏘나타는 중형의 교과서가 됐고, 이 시기를 거친 소비자들은 쏘나타를 통해 중형을 경험했다. 지금도 '쏘나타' 차명을 그대로 유지하되 코드 네임으로만 세대를 분류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인구 고령화가 오히려 쏘나타 발목을 잡는다는 시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쏘나타가 이제는 대중적인 제품으로 인식돼 오히려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택시의 대부분이 쏘나타이고, 렌터카의 상당수가 쏘나타다. 기본적으로 제품 브랜드 지위가 오히려 낮아지며 자가용 구매층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형 구매층인 20~39세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위기를 불러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쏘나타가 한참 잘 나가던 1990년대 젊은 인구 비중은 37.7%였지만 2010년 이후 30%로 줄었다. 장년으로 넘어가는 인구는 많지만 20대로 유입되는 사람이 줄어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새로 진입하는 젊은 소비자에게 쏘나타는 아버지 세대가 좋아했던 차'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쏘나타를 사면 고리타분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현대차도 이런 흐름에 대한 고민을 했다. LF쏘나타를 내놓기 전 내부에선 '쏘나타'차명 변경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쏘나타'는 수출명으로 유지하되 소비자에게 젊은 이미지로 가기 위해 내수는 새로운 '네이밍(naming)'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동차회사가 제품명을 지속하며 전통 가치를 쌓아가는 것에 비춰 내수 차명 변경은 오히려 쏘나타의 제품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도 힘을 얻었다. 

 물론 차명 변경에 대한 전망은 제각각이다. 르노삼성이 SM5 후속인 SM6를 내놓을 때 차명을 바꾼 것은 새로움에 익숙한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고, SNS로 일상을 주고받는 젊은 소비층에게 새로움은 곧 '설레임'이고, 그래야 전혀 다른 분위기로 중형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여겼다. 쉐보레 또한 글로벌 브랜드 단일화에 따라 '말리부'를 사용하지만 말리부는 그간 국내에 없었던 차명이어서 새로움을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쏘나타 뉴라이즈는 변화이 폭이 컸다. '쏘나타' 브랜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제품 변화의 폭이 과감해야 했다. 그래야 젊은 소비층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실제 뉴라이즈 등장 이후 구매층의 연령이 낮아졌다는 게 현대차의 평가다. 부분 변경임에도 완전 변경에 가까운 디자인 변화가 이뤄진 것은 어떻게든 쏘나타의 지위를 다시 견고하게 다지려는, 이를 위해 젊은 세대의 시선을 당기려는 현대차의 깊은 고민이 있었던 셈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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